역사,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까 - 현장 교사들이 쓴 역사교육론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일종의 역사교육론에 관련된 책이어서 일반인이 읽기에는 부담될 수 있다. 실제 교육사례 등은 관심도가 적으니까 말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되어 역사전쟁, 역사교육에 대한 책을 찾아 읽다 보니 이 책까지 손에 들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책 전체보다는 현재 벌어지는 일에 대한 관심분야에 집중해서 읽을 수 밖에 없다.

 

교과서 사용에 관한 국가의 결정권이 이 정도로 강력한 나라는 소수 사회주의 국가를 제외하고는 보기 드물다. 교과서 제도에 관한한 우리는 아직 일제 군국주의와 유신체제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셈이다.

교과서 제도는 근대 공교육체제의 산물이다. 국민국가 수립과정에서 공교육은 '국민만들기'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으며, 그 가운데에서도 '수신','국어','국사'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교과서 제도는 '국민의식'의 형성을 위해 국가가 교육 내용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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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이후 역사과에서 국정제 교과서 제도가 중대한 문제로 논란이 된 것은 유신체제 아래 제3차 교육과정 때의 일이다. 10월 유신 이후 유신정권은 주체성 있는 국민정신교육을 강조하면서 검정제로 발행되던 국사 교과서를 국정 단일화하였다. (54쪽)

 

이런 국정교과서는 지배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도 많은 문제를 가질 수 밖에 없다. 국정화다 보니 국사교과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집단이 있을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첨예한 부분에서는 모호하게 가져갈 수 밖에 없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근현대사와 고대사이다. 근현대사 서술에 관한 논란은 곧바로 현실 정치 세력의 정치 노선 충돌로 이어지면, 이념 투쟁의 성격을 갖는다. 1948년 4월 제주도에서 있었던 비극적 사건을 '폭동'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 '항쟁'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 그 인식의 차이를 좁히기는 어렵다. 고대사에 관한 논란은 문화사상, 민족정기 등 상대적으로 추상적인 관념과 연계된다. 단군을 역사적 실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상고사학회, 그것을 우상숭배라고 주장하는 기독교단체, 문헌 증거만으로 말해야 한다는 실증사학 진영 등 다양하고 양극적인 주장을 조정할 여지는 거의 없다. 따라서 모호하게 초점을 흐리게 하는 방법을 동원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국정교과서가 밋밋할 수 밖에 없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64쪽)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오래되어서 잘 몰랐는데, 최근에는 '동아시아사'라는 과목이 생긴 듯 하다. 책은 졸속하게 만들어진 문제들을 지적하다. 그에 반해 실제 역사를 고민하는 이들에 의해 <내일을 여는 역사>와 같이 정식 교과서는 아니지만 한중일 공동 작업의 결과물이 나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국사라는 과목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사와 동아시아사 정도로 구분해서 배우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다. 물론 그안에 대한민국사에 대한 비중을 늘리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문제들을 이 책은 지적한다.

한국사와 세계사의 관계도 역사 교육과정의 오랜 과제다. 주된 관심은 어떻게 하면 국사와 세계사 교육을 통합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세계사의 맥락 속에서 한국사를 공부해야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한국인의 관점에서 세계사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취지였다.(42쪽)

 

교사들의 실제 사례가 나오기도 하고, 역사교육의 방향에 대한 고민도 있다. 현직교사들의 비판도 있고,

이웃 나라를 타자화시키는 용어 사용도 문제가 된다. 고구려의 수당전쟁과 신라의 대당전쟁 관련 서술을 읽어보면, '야심', '야욕'이라는 용어가 나오는데, 이는 중국에 대해 부정적 정서 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서술이다. 또 고구려가 수,당을 물리침으로써 '민족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든지, 신라가 당의 야욕을 물리치고 통일을 완수한 것은 '자주적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서술은 고구려·백제·신라가 '같은 민족'이고, '수·당은 다른 민족'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고대에 민족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볼 때 이 서술은 타당하지 않다. (254쪽)

 

후삼국 시기, 홍경래 난, 동학농민전쟁 등 몇 차례 내정이 있었으나, 고려시대 이후 전쟁은 대부분 외세 침략과 그에 맞선 항쟁으로 전개되었다. 수업에서 다루는 전쟁도 대부분 이러한 경우다. 그런데 이 경우 각각의 사건은 대부분 "전 민족이 단결하여 나라의 어려움을 막아냈다."는 서사 속에 용해되고 만다. 그러나 많은 전쟁이 지배층의 무능 때문에 일어났고, 지배층이 자신의 안위를 민중의 희생보다 중시하는 속에서 민중의 자발적 참여로 전쟁을 극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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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적 단결로 국난을 극복하자는 취지 자체는 부정될 수 없다. 그러나 민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라고 요구하거나, 존재하는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민족적 위기를 과장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306쪽)

 

이 책은 역사교육에 대한 고민과 비판, 실제 역사교육 현장에서의 사례와 2000년대 후반의 제7차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가 있다. 그리고 점점 중요해지는 과학기술사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상대적으로 소외된 여성에 대한 부분, 노동사, 생활사, 지역사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안을 한다. 이런면에서 일반인이 전체를 다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문제와 관련해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부분 발췌독이 좋을 것 같다. 역사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민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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