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의시간'을 통해 한국산업에 대한 공부중입니다.)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반도체 1위로 알고 있는데, 여기에는 자세히 살펴볼 게 있다. 반도체는 메모리와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 혹은 시스템LSI)로 나눌 수 있는데 메모리시장 비메모리시장의 규모는 2~3 vs 8~7 정도 된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시장에서는 확고한 1위이지만, 비메모리시장에서는 아직 그렇다할 성과를 못내고 있다. 아이폰에 AP칩을 공급하면서 비메모리시장에서의 가능성이 보였지만, 아이폰이 TSMC로 물량을 상당부분 배정하면서 시스템 반도체의 영향력 역시 크지 않다.
어쨌건 우리나라는 메모리분야에서는 강하다. 그 원인은 핵심인력과 상당기간 축적한 보이지 않는 기술력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비메모리반도체는 세계적인 경쟁력과는 거리가 멀고, 그 격차를 줄이는 것도 요원해보인다. 대신 중국이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인 교수들은 핵심인력과 비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인식의 부재를 원인으로 꼽는다.
한국이 현재 메모리에서 절대강자의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은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메모리에 대한 플랫폼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 세계 R&D, 상품, 마케팅 등의 흐름이 플랫폼의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반도체 공정의 예를 들어 플랫폼의 의미를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반도체는 전체 설계에서 시작해 청정실에서의 복잡한 공정을 거쳐 만듭니다. 거기에 수십억 개의 요소들이 잘 작동하는지 신뢰성 측정도 잘 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 패키징을 하는데 이 기술도 엄청난 하이테크 입니다. 이런 전체적인 시스템을 플랫폼이라고 하는데, 한국이 이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겁니다. (195쪽)
현재 우리가 시스템IC 부문에서는 절대약자입니다. .. 이 부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정적으로 산업 전체의 맥락을 이해하는 설계자, 즉 아키텍트가 있어야 합니다. 요즘 정보통신 기술을 쓰지 않는 부문이 없습니다. 영화산업을 포함해서 모든 산업에서 정보통신기술이 필요한데, 여기서 가장 핵심을 이루는 것이 반도체 아니겠습니까? 전체적인 산업의 그림을 가지고,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에 대한 설계도인 아키텍처를 가지지 않으면, 시스템 IC를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198쪽, 기초와 응용을 넘어선 제3의 지식, 아키텍처의 영역에 도전하라-박영준)
한국 반도체산업의 위기는 핵심인력의 위기입니다. 사람에 대해서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이미 인력양성이 시기적으로 좀 늦지 않았나 걱정됩니다. ...
현재 메모리분야에서는 중국이 한국을 못 따라오고 있지만, 중국이 현재 잘하고 있는 대만이나 외국업체와 손을 잡으면 시스템LSI의 격차는 수년 내에 크게 줄어들수 있습니다. (211쪽, 반도체 7~8년 뒤가 문제다 - 이종호)
현재 반도체회사들의 사업을 보면 모든 것을 철저히 단기적인 손익관점에서만 판단하고 있습니다. ...
메모리반도체도 처음부터 지금의 규모를 가지게 된 게 아닙니다. 잘 준비해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꾸준히 경험을 축적해서 키워온 결과로 나중에 꽃이 핀 건데, 미래를 그런 관점에서 보고 있지 않은 듯 합니다.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서 여전히 메모리반도체만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하려면 갈 길이 굉장히 멀고 험하니 도전을 주저하게 됩니다. (255쪽, 시스템업체의 소재부품업체 수직계열화 방식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 - 김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