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레즈가 지휘한 음악의 특징은 맑은 사고, 투명한 악기의 음향, 그리고 정확한 리듬이다. 표현의 순간은 곡 전체의 흐름에서 살아있는 듯 자연스럽게 도드라진다. 언젠가 그는 '지휘자'라는 말을 '조정자'로, 아니 말라르메의 용어를 빌려 '조작자'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1쪽, 지휘의 거장들)

그는 모더니즘의 이상적인 해설자였다. 덕분에 오케스트라는 드뷔시의 희미하게 아른거리는 소노리티나 바레즈의 난해한 우주까지 표현해 낼 정도로 기술이 향상되었다. 번스타인이 지휘했던 스트라빈스키 연주회의 자유분방함은 불레즈가 이끌어 낸 규율이 잘 잡힌 연주로 대체되어 현대음악의 대가다운 리듬의 정교함을 표현해냈다. (403쪽, 거장신화)

 

드뷔시, 목신에의 오후, 클리브랜드 오케스트라,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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