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의 정치 썰전 - 보수와 진보를 향한 촌철살인 돌직구 이철희의 정치 썰전 1
이철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뉴스를 통해서 보는 정치는 참 한심하다. 심지어는 정치가 이 나라의 걸림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연 그럴까?

 

 정치불신, 그 중에서도 특히 국회에 대한 불신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국회가 잘하는 게 없으니 불신의 강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국회가 왜 못하는지는 짚어볼 문제다. 입법부가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표현처럼 한국은 행정부 우위의 심리적 토대가 아주 튼튼하다. 국회도 국민의 대표로 구성되는 만큼 그들의 판단대로 입법 과정을 처리할 권한을 갖고 있다. 행정부는 잘하려고 하는데 입법부가 당리당략 때문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식의 이해는 심각한 왜곡이다. 군사독재정권의 잔재다. 헌법에 입법권은 국회에 있다는 산순한 사실에 비춰보더라도, 입법부는 행정부가 하는 일에 열심히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과거 정통성이 부족한 군사정권의 독재자들은 입법부를 거수하는 '통법부;로 만들었다. 걸핏하면 날치기를 일삼았다. 몸싸움이 벌어지는 국회를 누군들 좋아하랴. 국회 불신이 높아질수록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고, 대통령이 국민의 대변자라는 인식은 강해졌다. 군사정부가 아니더라도 대통령은 입법부와 제도적으로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입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수록 득을 보기 마련이다. 그 때문에 행정부는 끊임없이 '지질한'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52쪽)

 

행정부가 하고 싶은 일은 입법부인 국회에 발목이 잡히고, 사법부가 입법부의 구성원인 국회의원들의 범죄 등 치부를 드러낼때면 과연 국회의원들이 왜 필요할까 싶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행정부, 사법부가 자기멋대로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입법부 즉, 국회가 꼭 필요하다. 국회에 대한 증오가 넘칠 수록 덕을 보는 이들은 따로 있다.

대통령제는 삼권분립, 특히 입법부와 행정부 간의 제도적 경쟁을 전제로 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모두 보통선거를 통해 선출되기 때문이다. 이중적 정통성이다. 그 때문에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국정 운영을 놓고 경쟁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대통령제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자 단점이다. 둘이 극단적으로 대립할 경우 이를 해소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 두 기관의 대립을 파국으로 이끌지 않도록 하는 거의 유일한 동력이 바로 여론이다. 여론의 압박을 의식해 이러다가 다음 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계산으로 타협이 이루어진다. 미국은 대체로 이런 방식으로 이 제도의 단점을 해결해왔다. 한국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정계 개편 또는 탄핵이었다. (51쪽)

 

이 국회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정당정치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은 기본적인 정당이라 하기 어렵다.

회사의 오너가 '내 회사 내 마음대로 하다'는 생각은 틀렸다. 전근대적 사고다. 일반 기업도 이럴진대 하물며 개인의 사유재산이 아닌 정당은 더더욱 개인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정당은 사유재가 아니라 공공재다. 정당에 국민 세금을 지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의 새누리당이 있기까지 얼마나 큰 공헌을 했든, 자신이 얼마나 새누리당을 아끼든 상관없이, 당은 그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사적소유물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그것은 공당公黨이 아니라 사당私黨이 된다. (138쪽)

 

대한민국의 여당은 현재 박근혜 개인 사당에 가깝다.

그렇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무능하고 게으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행해진 국정원의 대선 개입에 줄기차게 매달렸다. 정보기관의 대선 개입은 국기 문란의 행위다. 어떤 경우에도 합리화딜 수 없는 부벙이다. 그런데 그첢 중요한 사건에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지 않는 것'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당황했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터져도 유권자, 특히 야권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4·29 재·보궐 선거 때 투표장에 적극 나오지 않은 현상에도 그들은 당황스러워했다. 상대가 잘못하고, 그를 악마로 지목하기만 하면 유권자들이 분노의 응징 투표에 나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짧은 생각이다. 악마화와 음모론은 무지르 숨기는 변명이자 위험한 자위다. 사태의 본질을 정확하게 규정하고, 상대방의 그것과 차별화되는 해법을 선명하게 제시하는 등 유권자가 투표 동기를 갖게 만드는 것은 정당의 몫이다. ... 이런 역량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말 무능하고 게으르다. (248~249쪽)

 

이렇게 계속 진보(?)가 무능하다면 미국, 영국처럼 되어 버린다. 여야 할 것 없이 보수, 기업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말이다. 그런 것을 막기 위해서는 강한 야당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처럼 반정부 노선보다는 전략과 리더십이 필요하다. 의제를 선점하고 추진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한 개인의 노력에 의해 인생의 성패가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격차 때문에 개인의 노력은 애당초 변수조차 되지 못하는 현실, 이것을 두고 요즘엔 '헬조선'이라는 말까지 쓴다. 암울한 현실에 눌려 자기 자신을 쥐어짜며 자학하지 말고 더불어 손잡고 함께 나서야 한다. 고립된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함께하는 노력과 사회적 해법이 바로 정치다. 정치를 통해 우리 삶을 바꿔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정치를 외면하고 좋은 사회나 내 삶이 편안한 복지국가를 만들 수 없다. 이제 정치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10쪽)

 

* 책을 읽는게 그렇게 편하지는 않다. 박근혜나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은 이미 많이 접했지만, 새정치의 민낯을 보는 것은 마음 편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비판을 받아들여 이겨나야 한다. 물론 586친노꼰대들이 장악한 새정치가 과연 극복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민주당은 참 무능하다. 정치는 크게 선거 정치와 일상 정치로 나눌 수 있다. 대충 짚어봐도 2004년 총선 승리 이후 숱하게 치른 선거에서 거의 대부분 패배했다. 패배 친화적 정당 또는 만년 야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일상 정치는 어떤가? 128석이란 거대 의석을 거느린 정당임에도 자신들의 정체성에 맞는 정책을 입법화시킨 예가 없다. 선거 정치와 일상 정치 모두에서 역사상 이처럼 무능한 정당이 있는지 의문이다.(223쪽)

 총선과 대선 연패가 두 차례나 있었는데, 그 패배 후에도 야당에선 새로움이 낡음을 대체하려는 치열한 시도, 즉 세대교체의 시도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1980년대 학생운동 출신의 당내그룹이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386이 486을 지나 586으로 접어들었건만 무얼 남겼는지 기억이 희미하다. 찬란했던 숭고함은 어디가고 따분한 무능으로 허벅지 살만 불렸다. ...
친노 대 비노의 퇴행적 갈등구도는 굳...건하게 유지되었다. 친노 대 비노의 진영 대결은 돌부처도 돌아앉게 할 정도의 꼴사나운 드잡이 행태를 비호하는 숙주였고, 새 인물의 등장을 막는 방벽이었다.(231~23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