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합시다
이철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야당과 여당, 그리고 각 정당내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움질이다. 꼴보기 사납나? 난, 싸움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뭐 새누리당이야 사람으로 모이니 정책 보다는 사람들간의 헤게모니 싸움일 것이고,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은 각 계파마다 생각이 다르다. 당연히 싸움이 날 수 밖에 없는 구조 아닌가. 사람도 지역문제를 우선에 두는 사람이 있고, 경제문제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듯이 말이다. 열심히 싸우는 게 정치인의 바른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런 싸움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누가 생떼를 쓰는지, 누가 다른 생각을 하는지 들여다 봐야 할 것이다.

의회는 원래 시끄러운 도떼기시장이다. 지역에서 각 세력과 대표들이 와서 자원을 배분받기 위해 법을 만드는 이곳에서는 서로 많이 가져가기 위해 싸울 수 밖에 없다. 비록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더라도 말이다. 싸운다는 것은 노력한다는 뜻이다. 국회에 모인사람들은 개인이 아니라 대표성을 가진 사람이며, 따라서 누군가의 이익을 지켜줘야 할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싸워야 한다. (16쪽)

 

우리나라 진보의 역사는 짧지 않다. 보수가 오랫동안 권력을 잡아서 그렇지, 진보 역시 오랫동안 존재한 엄연한 정치집단이다. 그러나 최근의 선거를 보면 지고만 있다. 김대중, 노무현의 리더십을 넘어서는 인물도 보이지 않고, 정책도 시민과 유리되어 있다. 자신들만의 세상에 갖혀 버린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 최근 안철수의 탈당으로 새정치에 사람들이 모여들고는 있지만 내부의 혁신이 없는 새정치가 어떤 정책이나 리더십을 보일 지 걱정된다.

 

진보는 자신이 옳은 쪽, 선한 쪽이라는 믿음이 교조로 굳어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러한 사고방식이 진보에 팽배해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선거 때 마다 '어떻게 박근혜에게 표를 줄 수 있느냐'는 식의 얘기를 꺼내 든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유권자에게 투표는 가치의 문제가 아니었다. 누가 선이고 악이냐를 따지는 과넘이 아닌 누가 현실적인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까를 가리는 관점에서 '왜 박근혜를 좋아할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했다.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이라고 얕보고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대중을 욕할 게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탓해야 한다. 독재자의 딸에게 표를 던질 정도로 진보가 못났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19쪽)

 

 

 2000년대 이후로만 보면 의제도 잘 설정하는 등 시민에 대한 전략, 선거에 대한 전략은 진보보다 몇 수 위다. 시민들이 원하는 바를 콕 집어낸다. 하지만 태생적 한계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대한민국 보수의 뿌리는 생각보다 깊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시대의 사림, 그중에서도 노론이 대한민국 보수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왕조 500년 중 300년 가까이 집권한 노론은 조선 말 나라를 잃자 곧 친일파로 변신한다. 해방 이후에는 김구 중심의 통일 노선과 충돌하는 이승만 중심의 단정 노선의 주축이 되는데 이들이 바로 친미 세력으로 발전한다. 이처럼 노론, 친일, 단정, 친미로 이어지는 일련의 세려이 대한민국 보수의 역사, 보수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근대사로 들어오면 이들은 '성장'이란 아젠다를 내세운 산업화 세력으로 발전한다.
...
북한을 공포의 대상으로 이용하는 반공논리는 한편으로는 야당을 믿을 수 없다는 논리로 발전하기도 한다. 자신의 장점을 내세우기보다는 여전히 상대를 부정하는 논리로 자신의 정당성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보수의 태생적 비극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대한민국의 보수가 승승장구하는 것은 도대...체 왜일까? 이런 논리가 그나마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산업화와 고도성장 덕분이다. 보릿고개를 넘겼다는 자부심은 보수의 존재 이유가 됐다. 문제는 이것이 생명을 다했다는 것ㅇ다. 우리 사회의 담론은 산업화를 거쳐 이미 민주화로 넘어간 지 오래다. 그런데 보수는 산업화 이후 다른 어젠다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여전히 헤매고 있는 것이다.
....
지금의 새누리당은 역대 여당 중 가장 공격적인 여당이라 할 만하다. 야당도 아닌 여당이 싸우기를 좋아하는 것은 긍정적인 자기 플랜이 없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시대 담론을담보하지 못한 부작용이 지금의 호전적인 여당을 만들어냈다. (107~109쪽)

 

이명박 정부를 넘어 박근혜 정부에서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관료사회의 부활이다. 행정부를 입법부, 사법부의 위에 두는 행포 역시 관료사회와 다르지 않다.

관료 중심의 국가 발전은 어느 정도의 소득수준으로 성장하는 데는 매우 유효한 전략이다. 조직이 전문화될 수록 더 큰 역량이 발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 접어들어 사회가 다원화되기 시작하면 관료 중심체제는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법안을 만들어내는 전문적인 테크닉보다 서로의 입장이 상충되는 이해관계자들이 집단적으로 자기 의견을 표출하고 걸러내는 작업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다름의 문제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은 전문화된 관료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 일은 행정부가 아닌 의회의 몫이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표자들의 논의를 통해 걸러져야 한다. 따라서 한 사회가 발전할 수록 관료의 손에서 선출직 대표에게로 권한이 넘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210쪽)

 

사실 관료주의의 결과는 1997년 IMF 경제위기였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 박근혜 정권에서 부활한 관료주의 이명박정권에서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박근혜 정권에서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고, 나라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관료주의의 폐해를 시민들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가난한 홍길동이 자기 삶을 바꾸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뿐이다. 하나는 개미처럼 일해서 열심히 부를 축적하는 것, 흔히 말하는 아메리칸 드림이다. 개미처럼 일하면 성공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자신을 채찍질하는 자기계발서가 유행하던 시대, 이른바 국민성공시대도 있었다. 성패의 기준을 내 노력에서 찾는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러한 시대에도 성공하는 사람은 소수였을 뿐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실패를 맛봐야 했다. 사회가 발전하면 발전할 수록 계층간의 이동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소득의 양극화가 심해져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을 볼 수 없다.

 

이런 현상은 아메리칸 드림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자 자기계발서가 퇴조하고 인문사회 서적이 부상했다. 개인의 실패에 대한 문제를 사회구조 속에서 찾고자 하는 노력이 나타났다. 개인의 행불행의 문제는 이제 사회적 해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외침이 커졌다. 제레미 리프킨의 비유를 빌리면, 아메리칸 드림이 아닌 유러피안 드림을 꿈꾸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사회를 꿈꾼다면 경제와 정치의 긴장관계는 더욱 첨예해질 수밖에 없다. 정치는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차원에서 삶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결국 정치 시스템을 이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64쪽)

 

 

이 책을 읽는다면 우리나라 정치를 한번에 읽어낼 수 있다. 그리고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은 어떤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는지도 보이고, 지역감정의 근원을 알수 있는 등 참 유용하다. 그리고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를 무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랄 같은 사실은 내가 정치를 외면할수록 누군가 이득을 보고 있다는 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사회의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은 몇 가지 안 된다. 시위에 나서는 직접적 행동도 있고, 단체를 만들어 활동할 수도 있지만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 중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쉬운길이 투표나 정치참여다. 어차피 내 삶에 영향을 주는 법률은 국회에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그 국회에서 내 입장을 살펴서 법을 만들도록 하는게 유효한 방법이다. 내가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회적 결정이 미뤄지지는 않는다. 많이 가진 이들이 더 열심히 투표하는 현상에서 알 수 있듯이, 불행하게도 정치는 참여하는 이들의 의견만 반영되기 마련이다. 결국 내 삶을 돕겠다고 하는 정당과 후보에 표를 주고, 지지를 보내는 정치참여야 말로 내 삶을 바꾸는 가장 쉽고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그래서 싫어도 외면해선 안되는 것이 정치다.(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