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스타일이다 - 책읽기에서 글쓰기까지 나를 발견하는 시간
장석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읽기와 쓰기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17쪽)

 

맥락의 독서법은 이것과 저것, 이 세계와 저 세계 사이의 상호 관련성을 이해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삶과 세계에 대한 인식을 깊게 만든다. ... 문장의 수사법과 기교를 익히기 전에 먼저 다양한 맥락으로 책을 읽어야 하는 까닭이다.(19쪽)

 

책읽기는 나와는 다른 타자와의 접속, 그리고 세계와의 접속을 의미한다. 아울러 책읽기는 "자신의 무의식을, 그 욕망을 텍스트에 직접 접속하는 것"인데, 마치 "찌르듯이, 어쩌면 찔리는 듯 이루어지는 접속"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강렬한 경험이다. 즉 진짜 제대로 된 책을 읽는 일은 의식과 무의식에 텍스트가 찌르듯이, 혹은 찔리는 듯이 밀려들어오는 것이고, 자기고 모르게 제 안의 인지적 지형을 바꾼느 압도적인 경험인 것이다.(24쪽)

 

책 속의 이야기들이 우리 삶에 겹쳐질수록 우리 경험의 시공은 무한대로 확장된다. 책읽기는, 즉 유한한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서 우리에게 몇 겹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준다.(25쪽)

 

내 경험에 비춰 말하자면, 세상의 하고 많은 일들 중에서 책읽기를 선택하는 것은 취향의 문제이기보다는 본능이지 운명이다. 책읽기를 선택한 사람들은 제 삶의 작은 틈새들과 주름들 안으로 숨어서 남들이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삶을 사는 자들이다.(25쪽)

 

 

추상 개념들과 관념들을 무작정 따라가지 말라는 것이다. 그보다는 구체적 경험에 귀를 기울여라. 경험이 만들어내는 삶의 이야기, 경험이 들려주는 지혜의 말들, 풍부한 독서를 통한 다양한 간접경험. 이런 것들이 글쓰기의 아주 중요한 자산이다. (77쪽)

 

 

눈으로만 글을 읽는 게 아니라 언어의 소리 그 자체를 즐기는 게 중요하다. 언어란 메세지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언어 자체가 메시지이다. 언어의 형식은 소리이다. 운문뿐 아니라 산문에서도 말의 소리와 리듬은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메시지에 더 큰 주의를 기울인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말의 소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언어는 의미와 소리가 결합된 것이기 때문이다. 음악성이나 의미는 홀로 고립될 수 없다. 즉 두요소가 하나로 결합되었을 때 비로소 좋은 문장이 만들어진다. (104쪽)

 

또 하나 유의해야 할 것은, 문장뿐만 아니라 각 문단 간에도 리듬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문단은 문장들의 한 묶음으로, 하나의 생각, 하나의 주제를 이루는 단위이다. 글의 흐름이 달라지는 곳에서는 꼭 문단을 나누어야 한다. (105쪽)

 

시는 즐거움을 주는 언어의 놀이이다. 있음의 오롯함이고, 그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어떤 시는 사물을 꿰뚫고 지나가는 직관의 순간을 보여주고, 어떤 시는 상상력의 다채로움과 오묘함을 보여준다. (167쪽)

 

 

스타일이란 작품의 내적 구정 원리요, 형식을 지배하는 원칙이다. 작가의 의지와 개성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게 좋은 스타일이다. 작가의 스타일이란 바로 작가 자신이다.(194쪽)

 

바흐의 음악과 베토벤의 음악이 다르다고 느낄 때 그것은 두 거장의 음악 스타일이 드러내는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처럼 당신이 무엇을 아느냐는 핵심적인 요소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어떤 사람이냐 하는 것이다. 스타일은 당신이 어떤 사람이냐 하는 바탕과 관련이 있다. 당연히 스타일은 작가의 개성과 기질의 차이에서 달라진다. 스타일은 그런 바탕 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며 그 사람의 전부를 말하는 것이다. 글쓰기가 스타일인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195쪽)

 

김연수의 문장들은 보고 겪은 것들에 대한 반향을 품어 안는다. 그 문장들은 감각적인 디테일에서 돋보인다. 그에게 소설 쓰기는 한마디로 "감각적인 표현으로서의 치환"이다. 그는 사물과 현상들, 그리고 사람의 일들을 감각의 그물로 포획해서 디테일이 풍부한 문장으로 그려내는데, 그게 바로 김연수의 스타일이다.

 

문장이란 시간의 압축이고, 시간의 경과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의 메아리를 경청하는 일이다. 그것은 욕망과 동기들의 화음을 듣고 받아 적는 일이다. 범박하게 말하자면, 작가란 날마다 무엇인가를 쓰고 고치는 사람을 뜻한다.(198쪽)

 

 

글쓰기란, 문장의 예술이자 기술이며 제작이다. 누구나 훈련을 쌓고 연습을 하면 좋은 문장 쓰는 법을 익힐 수 있다. 단, 그것을 배우는 데는 일생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렇다 할지라도 지레 포기하지 마라. 글쓰기는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공부요, 평생 그것을 배울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일이다.(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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