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즐거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면서 새로운 생각을 만든다.(8쪽)

또한 글쓰기는 소통과 검증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 기회를 이용한 건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글쓰기의 즐거움을 누리는 분들이 많아지길 기다린다. (뒷표지)

 

왕성한 글쓰기를 보여주는 강준만이 들려주는 글쓰기의 즐거움이다. 그런데 막상 들여다 보면 즐겁지 않다. 제대로 된 글을 쓴 다는 것이 쉽지 않다. 각 챕터마다 사례들을 보여주는데, 낯 뜨겁다. 내 글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런 문제가 보이지 않지만, 치열하지 않고, 문제의식이 없는 글들이 너무 많다.

 

일단 글은 쉽게 써야 한다. 물론 전문가들, 특히 대학교수 중에는 대중을 위한 책을 썼다고 폄하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은 글은 쉽게 써야 한다. 앞에서 말한 것 처럼 쉽게 쓰는 것은 완전히 이해했다는 것을 뜻한다.

 

중고생을 가르쳐본 경험이 있는 대학생이라면 알고는 있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걸 느껴봤을 것이다. 글쓰기는 그런 설명을 위한 표현 연습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사고력까지 키울수 있다.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121쪽)

 

그럼, 글쓰기를 위해 본격적으로 공부해 보자면, 강준만은 신문 칼럼을 말한다. 되도록이면 신문으로 읽기를 권한다. 칼럼은 한정된 지면에 문제제기와 논리와 함께 들어있다. 압축적 글쓰기.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칼럼을 공부하자.

때마침 아주 좋은 책이 출간되었다. '정의를 부탁해'

 

신문 사설의 최대강점은 '압축적 글쓰기'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그것 하나만으로도 배울 게 아주 많다. '비판적 읽기'를 통해 신문 사설의 강점을 최대한 이용하자. ...

다시 말하자면, 인터넷으로 사설을 대충 읽는 건 별로 도움이 안 된다. 밑줄 그어가며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읽는 등 아날로그식으로 공부하는 게 좋다. (33쪽)

 

글을 쓰다보면 조심해야 될 것이 큰 틀과 작은 세계가 혼동해서는 안되는 것이고, 그 둘을 아우를줄 알아야 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하다. 저자가 배경지식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것도 그런 이유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세부적으로 볼 수 있고, 또 큰 틀로도 볼 수 있다.

 

가장 바람직한 건 필요에 따라 '거시'와 '미시' 담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사회현상을 분석할 때에도 탁월한 안목을 제공해준다. 사회현상을 분석할 때에도 탁월한 안목을 제공해준다. 사회현상을 거시적으로 보고 미시적으로도 보는 이른바 '차원구분'을 시도해보자.

...

문명 차원에선 한국이 다양하고 미국이 획일적이다. 반면 일상 차원에선 한국이 획일적이고 미국이 다양하다. 이렇게 차원 구분을 해 줘야 교통정리가 제대로 된다.

...

한국인은 대단히 개방적인 동시에 대한히 폐쇄적이다.

...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거대담론' 편향성에 대한 경계다. 거시와 미시, 추상과 구체를 동시에 사랑하자. 그것들은 서로 가로지르면서 뒤섞이기도 한다는 걸 유념하자. 세상은 예술이다. 복잡하게 보자. 역설 같지만 그래야 단순하게 이해된다. 처음부터 단순하게 보면 뒤죽박죽이 돼 세상을 이해하는 걸 아예 포기하게 된다.(90~91쪽)

 

종종 논쟁적 글이 확 다가온다. 하지만 강준만은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막싸움이 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금은 당황스럽다. 논쟁적 글쓰기에 앞장선 강준만이 이런 소리를 하다니. 잘 생각해보면 강준만은 논쟁적 글쓰기에서도 최대한 냉정을 유지하려고 했던 것 같다. 

 

논쟁적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은 모름지기 몰입의 쾌락을 만끽하는 동시에 그 위험도 경계해야 한다. 몰입은 그 어떤 장점에도 불구하고 시야를 좁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넓게 보고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성찰없는 논쟁적 글쓰기는 글로 하는 막싸움에 다름 아니다.(146쪽)

 

강준만의 책에서 가장 관심있게 본 부분은 책의 첫부분이다. 글의 특성이 살아나지 않는 글들, 긴장이 없는 글들.

뭐랄까 리듬이라고 할까. 강하게 쳐주고 약하게 받쳐주고. 실상은 쉽지 않다. 회사에서 글을 쓰건, 사회에서 글을 쓰건, 뭔가 표준 특색없는 일반적인 글로 흘러버리고 만다. 긴장감 있는 글을 쓰고 싶다.

 

팽팽한 긴장은 추리소설만의 필수 요소가 아니다. 논술문이라도 글의 흐름을 살려야 논리가 부각된다. 채점자는 흐름이 끊긴 글을 두세번 읽어가면서 일관성을 찾아내줄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흐름은 곧 팽팽한 긴장이다.(62쪽)

 

이 책이 글쓰기 공부에 좋은 것은 사례를 들어 설명하기 때문이다. 각 글쓰기 팁마다 그에 맞는 사례들이 있다. 얼핏보면 문제없어 보이는 글들이지만, 설명을 듣고 보면 문제가 있다. 그래서 글쓰기의 교본이다.

 

사례1 :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학법 개정안의 반대파들이 그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대부분이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

 

사례2 : 그들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이유는 위에 열거한 부정축재의 도구들이 공개되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례1)의 경우 '억지 주장'은 누가 봐도 '억지'라고 생각하게끔 차분하게 논박하면 된다. 예의를 갖춰 논박할수록 설득력은 더 높아진다. 굳이 내가 나서서 '억지'라고 말할 필요도 없고 또 그래선 안된다.

 

(사례2)의 글쓰기는 개정안 반대자들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왔는가? 아니다. 그렇게 짐작하는 것 뿐이다. 반대자들의 이유가 다 똑같진 않을 것이다. 나름의 정당한 이유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도 위와 같이 욕먹어야 한다는 건 지나치지 않는가?(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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