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두 명의 대통령을 경험하고 있는 지금, 두 분 대통령이 그리워진다. 국민을 봉으로 생각하는 그리고 왕과 백성으로 생각하는 대통령을 보니, 국민을 존경하던 대통령이 그립다.

 

이 책은 글쓰기 교본과 같은 책이다. 그런데 두 분 대통령의 향기가 곳곳에 배여있는 책이다. 대통령에 대한 부분을 빼면 교과서와 같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퇴고의 과정이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자리에서 이 얘기를 하는게 맞는가 하는 것이었다. 바로 주제의 적절성 여부다.
  • 두 번째 주안점은 주제가 명확하게 전달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 세 번째는 글의 전개에 무리는 없는가 하는 것이다.
  • 네 번째는 내용상의 보완이다.
  • 다섯 번째는 표현상의 문제다.
  • 여섯 번째는 오류 찾기다.
  • 일곱 번째는 독자나 청중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것들이다.

 

고치는 과정에서 생각해야 할 것들이다.

  • 오류는 틀림없이 있다.
  • 철저히 독자가 되어야 한다.
  • 잠시 묵혀둬야 한다.
  • 소리 내어 읽어 보자.
  •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자.

이렇게 글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어떻게 전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용적인 가이드가 담겨 있다.

 

글쓰기의 기본은 독서다. 글쓰기와 관련된 책들의 공통적인 부분이다. 만약 독서의 중요성을 담고 있지 않다면 그런 글쓰기 책은 그냥 버리면 된다.

독서와 글쓰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책을 읽지 않으면 생각할 수 없고, 생각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다. 따라서 독자없이 글을 잘 쓸 수 없으며, 글을 잘 쓰는 사람치고 책을 멀리하는 사람은 없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이 그랬다.

김대중 대통령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특히 감옥에서의 독서로 유명하다. 옥중에서 보낸 편지 말미는 매번 '다음 책을 넣어주시오'로 끝났고, 10~20권의 도서 목록이 적혀 있었다. 정치·경제는 물론, 철학·신학·역사·문학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

청와대 관저에는 큰 방 하나가 책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김대통령은 도저히 읽을 시간이 나지 않으면 비서실에서 보고한 책 요약본이라도 찾아 꼼꼼히 읽었다.(46~47쪽)

 

노무현 대통령도 책 읽기를 좋아했다. 좋아한 정도가 아니라 열정적으로 책을 읽었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책부터 사서 공부합니다. 컴퓨터도 컴퓨터를 만지기 전에 책부터 읽었고, 낚시를 배울 때도 책부터 먼저 봤습니다."<노무현 등, '노무현:상식 혹은 희망' 행복한 책읽기>

···

노 대통령 주위에는 늘 책이 있었다. 하루에 한 쪽이라도 읽었다. 책 읽는 게 일상 그 자체였다.

···

퇴임해서는 책에 더욱 빠져 들었다. 찾아오는 사람들과 책을 놓고 토론하는 것을 즐겨했다. 윤태영 전 부속실장의 말이다. "봉하 사저의 대통령 자리 앞에는 언제나 책들이 수북이 놓여 있었다. 대통령은 끊임없이 책과 자료를 찾았다. 책 한권을 읽고 나면 그 속에서 다시 두 권의 책을 찾았고, 심지어는 외신에 등장하는 기고들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독서가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더욱 치열하게 하고 생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었다."

(48~49쪽)

 

책을 읽는 대통령 자랑스럽다. 그런데 지금은...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과 관련해 연설비서관들에게 전달해준 메모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각하는 방향을 알 수 있다.

"집중적으로 강조할 것은 강조하고, 그와 같은 논리의 선상에서 비슷한 유형을 나열할 때에는 제목만 나열해주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을 쓰는 데 있어 집중 부분이 좀 떨어지고 나열 부분이 너무 느슨하게 길게 돼 있습니다. 좀 더 집중력을 발휘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은 더 깊이 들어가고, 나열 부분은 좀 덜어내는 쪽으로 정리를 해봅시다."(110쪽)

 

"무엇 무엇이 필요하다고 죽 나열해 놓고 하나씩 하나씩 설명한다든지, 받아치고 되친다든지, 그런 입체 구조 없이 넘어가면 글이 밋밋해집니다."(111쪽) 

 

글쓰기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것 중에 하나는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의 글쓰기 강의에는 리듬이 들어간다. 소리내어 읽어보라는 것이다.

글에는 자기만의 리듬이 있다. 음악의 리듬을 타듯이 툭툭 치고 가다 길게 가고, 다시 짧게 가는 것이 글의 리듬이다. 자기 글의 리듬은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으면서 귀로 들어봐야 알 수 있다. 소리 내서 읽어 보자. 리듬이 안 맞으면 왠지 어색하다. 어색하게 들리는 글은 읽기도 어렵다.(113쪽)

 

글을 쓰면서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횡설수설하게 되는 것이다. 지은이 강원국씨는 첫째 쓸데 없는 욕심을 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욕심 때문에 길어지고, 미사여구가 많아지고, 지식을 내보이려 하다 보니 공허해진다. 횡설수설하는 두번째 이유는 할 이야기를 모르기 때문이다. 주제를 제대로 잡고, 글의 구조, 뼈대를 잘 세우고, 명료한 문장을 써야 횡설수설하지 않게 된다.

 

글쓰기에서 주의해야 할 다른 하나는 바로 지식의 저주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자꾸 말하고 싶어하는.

'지식의 저주'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단순한 문제를 말하는 데는 지식이 필요하고,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말하는 데는 내공이 필요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는 것은 쓰고 싶다. 힘들게 쓴 것은 버리기 싫다. 지식의 저주는 마지막까지 글 쓰는 사람을 괴롭힌다.(179쪽)

 

<대통령의 글쓰기>는 8년간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했던 이에게서 듣는 글쓰기 노하우이다. 서로 다른 성향의 두 분 대통령의 연설 스타일 비교를 통해 다양하면서도 공통적인 글쓰기를 전해 들을 수 있는 기회다. 글쓰기 일단 이 책은 한번 읽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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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1 19: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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