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의 문장 2 - 자유롭고 행복한 글쓰기란 무엇일까 한국어 글쓰기 강좌 2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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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문장2는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좋은 글의 예로 평론가 고 김현의 <말들의 풍경>을 설명한다.

 

13쪽에서 23쪽까지 김현에 대한 설명을 하고, 24~26쪽은 <말들의 풍경>을 시작하며 라는 글을 그대로 옮겼다. 그리고 27쪽부터 47쪽까지 함께읽기라는 제목으로 설명을 한다. 해제를 한다고 할까.

 

"그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마치 빛의 움직임에 따라 물의 색깔이 변하듯 변한다."

 

여기서도 절묘한 비유를 했습니다. '빛의 움직임에 따라 물의 색깔이 변하듯!' 이런 비유를 생각해내기 참 어렵습니다. 내용적으로는 앞문장의 뒷부분에 상응합니다.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1년 전의 마음, 2년 전의 마음, 3년 전의 마음, 다 다르니까 미적 감수성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34쪽) 

 

독해 강의를 제대로 받는 느낌이다.

 

글쓰기를 하면서 놓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리듬이다. 문장의 리듬, 문단의 리듬. 많은 이들이 글쓰기를 이야기하지만 몇 몇은 시 읽기를 이야기한다.

 

글쓰기 비결 하나를 말씀드리자면, 시를 읽으라는 것입니다. 시를 읽는 것은 산문을 섬세하게 쓰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 시인들은 소설가나 에세이스트 같은 산문가들보다 말을 고르는 데 굉장히 신중하거든요. ...

시를 읽다보면 말의 리듬감이 몸에 배게 됩니다. 시는 일차적으로 리듬의 예술이니까요. 그래서 산문을 쓸 때도 리듬감 있는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산문이라고 해서 리듬이 없는 게 아닙니다. 미학자 진중권 씨나 영화평론가 허지웅 씨 같은 이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자기들은 글을 쓴 다음에 한번 소리 내어 읽어본대요. (54쪽)

 

시가 갖는 강점음 바로 리듬이다. 단어의 쓰임이다. 그리고 상상력이다. 최대한 짧은 글안에 표현해야 되기 때문에 종종 제약을 벗어난 단어, 표현이 나온다. 글쓰기를 잘 하려면 시를 읽어야 한다.

 

 

글쓰기는 사람마다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구별짓기'로 설명할 수 있는데, 글쓰기 스타일이다. 작가들은 저마다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고종석이 들려주는 나쁜예와 독특한 스타일이다.

 

전혜린 : 구별짓기의 나쁜 예

전혜린이 남긴 글들은 구별짓기의 가장 나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했을 법한 것을 자기가 경험하고 나서, 정직하게 기록하지 않고 속된 말로 완전히 '뻥을 쳐서' 글을 썼다는 것. 그래서 저는 전혜린의 글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실 아주 나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121쪽)

 

양주동 : 독보적 문체를 통한 구별짓기

산문이 아주 독특합니다. 그 누구도 흉내 내기 힘들 만큼 독보적인 한문체 스타일이에요.

이 분 또래의 한국인이라면 대개 어릴 때 서당에서든 부모에게서든 어느 정도의 한문은 배웠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 사람들이 모두 다 양주동 선생처럼 한문투로 산문을 쓰진 않았거든요. 이분이 좀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말하자면 한문투로 다른 사람들과 구별을 지으신 거죠.

저는 양주동 선생의 산문을 좋아합니다. 제 문체와는 완전히 다르지만, 제가 흉내도 낼 수 없는 문체지만, '이런 게 바로 문체구나, 스타일이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정말 양주동만의 문체죠. 이렇게 자신만의 문체를 확립한 사람을 스타일리스트라고 합니다. (123쪽)

 

피천득 : 어느 스타일리스트의 치명적 한계

피천득 선생은 잘 알려진 스타일리스트입니다. 테크닉이 뛰어나고 자기 스타일을 확립한 분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스타일에서 일가를 이뤘다 해도 그 내용이 천박하면 좋은 글이라 할 수 없습니다. 꼬마 때 읽으면 "와, 이분 글 잘쓰네"하겠지만 조금만 크면 바로 알게 되죠. "그 메마른 시대, 1920년대에서 1940년대를 이 사람은 저런 헐벗은 내면을 지니고 살았구나"하고요.

스타일만 가지고는 마음의 천박함을 숨길 수 없습니다. 그러니 올바르고 기품 있는 마음을 지니는 것이 제일 좋고, 그렇지 못하다면 그 천박함을 드러내지 마시기 바랍니다. 글이 곧 사람이라는 격언은 틀린 말이지만, 사람들은 대개 그 글로 사람을 판단합니다.(127쪽)

 

 생각해보면 천박한 사람들이 있다. 한국어를 가장 아름답게 구사한다는 고 서정주시인은 '해방이 빨리 올줄 몰랐다'라고 했다. 스타일을 좋지만 생각이 바르지 않은 작가. 옳지 않다.

 

 

글을 쓰다 보면 항상 마주치는 문제는 바로 첫문장이다. 고종석은 첫문장을 쓰는 방법으로 주제와 관련된 경험과 글거리를 모은 것 그리고 에피소드를 생각해보라고 한다. 정 없다면 사전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첫문장 항상 고민이다. 

 

 

또 다른 글쓰기의 방법으로 전략적 글쓰기가 있다. 주로 남들을 비난하는 말인데, 으르렁말, 그르렁말이 이에 해당한다. 바람직한 글에는 써서는 안되겠지만 전략적인 글에는 유용하다고 한다.  

 

전략적 글쓰기의 방법 하나는 이 으르렁말과 가르랑말을 잘 쓰는 거에요. 보수세력이 한국의 자유주의 세력이나 진보세력을 욕할 때 흔히 '종북'이란 말을 씁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 사람들이 비난 대상을 종북이라고 여겨서 그 말을 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문재인은 종북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실재로 문재인 씨가 북한에 종속되어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다만 이 종북이라는 으르렁말은 분단 상황에서 굉장히 효과가 있거든요. ... 으르렁말은 비난의 효과를 최대화합니다.(200쪽)

 

 

<고종석의 문장2> 역시 1권과 마찬가지로 본인의 책 <자유의무늬>를 통해 실전 연습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이런 레드 콤플렉스가 적어도 외양으로는 일거에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그 금기해제 작업의 중심에 붉은 악마가 있다. " <자유의무늬>, 16쪽

 

접속부사 '그리고'를 빼도 좋을 거 같습니다. 접속부사라는 건 '그리고/그러나/그런데'처럼 문장을 잇는 조사를 가리키는 용어에요. 영어에서는 여기에 해당하는 말을 접속사라고 하는데, 한국어 학교문법에서는 접속부사라고 부릅니다. 아까 말씀드렸듯, 이 접속부사를 빼도 말이 된다 싶으면 빼세요. 글에 긴장감을 줄 수 있습니다. 접속부사를 문장 앞에 자꾸 붙이면 글이 늘어져 보여요. 이를테면 앞문장과 반대되는 내용을 말해야 하니까 '그러나'를 꼭 넣어야지, 또는 앞문장 내용을 덧붙인다는 걸 나타내기 위해서 꼭 '그리고'를 써야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데 다 일종의 쓸데없는 강박입니다.(68쪽)

 

고종석의 문장1,2 옆에 두고 틈틈히 공부해 봐야 할 책이다.

그러나 그의 최근 트윗이나 글들이 썩 맘에 들지 않는다. 피천득에 대한 비판이 자꾸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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