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고르는 기준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인간, 사회, 문화, 역사, 생명, 자연, 우주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개념과 지식을 담은 책이다. 이런 책을 읽어야 글을 쓰는데 꼭 필요한 지식과 어휘를 배울 수 있으며 독해력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

 

둘째는 정확하고 바른 문장을 구사한 책이다. 이런 책을 읽어야 자기의 생각을 효과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문장 구사 능력을 키울 수 있다. 한국인이 쓴 것이든 외국 도서를 번역한 것이든 다르지 않다.

 

셋째는 지적 긴장과 흥미를 일으키는 책이다. 이런 책이라야 즐겁게 읽을 수 있고 논리의 힘과 멋을 느낄 수 있다. 좋은 문장에 훌륭한 내용이 담긴 책을 즐거운 마음으로 읽으면 지식과 어휘와 문장과 논리 구사 능력을 한꺼번에 얻게 된다.(137쪽)

 

 

어휘를 늘리는 동시에 단어와 문장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을 즐기고 익힐 수 있는 책으로는 박경리 선생의 <토지>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 읽기가 부담스럽다면 1부 네 권만 읽어도 된다. 2부 다섯권까지 읽으면 더 좋다. 논리적인 글과 예술적인 글을 서로 다르지만 완전히 다른 건 아니다. 논리 글도 최고봉에 이르면 예술 근처에 갈 수 있다. 수준 높은 문학작품을 읽으면 논리 글쓰기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 굳이 단어나 문장을 암기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읽고 잊어버리고, 다시 읽고 또 잊어버리고, 그렇게 다섯 번 열 번을 반복하면 박경리 선생이 쓴 단어, 단어와 단어의 어울림, 문장과 문장의 연결이 저절로 뇌에 '입력'된다. 그리고 글을 쓸 때 그 단어와 문장을 자기도 모르게 '출력'하게 된다. (138쪽)

 

 

 

 <자유론>에서 밀은 단 하나의 질문을 다루었다. 어떤 경우에 국가나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정당한가? <자유론>은 놀라운 책이다. 우선 내용이 놀라울 만큼 훌륭하다. 개인의 자유와 관련한 중대한 쟁점을 철학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해명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점은 그 훌륭한 내용을 사회에 대한 기초 지식과 평범한 수준의 독해력만 있으면 누구나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썼다는 것이다. 밀은 아무리 심오한 철학이라도 지극히 평범한 어휘와 읽기 쉬운 문장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책을 거듭 읽으면 밀이 구사한 어휘와 문장, 그가 펼친 논리와 철학적 안목을 힘들지 않게 자기것으로 만들 수 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자유론>과 같은 인문학 고전과 교양서를 많이 읽어야 한다.(145쪽)

 

 

 

 

 유럽 산업혁명 이후 몇백 년 동안 과학은 세분화와 전문화의 길을 걸었으며 그런 경향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학문 분야를 잘게 쪼갠다고 해서 인간과 사회, 국가와 역사, 생명과 자연, 지구와 우주의 구조와 작동원리를 더 잘 이해하고 해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나친 전문화 때문에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이 생겼다.

 

이런 문제점을 직시한 학자들은 혼자서 또는 집단적으로 자잘하게 쪼개놓은 학문의 울타리를 뛰어넘으려고 노력했다. '융합', '통섭', '학제간연구' 같은 신조어는 바로 이런 흐름을 대표한다. <코스모스>는 그 흐름을 선도했고 또 대표하는 책이다. 내용이 훌륭한 뿐만 아니라 문장이 아름답기도 하다.(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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