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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잠의 종말
조너선 크레리 지음, 김성호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근대 이후 잠은 해결해야 할 골칫거리 중에 하나였다. 어둠이 오랫동안 깔리는 시베리아 지역의 개발을 위해 소련은 백야를 연구하기도 했고, 미국은 잠을 안자고 비행하는 철새의 비밀을 연구하기도 했다.
목적은 사람들이 잠을 안 자고 지내는 동시에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발견하는 것이다.(14쪽)
잠은 근대의 적이었다. 17세기 중엽이후 철학자들은 잠이 정신적인 활동이 아니라는 이유로 폄하 했다. 잠으로 인생의 1/3을 허비한다는 생각은 여전히 사회에 전반적인 생각이다.
잠이 항상 적으로 취급된 것은 아니다. 산업화의 속도와 더불어 자본주의는 휴식이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정책들을 펼쳐나갔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위기 이후 그리고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산업은 잠과 상관없이 발전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24시간 근무체제를 향해 나가고 있다.
자본주의는 왜 이토록 잠을 못살게 구는 것일까? 잠의 기본적인 속성은 아무것도 안함이다. 사실은 그 동안에 뇌와 몸의 각 기관들은 쉬임없이 역할을 수행하지만 자본주의 입장에서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 게다가 자본주의 큰 장애물이다.
잠은 심오하게 무용하고 본래 수동적이며 생산시간, 유통, 소비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에 24/7 세계의 요구와 언제나 충돌하게 마련이다. 우리 삶의 크나큰 일부분으로서 우리가 가짜 필요의 늪에서 해방되어 잠을 자면서 보내는 시간은 현시대 자본주의의 게걸스러움에 인간이 가하는 심대한 모욕들 가운데 하나로서 존속한다. 잠은 자본주의가 우리의 시간을 도둑질해가는 것을 비타협적으로 방해한다. 인간의 삶에 필연적인 불변의 요소로 보이는 것의 대부분은 상품화되거나 금융화된 형태로 개조되어왔다. 잠은 식민화하여 수익성의 거대한 엔진에 연결해 활용하는 게 불가능한 인간적 필요와 막간의 관념을 제기하며, 그리하여 전 세계적인 현재 안에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변칙이자 위기의 현장으로 남는다. 이 분야의 모든 과학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잠은 그것을 이용하거나 변형하고자 하는 일체의 전략을 좌절시키고 곤경에 빠트린다.(26쪽)
이 책을 읽는 것은 쉽지 않다. 원래 책이 좀 어렵게 쓰여진 것으로 생각된다. 사용되는 단어들도 익숙하지 않고, 그럼에도 이 책이 의미가 있는 것은 일반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잠에 대해 보다 직관적으로 바라보고 있고, 자본주의와의 관계를 명확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어렵지만 읽어봐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