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수다 1 : 뇌 과학에서 암흑 에너지까지 - 누구나 듣고 싶고 말하고 싶은 8가지 첨단 과학 이야기 과학 수다 1
이명현.김상욱.강양구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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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열풍이지만, 오히려 과학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문학자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을 보면 예전 인문학자들은 전부 문화예술가이면서, 수학자이면서, 과학자이면서 철학자였다.

그리고 인문학의 영영이라고 생각했던 인간, 사회에 대한 연구를 이제는 과학없이 생각할 수 없다.

 

뇌 과학의 구루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클 가자니가가 쓴 책 중에 <왜 인간인가>가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자니가는 인간다움의 특별한이 '뇌의 사회성'에서 온다고 주장합니다. 수백만년 공안 인류가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 사회적으로 진화한 엄청난 노하우가 뇌의 회로에 축적되었다고 보는 거죠.

인간은 서로 사회적 행동을 관찰하면서 협동과 경쟁의 양면성, 비사회성의 위험 등을 학습하며 우리 뇌의 사회적 본성을 최적화하는 형태로 발전해 왔다는 거에요. 이런 가자니가의 통찰은 앞에서 살펴본 연구결과와도 통하죠. 인간의 의식이 형성되는 데 타인을 포함한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얘기니까요.

그러니까 의식의 비밀을 파헤치는 뇌과학은 "왜 인간인가?" 바로 이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105쪽, 뇌과학 편)

 

<네이처> 기사에서 재미있는 얘기를 하더군요. 궁극적으로는 생명의 본질이 3D 프린팅이랑 다를 바가 없다는 거에요. 나의 DNA만 넘겨주면 이 DNA를 가지고 나와 유전자를 공유하는 아기가 만들어지잖아요. 그러니까 DNA를 통해서 유전자를 전달하는 생명 현상 자체가 3D프린팅의 한 종류라는 거죠.(248쪽, 3D프린팅 편)

 

과학수다는 과학자들이 모여 과학을 주제로 수다를 떤다. 그런데 기존 과학입문서와는 조금 다르다. 현대 이슈가 되는 과학적 내용들이다. 그렇다고 신변잡기식으로 가볍게 이야기하는 책은 아니다. 핵심이론들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그래서 어렵다. 솔직히 양자역학, 힉스입자 등에 설명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도 읽을만 하다.

 

원자력에 대한 설명이다.

이종필 : 1911년 어니스트 러더퍼드가 원자핵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양전기를 띤 원자핵 주위에 음전기를 띤 전자가 분포하는 원자의 기본구조가 확립되죠. 사실 원자핵의 본질은 양전기를 띤 입자들이 결합력으로 뭉쳐 있는 거에요.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핵에너지의 원천이 바로 이 원자핵을 구성하는 입자들 사이의 결합력입니다.

 

강양구 : 그 결합력이 바로 '핵력'이죠. 그리고 그 핵력이 깨질 때 방출되는 에너지가 바로 핵 발전소나 핵폭탄의 원천인 핵에너지고요.

(198쪽, 핵에너지 편)

 

잘 이해는 안되지만 대충 힉스입자의 개념만 잡아보자면,

이강영 : 전자기장은 완벽하게 게이지 대칭성을 만족시킵니다. 그런데 이렇게 게이지 대칭성을 만족시키는 장(場)이 가능하려면 그것을 매개하는 입자의 질량이 '0'이어야 합니다. 실제로 전자기력을 매개하는 '빛'은 질량이 0이고요.

.....

대칭성이 자발적으로 깨지면서 입자가 질량을 가지는 방법을 발견했어요. 이것을 이른바 '힉스 매커니즘'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바로 이 방법이 가능하려면 꼭 있어야 할 입자가 이썽요.

 

강양구 : 그게 바로 힉스 입자군요!

(181쪽, 힉스 입자 편)

 

과학수다1권은 암흑에너지, 근지구천체, 뇌과학, 양자역학, 줄기세포, 힉스입자, 핵에너지, 3D프린팅을 다루고 있다. 최신물리학이라 할 수 있는 양자역학, 힉스입자에 미래기술을 선도할 3D프린팅에 대한 설명까지 과학에 대한 기본 개념을 설명한다.

 

줄기세포 편에서는 우리에게 환상이었으면서도 일종의 금기였던 줄기세포의 민낯까지 보여준다. 사실 줄기세포는 성체 줄기세포와 배아 줄기세포연구로 나뉘어져 있는데, 줄기세포의 주류는 성체 줄기세포 연구이다. 그러니까 줄기세포 연구의 한 부분에서만 성과를 낸 것인데, 언론은 줄기세포 전체를 한국이 주도했던 것 처럼 꾸며낸 것이다. 황우석을 내세워서..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명현 : 그런데 미탈리포프 박사와 성과를 보도하는 국내 언론이 반응이 심상치 않았죠. 당시 <조선일보> 기사의 제목이 " '황우석 트라우마'에 갇혀 .... 복제 배아 줄기세포 손 놓은 한국"이었죠. 실제로 황우석 사태 이후에 우리나라 복제 배아 연구 규제가 엄격해졌나요? 배아 줄기 세포 연구를 못할 정도로요.

김병수 : 사실과 다른 주장입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규제가 느슨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아까 미국도 연방 정부 기금으로 인간 배아 연구를 하는 건 금지하고 있다고 얘기했었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단 공식적으로 복제 배아, 잔여 배아 등 모든 배아 연구를 허용하고 있어요.
게다가 황우석 사태를 겪고 나서 규제가 강화되기는 커녕 오히려 약화됐죠.

....

황우석 박사가 2,200개, 차병원이 800개. 난자를 3,000개 정도나 쓰면서 인간 복제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할 수 있었던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뿐이거든요. (154쪽)

 

 

류영준 : 성체 줄기세포 연구는, 가톨릭 대학교를 중심으로 인프라를 만들어 선두권을 쫓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가 열세죠.
반면에 배아 중기세포 연구는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새로운 분야였고, 세계적으로 큰 불임 치료 병원이 우리나라에 많아 처음부터 공격적으로 연구했죠. 그래서 선두 그룹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그 때도 세계 최고 수준은 아니었어요. 반복하지만 선두권 정도였죠. 그런데 황우석 박사가 착각을 불러 일으킨 거죠. 우리나라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최고 수준인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마치 최고였던 것처럼 말이죠. (158쪽)

 

과학수다에서 만나는 과학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지만, 마냥 즐길 일은 아니다. 과학계의 현실을 보면 안타깝다. 모두가 돈 되는 연구에 빠져서 기초과학의 현실은 열악하기만 하다.

문홍규 : 사실 국내 학계에는 아직, 니어어스 오브젝트에 대해 합의된 용어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이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극소수라서요.

 

강양구 : 몇 명이나 있나요?

 

문홍규 : 지금까지 소행성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아직 한국에 저 혼자입니다.

 

강양구 : 한명이요?

 

문홍규 : 네, 그리고 혜성체를 주제로 학위를 받은 동료 최영준 박사가 있습니다. 역시 한명이네요.(웃음)

(47,48쪽)

 

이 책의 미덕은 현대과학의 이슈들을 짚어 준다는 것이다. 근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인문학, 문학, 과학은 하나였다. 이제 다시 과학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과학과 거리가 멀었던 이들에게 이 책은 과학으로 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물론 어렵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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