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습격사건 - 대유행병 시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앨런 P. 젤리코프.마이클 벨로모 지음, 송광자 옮김 / 알마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바이러스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이 딱이다. 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덕에 최근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지만, 사실 바이러스는 생소했다.

 

책에서 소개하는 바이러스는 다음과 같다.

1장 새가 하늘에서 떨어지다: 웨스트나일바이러스
2장 죽음의 그림자: 사스
3장 아로요의 저주: 신놈브레바이러스
5장 뇌 속에 박힌 유리 파편: 광우병
6장 그림자 밖으로: 레지오넬라병
7장 바람을 타고 날아온 재앙: 천연두
9장 물속에 수상한 뭔가가 있다: 콜레라
10장 며칠이 아니라 한시가 급하다: 탄저병
12장 텍사스에서 사라진 시험관: 페스트

웨스트나일, 레지오넬라 같은 경우는 생소하다. 그리고 광우병이 바이러스였나? 그리고 탄저병은 세균아니던가? 하는 궁금점을 해결해준다.

 

사스는 대한민국을 괴롭히고 있는 메르스와 같은 코로나변종바이러스다.

병원균이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이라는 사실은 다소 의외였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게서 일반 감기 이상의 증상을 일으킨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상대적으로 약한 미생물이 어떻게 갑자기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게 되었을까?

게다가 코로나바이러스는 동물 사이에 유행하기 때문에 동물성원 감영증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즉 바이러스가 어떤 경오로를 거쳐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이된 것이다. ... 사람이 동물원성 감염증에 전염되었다고 해서 항상 사망하는 건 아니지만, 인간의 질병 중 가장 치명적인 질환 가운데 하나다. 에볼라, 탄저병, 페스트와 거의 모든 출혈열 질병이 전부 동물원성 감염증이다.(69쪽)

 

기존 바이러스들과 달리 신종바이러스는 의외의 결과를 가져온다. 저자가 이야기하듯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사스와 메르스는 모두 코로나바이스의 변종이다. 바이러스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인간의 삶의 방식이 만들어낸 것들도 있다. 바로 광우병의 원인물질인 프리온과 레지오넬라이다. 요즘 보수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는 광우병을 과다하게 지어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문제는 여전히 우리는 광우병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가공기술의 발달로 20세기에 우리는 식품을 매개로 한 질병의 치명성에 대해 다소 안도했다. 하지만 대단위 농장과 기계화된 육류 포장으로 이런 안도감은 곧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축산업과 음식물가공처리 관행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전염성 미생물이 창궐하게 되었다.

새롭게 등장한 미생물은 바이러스처럼 살아 있지 않으며, 심지어 생명체로 분류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 미생물은 음식 공급체계에 큰 파란을 몰고 왔다. 바로 변형단백질성 전염 물질인 프라이온prion이다.

프라이온으로 감염되는 질병 중 지금까지 가장 잘 알려진 것은 광우병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소해면상뇌증BSE이다. 프라이온은 소에게는 BSE를 유발시키고, 인간에게는 크로이츠펠트야코프CJD를 유발시킨다.(135쪽)

 

앞서 살펴본 대로 식품 내 유해 병원균 제거를 위해 아무리 최첨단 과학 기술을 동원하더라도 간단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소의 성장 발육을 촉진하려고 단백질 보강제로 소의 시체를 먹이는 별것 아닌 듯한 결정만으로도 틈이 생긴다. 새로 태어난 생명체는 언제든 그 틈새를 뚫고 나올 수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 어딘가에 새로운 생명체가 도사리고 있다가 언제 치명적인 살인마로 둔갑할지 모를 일이다.(153쪽)

 

바이러스는 아니지만, 인간인 생활환경이 만들어낸 박테리아도 있다. 냉방시스템의 냉각탑은 쾌적한 도시생활을 선사했지만, 레지오넬라균이 번식할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냈다.

결론적으로 레지오넬라균은 인간이 거주하는 환경으로 들어왔고, 주로 도심지역에서 퍼져 나갔다. 게다가 인간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이들의 영역도 확장되었다. 따라서 레지오넬라균은 중앙아프리카에 있는 열대우립처럼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감염되는 질병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중앙식 냉난방을 사용하는 생활 방식이 새로운 질병을 낳았다. 그런 의미에서 레지오넬라균은 앞으로 나타날지도 모르는 새로운 질병을 우려하게 하는 사례라 할만하다. (174쪽)

 

바이러스가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우리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저자는 바이러스 감염을 알아낼 의사들이 실제 바이러스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기존의 다른 질병과 증상이 비슷하다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인지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염병 전문가들은 젊고 건강한 사람이 정체불명의 발진이나 고열에 시달리는 일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발생 빈도가 낮기 때문이다.

....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안다. 탄저병이나 천연두 심지어 웨스트나일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을 본적이 없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은 거의 불가능하다."(250쪽)

 

바이러스에 대한 정부나 사회의 대처는 어떠할까. 많은 피해를 입었음에도 별다른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음을 지적한다. 사스에는 제대로 대처했으나, 메르스에는 대처하지 못한 점을 보자면 정부, 사회의 무관심이 갖는 치명적인 결과를 볼 수 있다. 바이러스감염에 대한 대응은 단지 인플루엔자 수준이 아니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 감염이 나타날 수 있다. 한국에서 탄저균 실험을 하는 미국을 봤을 때 우리나라 역시 전혀 모를 바이러스에서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조만간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하거나 예전부터 존재해왔던 전염병이 다시 나타나 인간이나 동물을 위협할 수 있다. 전염병은 지역 공중보건 담당자가 인식하고 원인을 진단하기 전에 큰 혼란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한타바이러스, 크립토스포리디움증, 웨스트나일열과 같은 질병이 최근 미국에 등장했을 때 지역 보건당국과 의사들이 그 사실을 인식한 시점은 질병이 이미 수개월에서 심지어 수십 년에 걸쳐 많은 시민에게 확산된 뒤였다.

비싼 대가를 치르고 교훈을 얻었는데도 인간이다 동물 건강에 대한 보건 당국의 감시체계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동물들은 여전히 구제역에 취약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진화된 질병들은 인간 사이에서 쉽게 퍼져 나가고 있다. 더욱이 테러처럼 의도적으로 살포한 질병에는 특히 취약하다. (3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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