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봄 정도전과 함께하고 있다. 드라마는 보지 않지만 책을 통해 정도전과 고려말과 조선개창의 시대적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이덕일의 <정도전과 그의 시대>에 이어 여러 책을 준비했다.

먼저 이이화의 한국사이야기 중 8권 <개혁의 실패와 역성혁명>을 읽으면서 정도전에 대한 다른 책을 읽는 중이다. <개혁의 실패와 역성혁명>을 일종의 텍스트로 삼았다. <개혁의 실패와 역성혁명>은 원 말기 공민왕의 등장부터 신돈의 개혁, 그리고 이성계와 정도전의 왕조개창까지의 역사를 시간적으로 담고 있어 전반적인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조선왕조 개창 부터는 한국사이야기 9권 <조선의 건국>을 읽을 예정이다.

정도전의 등장에 대해 이해하기 쉬운 책 중에 하나는 이덕일의 <정도전과 그의 시대> 이다. 드라마 '정도전'팀에 대한 강의를 중심으로 엮어진 이 책은 정도전이 등장할 수 밖에 없었던 고려말의 상황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지금 왜 정도전이 읽혀야 하는지에 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소출의 8-9할을 뜯겨야 했던 당시 고려말 민중들의 삶과 소수가 거의 모든 부를 독점하고 있는 현대와 크게 다를바가 없다는 지적은 의미 있다. 특히 토지제도를 중심으로 고려말 구가세족(권문세족)들과 신진사대부와의 차이와 관계, 그리고 토지제도의 변경을 통한 신진사대부가 물질적 토대까지 마련했다는 설명은 정도전과 그의 시대 신진사대부들이 새로운 왕조를 개창할 수 있었던 힘이 어디서 나왔는지 잘 설명한다.

알라딘 대표 '조유식'이 1997년에 출판한 <정도전을 위한 변명>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의 저자 박시백이 정도전 연구의 시초로 추천하는 책이다. 실제로 팟캐스트 [박시백의조선왕조실록] 정도전 편에는 저자가 게스트로 나와 정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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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600년 전에 군주제의 한계를 인식하고 재상 중심의 정치를 실천한 합리주의자였다. 또한 열강들 사이의 일시적 권력 공백을 파고들어 만주 수복을 도모한 야심만만한 국제 전략가였다. 선비인가 하면 정략가였고, 유교 이론가인가 하면 군사지휘자였다. 수학과 의학, 불교에 두루 밝았고, 직접 악기를 제작할 줄도 알았다. 조선의 문물제도, 경복궁과 태평로, 종로 등 서울 도심의 기본 설계, 사대문과 사소문, 그 안의 동네 이름이 다 그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건국의 공으로 치더라도 단연 으뜸이었다."(7쪽)

정도전은 단순히 조선왕조를 개창하는데 공을 세운 것 만이 아니다. 조선이라는 왕조의 틀 문물제도며 서울의 기본을 설계했다. 하지만 만고의 역적으로 역사에서 지워졌던 그를 복원하는데 큰 역할을 한 책으로 평가받는다.
<정도전의 선택>역시 정도전의 삶을 다룬 책이다. "정도전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현실정치에 뛰어들었고, 그 과정에서 사리사욕을 지움으로써 명분과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 그의 정적들도 부정과 비리의 단초를 찾아내지 못할 정도로 정도전은 한편생 표리와 공사가 일치한 삶을 살았다. 고도의 성리학적 이론에 입각한 제도와 정책들을 현실 정치에 합리적으로 적용시킴으로써 시행착오 및 모순을 줄일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조선왕조는 5백 년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정도전은 도덕성·책임감·열정·실천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정치가임이 분명하다. 당대에는 신념을 나눌 사람도, 그의 신념을 이해하는 사람도 드물어 고독할 때도 있었겠지만 그 고독의 깊이만큼 정도전은 시대를 앞서 나간 인물이었다". (390쪽)
<조선왕조 개창>은 정도전과 이성계가 개창한 조선왕조에 대해 다른 접근을 하고 있어 흥미롭다. 저자는 조선왕조의 개창에 대한 역사적 흐름을 먼저 설명한다. 이성계가 혼자 조선왕조를 개창했다는 설에서 1960년대 이후 권문세가와 신진사대부로 조선왕조 개창의 연구가 변했다. 저자는 바로 이 지점에 의문을 품는다. 권문세가와 신진사대부가 과연 누군가하는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 실제로 권문세가와 신진사대부를 구분하는 것은 힘들다고 본다.
그래서 저자의 결론은 권문세가와 신진사대부가 아니라 고려후기 고려를 장악했던 무신에 대항해 문신들이 이성계와 결합해 새로운 정권을 만들었다고 본다. 게다가 조선에 반대한 대표적 인물을 제외하고는 그들 대부분이 조선 초 중용되었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비록 고위 무신 대부분이 교체되기는 했지만, 고려와 조선의 정치적 지배세력은 크게 보아 이질적이라기 보다는 동질적이었다."(344쪽)고 기존 연구와는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이외에 <기획회의362>는 "우리에게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특집기사로 정도전 붐과 더불어 역사교과서 논란, 유신시대(박정희) 및 이슈를 만든 역사서들을 다루고 있다. 또한 역사소설가로 유명한 김탁환의 정도전을 다룬 역사소설 '혁명'을 출간하였다. 재미있었을 같다는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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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3062117265&code=960205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2549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