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때이다. 이 때 무너진 것은 장벽만이 아니었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카라얀의 시대가 끝나고 단원들이 직접 뽑은 아바도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오케스트라가 그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무엇보다 혁신을 기대했다. 베를린 필은 아바도가 독자적인 음향을 지켜내면서 새로운 레퍼토리를 개발하기를 원했고, 예술적인 부분의 결정에 대해서는 오케스트라가 동등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그가 젊은 음악가들을 베를린으로 불러오는 것을 인정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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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얀이 각종 축제에서 오페라 공연을 통해 레퍼토리를 넓혀나갔다면, 아바도는 아방가르드 음악, 아직 주목받지 못한 음악에 집중했다. 그렇다고 고전, 낭만주의 음악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덕분에 불레즈나 아르농쿠르 같은 지휘자들이 활발히 베를린의 지휘대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카라얀의 거부로 실현될 수 없던 일이었다. 이제 베를린 필하모닉은 다양한 연주 기법을 습득하고 지금까지의 판에 박힌 음향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발견한다. (153쪽) 

 

런던에서는 한 작곡가를 기획했다면, 베를린에서는 한 주제를 기획한다.

 아바도는 베를린 필의 새로운 시리즈 음악회를 기획했다. 각 시즌마다 하나의 특정한 주제를 정하고 음악뿐만 아니라 연극, 춤 영화, 낭송, 강연 등 모든 장르를 결합시켰다. '프로메테우스','파우스트', '셰익스피어', '독일 낭만주의의 방랑자들'을 거쳐 '파르지팔'이라는 주제에까지 도달했다. (1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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