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1Q84 어떻게 읽을 것인가 - 대표 논객 35인이 파헤친 Q의 정체
가토 노리히로 외 지음, 박연정 옮김 / 예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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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는 일본어로 '이치 큐 하치 욘'으로 읽힌다. 1984 역시 똑같이 읽힌다. 즉, 일본어로써의 1Q84와 1984가 패러럴월드라는 것이 제목에서 들어난다. 일본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입장에서는 단지 시각적으로 비슷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겠지만 발음이 주는 유사성은 조금 거리가 있다. 그나마 '구'와 '큐'로 발음상 멀지 않은 정도에서 영문본 등에 비해서는 조금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는 점 정도.

 

1Q84의 1권과 2권만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인 책이기는 하지만 1Q84를 풍성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1Q84가 갖는 의미에 대한 이야기에서 부터 하루키의 예루살렘 연설,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까지 많은 내용을 읽을 수 있다.

 

하루키를 논하기에 앞서 하나 생각해볼 점은 일본의 전공투이다. 우리나라의 80년대와 같은 시기인 전공투에서 권력이 승리한 후 일본은 급격하게 개인주의 사회가 되었고, 급격한 거품경제를 경험한다. 우리나라도 90년대 이후 사회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는데 이와 더불어 하루키의 작품이 읽혔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만한 부분이다.

한가지 알 수 있는 점은 하루키의 작품이 개발도상에 있는 사회에서는 일종의 통과의례와 같은 것이라는 판단이다. 경제성장이 일단락되고 고도자본주의 단계로 가는 과정에서 젊은이들은 '하루키'를 읽기 시작하는 건 아닐까?

일본에서의 통과의례는 전공투 운동일 것이다. 전공투로부터 15년이 지난 시점에서 일본은 거품경제에 돌입하였으며 무리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라는 '더블 무라카미'가 한시대를 풍미했다. 중국사회에서의 일본 전공투에 해당하는 사건은 천안문 사태라고 할 수 있는데, 중국도 마찬가지로 15년 후에 경제성장은 정점에 달하였고 젊은이들은 하루키를 읽기 시작했다. (266~267쪽) 

 

하루키의 작품을 읽을 때 불만은 항상 작품에 하루키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1Q84에서도 덴고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는데, 어떤이는 아오마메 역시 하루키의 다른 모습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솔직히 그래서 하루키의 글을 읽다가 짜증이 나곤 하는데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불만이었던 건 덴고의 캐릭터에요. 체격만 좋아졌지 내면은 이제까지 하루키 작품에 계속 나왔던 '나'하고 완전 똑같잖아요. (413쪽)

 

일본의 출판계 역시 책의 판매라는 부분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듯 하다. 우리나라 역시 출판계가 어려워지고 있지만, 하루키와 같은 작가에겐 선인세가 10억이 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한 일본에서의 지적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1Q84가 아무리 많이 팔려도 전혀 괘념치 않으며 오히려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반복해두는데 문제는 그저 1Q84만이 미친 듯이 팔린다는 점, 특히 1Q84밖에 안 팔리는 점이 다른 책이나 소설이 팔리지 않는 사실의 구원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그런 궁핍한 상황의 마지막 일격이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현상은 '구매자=소비자'를 일시적으로 대량생산할 뿐, 진정한 의미에서의 '독자' 육성에 기여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순히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을 읽고 싶었다 = 사고 싶었다 = 사는 행위를 하고 싶었다,라는 것 뿐이며 뛰어난 소설을 읽고 싶다, 멋진 문학을 읽어보고 싶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Q84를 이끌어가는 처음 줄거리 중 하나는 소설과 관련한 작업이다. 아이디어는 뛰어난 작품과(게다가 소녀의 작품이다) 글솜씨있는 아마추어 작가 그리고 유능한 편집자가 결합하여 소설을 하나 만들어내고 문학상을 수상하게 하는 장면인데, 이 부분을 읽을 때 하루키가 일본내에서의 높지 않은 평가때문에 결국 평론가들의 평론과 문학상을 비꼬는 글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에 대한 설명이 있어 옮겨본다.  

하지만 하루키에게는 자신의 소설이 많이 팔리고 있고 해외에서도 높이 평가를 받는데도 일본에서는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1Q84에는 아쿠타가와상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것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서 말이다. 하루키는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적이 없다. 이미 세계적인 대작가가 되었으니 그런 과거의 일을 마음에 둘 필요도 없을 테지만 이번 작품 속에서 아쿠타가와상을 특별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독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작가의 집착을 느끼게 된다.(181쪽)

 

<무라카미 하루키 1Q84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다양한 관점에서 1Q84와 하루키를 볼 수 있다. 3권이 출간되기 전이라는 단점이있긴 하지만 왜 1Q84가 그렇게 관심을 받는지에 대해, 그리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언급하는 그런 책이다. 1Q84 매니아라면 일독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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