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자기계발서는 책으로 치지도 않는다. 예전에 누군가 올해 독서 목표가 100권이라고 했는데 읽는 책이 전부 자기계발서였다. 그에 대한 내 판단은 책을 한권도 읽지 않았다였다.
자기계발서를 부정하는 이유가 있다. 얼마전 출간된 '거대한 사기극'이라는 제목처럼 이건 사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을 해봐야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주 쉬운 가정을 해 보자.
일을 하고 싶은 100명이 있다. 하지만 일자리는 80개다. 그리고 거기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1%라면 1명만이 성공한다
그 100명이 똑같은 자기계발서를 읽는다. 자기계발서에 나온데로 일년 365일 노력한다. 아무리 노력을 해봐야 20명은 일자리를 얻을 수 없고, 일하고 있는 79명은 성공할 수 없다. 내가 자기계발서를 싫어하고 책으로 치지도 않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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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한번씩 기획회의라는 잡지를 읽곤하는데 재미있는 꼭지가 있었다. '자기계발 다시읽기' 자기계발서를 단순히 터부시 하기만 했는데 자기계발서를 문화적으로 접근한 방법이 흥미로웠다. 생각해보니 '거대한 사기극'은 기획회의에 연재되었던 내용이 책으로 엮여저 나온 것이다.
생각해보니 2009년에 한국상황과 자기계발을 연구한 책이 출간되었다.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 신문에서 소개글을 읽고는 바로 구매했던 책이다.
기획회의 352호는 특집으로 '굿바이 자기계발'을 실었다. 이 참에 사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독서를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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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는 민주화 이후 자기계발하는 주체가 생겨났다는 점에 주목한다. 구조조정의 상시화와 지식기반사회라는 사회환경속에서 개인을 평가하는 관리기법들이 태어나고, 각 개인들은 알아서 자기계발을 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책은 사회적 환경과 더불어 실제적으로 기업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영관리기법들을 다루고 있어 관심이 간다. 다만 쉽게 읽기에는 조금 부담이 될 것 같다.
<자기계발의 덫>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8가지 습관'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스티븐 코비가 정작 육아문제로 고민하는 자기 딸에게는 계획도구를 전혀 사용하지 말고, 벽에 걸린 시계가 아닌 마음이 하고 싶은데로 하라는 충고를 하는데, 이는 자신이 주장해 온 계획도구들을 자신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 모순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계획도구로 많은 이의 돈을 긁어모았으면서 정작 자신은 그렇지 못한... 이 책은 아마도 이렇게 미국에서 유명한 자기계발저자들을 파헤치지 않을까 싶다.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는 IT종사자, 문화산업종사자들 처럼 열정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처한 현실에 주목한다. 그러면서도 자기계발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 국가와 기업이 아니라 개인이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발상은 성공과 실패의 책임을 모두 개인에게 전가시키는 탁월한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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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긍정의 배신>은 바바라 애런라이크 배신3부작(노동의배신, 희망의 배신)과 같이 읽을 생각이다. 긍정의 배신은 다음과 같이 소개된다. "저자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밝은 면만 보고, 너 자신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라'는 긍정주의의 메시지가 불편한 사회 현실을 외면하고 저마다 자신의 쳇바퀴에만 열중하게 만드는 신자유주의의 매트릭스로 작용하고 있음을 신랄하게 파헤친다.
유방암 경험에서 시작해 시중에 넘쳐나는 자기계발서의 메시지, 초대형 교회의 모순적인 설교, 동기 유발 강사들과 기업들의 커넥션, 그리고 세계를 재난에 빠뜨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까지 차근차근 더듬어 가며 '긍정주의'의 실체를 우리에게 전하는 저자의 시각은 날카로우면서도 시종 유쾌하고 재치 있다. " 특히 긍정주의가 가져온 문제점을 밝히는 점이 관심을 갖게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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