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갱은 남태평양 항해를 앞두고 극작가 스트린드베리에게 작품 공매를 위한 도록의 서문을 써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스트린드베리는 거절의 편지를 쓰는데 고갱은 도록의 서문에 그 편지와 자신의 회신을 올린다. 거절편지 역시 고갱의 작품을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린드베리라는 극작가를 발견하자 마자 작년에 있었던 스트린드베리 100주년 기념공연이 떠올랐다. (두 아이의 아빠가 아니라면 바로 달려갔을 테지만, 결국 관련 기사만 보고 말았다.) 스트린드베리는 입센, 체홉과 함께 현대연극의 장을 연 것으로 평가 받는데 작년말 스트린드베리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던 터라 나의 무지를 자책했던 기억이 있어 그의 기사를 하나 링크한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559556.html
스트린드베리가 고갱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다.
"이제 저는 당신의 요청에 대해서 '못 쓰겠다'고, 아니 '쓰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잔인하게 말씀드리는 수 밖에 없군요. ..
왜 당신의 요청을 거절하는지를 밝혀야 할 책무가 저에게는 있습니다. .. 이유는 이렇습니다. 저는 당신의 그림을 이해할 수 없고, 좋아할 수 없습니다. (당신의 그림은 너무나도 타히티 일변도여서 저로서는 파악이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털어놓아도 당신이 놀라거나 상처받지 않는다는 것은 저도 잘 압니다. 당신은 남에게 미움을 받을 때 더 힘을 얻는 사람처럼 보이니까요. ...
그는 고갱입니다. 문명의 속박을 혐오하는 야만인입니다. 창조주를 시샘한 나머지 틈나는 대로 자기만의 조그만 창조세계를 만들려 하는 거인족의 운명을 안고 태어난 사람입니다. 자기 장난감을 분해하여 새 장난감을 만드는 어린아이 입니다. 남들처럼 하늘을 파랗게 보기 보다는 빨갛게 보기를 원하는 부정하고 도전하는 사람입니다. 글을 쓰면서 흥분하다 보니 당신의 예술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드는군요."
당시에 고갱의 그림을 바라보던 시각과 고갱의 성격, 그리고 고갱을 이해한 사람들의 시각을 볼 수 있는 서신이다. 그래서일까, 고갱은 그의 거절 서신을 도록의 서문으로 사용한다.
(서신 전문은 '야만인의 절규'와 시공디스커버리 총서 '고갱 고귀한야만인'에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