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민중의 호민관 차베스
리처드 고트 지음, 황건 옮김 / 당대 / 2006년 9월
평점 :
이 책의 제목은 '민중의 호민관 차베스'이다. 호민관은 로마시대 평민층에서 뽑은 대표자를 말한다. 제목으로 호민관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은 차베스가 대다수 국민의 지지만이 아니라 이전과는 달리 일반 대중을 위한 정치를 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민중의 호민관 차베스'는 차베스 전기이면서 차베스가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담아낸 책이다. 차베스가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 중요한 사건이 하나 있었다. 1992년 차베스와 그와 뜻을 같이 하는 군 동료들은 1992년 쿠데타를 준비했다가 실패한다. 그는 즉각 대규모 유혈을 막기 위해 TV에 나와 쿠데타는 실패했으니, 혁명에 가담했던 군인들의 투항할 것을 권했다. 이 TV 연설로 그는 일개 군인에서 베네수엘라에 희망을 주는 인물로 부상한다.
(차베스는 대통령이 된 후에도 이와 같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한다. 반대세력의 쿠데타가 시도되었을 때 그는 반대세력에 사임을 위한 협상을 한다. 결국 쿠데타는 실패해 차베스의 집권은 계속되었지만.)
저자는 이 TV방송을 통해 그 누구도 국정 실패의 책임을 지려하지 않던 베네수엘라에서 쿠데타의 책임을 지겠다는 그를 보며 새로운 희망을 갇게 되었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이후 차베스는 선거를 통해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이 된다. 그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의 정책은 쉽지 않았다. 대다수 언론은 그의 정치를 비난해댔고, 미국 등 서구의 지원을 받고 있던 보수 세력들은 또 다른 쿠데타를 기획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쿠데타는 실패로 돌아섰고, 이를 계기로 차베스는 반대로 정치적 안정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쿠데타의 실패는 보수 세력의 오판이 가장 컸다. 쿠데타이후 차베스 복귀를 원하는 대규모 시위에 처해졌고, 배후였던 미국도 중동 등의 문제로 베네수엘라의 큰 지원을 하지 않았다.)
차베스 사후 대다수 언론은 베네수엘라가 변하게 될 것이라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어떤 독재자에 의해 통제되었던 경제가 이제 세계경제에 편입되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볼 수 있음을 전망한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베네수엘라에서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가 아닐까 싶다. 책을 읽다보면 서구 언론이 이야기하는 것과는 다르다. 차베스가 집권하기전 이미 세계의 기업들은 베네수엘라에 들어올 생각이 없었다. 기본적인 석유산업은 세계 3대사의 소유로 다른 기업들이 사업기회를 갖기 힘들었다. 다른 사업에서는 사회적 인프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않아 사업성을 기대하기 힘든 곳이었다. 차베스는 정치적 안정을 가져왔고, 신자유주의에는 반대했지만 서구의 자본을 유치하는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했다. 그런 점에서 서구와 우리나라 언론들이 이야기하는 차베스에 대해서는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를 어떻게 볼 지는 독자들의 숙제이다. 단순히 미국을 위시한 신자유주의에 대항했다는 것에 초점을 두어 우리나라도 이런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것은 무리한 접근일 것이다. 우리나라와 남미의 상황을 다르기 때문인데 남미의 경우 경제적인 안정을 확보하기 전에 나라를 개방해(서구와 결탁한 보수세력들의 작품이기도 하지만) 성장동력을 잃어버렸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상당히 오랜기간 동안 통제경제정책을 펴온 후 개방했기 때문이다.
차베스는 베네수엘라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았고, 중남미가 함께 해결해야 할 일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쿠바바의 사례를 본받으면서도 베네수엘라의 현실에 맞는 정책을 펼쳐왔다.
우리의 시각은 경제 혹은 정치적으로만 편협하게 차베스를 평가하고 있다. 거기서 넘어 남미의 상황과 역사의 토대위에서 베네수엘라와 차베스를 이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