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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 - 안철수에 대한 발칙한 보고서
한윤형.이재훈.김완.김민하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안철수는 작년 연말 핫 아이템이었다. 순간 서울시장 후보로 떠올랐다가 박원순 현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는 모습은 기존 정치를 혐오하던 시민들에게는 가히 혁명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아직 대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고, 영향력이 작아 보였던 문재인의 지지율이 다시 올라오고, 박근혜 역시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 안철수를 어떻게 봐야 하나?
밀어서 잠금해제라는 아이폰 용어 제목은 숨겨진 안철수를 보여주고 그의 특징인 IT를 거론한 점에서 제목으로의 가치는 100점이다.
책은 네명의 저자가 각각의 관점에서 안철수를 조명한다. 1장 '안철수, 한국정치에 접속하다'는 안철수가 정치에 들어선 순간 보여준 사회적 현상과 관심에 대해서 보여준다. 2장 '안철수는 무엇을 말하고 있나'에서는 서울시장 선거와 청춘콘서트에서의 안철수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집중하면서 또한 안철수 판타지에 대한 지적 또한 잊지 않는다. 3장 '안철수, 그리고 언론의 대통령 만들기'편에서는 언론의 대통령선거 개입에 대한 역사를 보여주며 현재 안철수에 대한 언론의 행태와 그 대척점에서의 SNS의 영향력에 대해 고민한다. 4장 '안철수 대통령에 이르는 아흔아홉고개'를 통해 안철수 이후의 정치지형에 대한 예측을 해본다.
안철수를 두고 '정치적 검증'에 대해 많은 말을 한다. 나 또한 정치는 또 다른 것인데 과연 정치는?이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 정치적 능력에 대한 의문인데, 저자(한윤형)은 그 정치적 능력이 가지고 있는 모호함을 지적한다. 우리가 정치적 능력이라 할 때 그 정치적 능력이 무엇인지 그렇다면 현재 정치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무엇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정치적 능력은 크게 두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권력을 획득할 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권려을 운용할 능력'이다. 안철수의 정치적 능력을 이야기할 때 이 두가지가 혼용되고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권력을 획득할 능력으로만 보자면 박원순의 서울시장 당선에 볼 수 있듯이 안철수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운용능력인데, 우리나라 정치에서 이런 비판을 할 수 있는 상황인지 드려다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초선비율이 2004년 총선에서 63%, 2008년 총선에서는45%이다. 절반이 정치 신인이 국회의원이 되는 상황이다. 그리고 오히려 정치신인들의 의정활동이 많은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즉, 우리나라에서 안철수의 정치적 능력이라는 질문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에서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의 이면에는 한국사회에 정의가 없기 때문에 정의에 대한 열망이었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룬다. 안철수의 갑작스런 부상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안철수는 도덕선생님처럼 말하면서 본인은 그것을 지키는 그리고 성공한 표본인이다. 게다가 안철수는 엄친아의 표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기에 안철수의 긍정과 한계가 동시에 존재한다. 즉, 안철수에 대한 시민들의 호응이 엄친아 판타지와 연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그가 바꿔올 한국 사회보다는 엄친아의 성공이 가져다 줄 사회, 다시 보면 내아이의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완벽한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열이 결부되어 안철수 환상이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책은 안철수에 대한 다양한 시각에서 안철수를 접근하고 있다. 또한 실제적으로 안철수가 겪게 될 언론의 모습과 2000년대 조중동을 밀어버린 SNS가능성에 대해서도 보여주게 된다. 그리고 안철수가 대선 행보를 보이게 될 때 한나라당의 안철수, 민주당의 안철수, 신당의 안철수 모습을 각 정치세력과의 관계속에서 돌아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이다. (현실화 여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안철수는 여전히 강력한 대선아이콘이다. 그가 어떤 바람을 불어올지 모르겠지만 결국 노무현, 이명박에서 찾던 새로운 희망이라는 시대적 열망이 안철수와 어느정도 선이 닿을지 궁금해지는 것이 사실이고, 그런 측면에서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는 안철수와 대선을 이해하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