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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정치가가 아닌 그가 논쟁의 핵심이었던 적이 있다. 그리 잘 생기지 않은 얼굴에 입담을 과시하던 그가 노무현 대통령 노제를 사회를 보고 KBS에서 짤렸다. 그가 방송에서 정치를 이야기한 것도 아닌데 그의 정치성향이 문제가 되었고, 논쟁의 한가운데 섰다. 그런 그의 이름이 달린 책이 한권 출간되었다.
경향신문의 똑!똑!똑!을 통한 만남이 책으로 한권 엮여져 나왔다.
그의 만남은 남녀노소, 좌우상하를 가리지 않는다. 정치인에서 연예인, 해녀에서 교수까지 그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그려낸다.
그런 만남에서 속내를 엿듣는 것은 하나의 기쁨이기도 하다. 김제동은 고현정에게 아이와 관련한 민감한 질문을 꺼내든다.
"민감하긴 한데, 아이들에 대해 물어보면 대답하기 힘들 것 같아요?
그건 그 아이들 몫이야.부러울 것 없는 집안에서 건강하게 태어났고 부족함 없이 잘 자라고 있잖아. 단 한가지, 엄마가 가까이서 키워주지 못한다는 결핍이 있는 거지. 그런데 그건 그 아이들 운명이잖아. 훨씬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난 그 아이들이 그 부분에 대해서 엄살을 안 떨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104쪽)
홍명보에겐 월드컵 승부차기를 묻는다.
" 제 개인적으로 2002년에 스페인과의 승부차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그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제가 5번째 키커였죠. 솔직한 심정으로는 내 앞에 4명 있는데.... 한 놈만 못 넣어라. 같이 죽자 생각했죠. 허허. 못 넣으면 이민가야 할 형편이었거든요. 나중에 히딩크 감독한테 왜 나를 마지막에 넣었느냐고 따졌죠. 그랬더니 경험이 많아서 넣었다고 하시더군요."(91쪽)
하지만 그의 만남이 재미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유인촌 장관과의 만남에서는 '나는 유 장관이 장시간 밝힌 원론적 주장에는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259쪽)고 표현한다.
김제동의 이 만남은 결국은 사람답게 만나는 것으로 시작하고 끝맺는다. 책의 처음을 연 이외수에게 던진 "어떻게 살아야하느냐"고 질문한다.
"실력과 인성을 갖춰야 한다고 얘기하죠. 가령 불의와 결탁했을 때 내 삶이 편해지고, 정의를 선택했을 때 내 삶이 불편해진다면 어느 편을 택하겠느냐? 젊은이들이 불의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하면 나는 반문하거든요. 제일 큰 희망은 인간답게 사는 것이라고 봐요. 별게 아니야. 짐승처럼 살지 말라는 거죠. 온고이지신,이게 순리에 맞는 겁니다."(19쪽)
짐승처럼 살지 말란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짐승처럼 사는 사람 혹은 이들이 많다. 부자들 감세해주겠다고 안달하는 청와대에 계신 분들, 기업하기 어렵다며 시급 몇 백원 못올리겠다는 기업인들, 돈만 된다면 동네 구멍가게까지 차리려는 대기업....
책은 신영복선생님과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한다.
"전에 선생님께서 자유의 의미를 말씀하시길, 자기의 이유로 사는 것이라고 하셨잖아요.
반 에덴이 쓴 동화 이야기를 자주 예화로 들어요. 아버지와 아들이 길섶에 있는 버섯을 가리키며 '이게 독버섯이다'라고 말해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은 독버섯이 충격을 받아 쓰러지죠. 옆에 있던 친구 버섯이 위로하는 말을 들어보세요. '그건 사람들이 하는 말일 뿐이야. 식탁에 오를 수 없다, 먹을 수 없다는 자기들의 논리일 뿐인데 왜 우리가 그 논리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지?' 우리 자신이 갖는 인간적 이유, 존재의 의미를 가져야죠. 신자유주의적 가치와 질서에 포획당한 환경에서 투철한 자기 이유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2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