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는 책을 별로 읽지 못했다. 가정과 직장에서의 삶이 많이 변했는데 그에 대한 적응이 쉽지 않은 탓이었다. 퇴근후 가사(육아)를 분담해야 하는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진작에 끝냈어야 할 지진읽기가 아직도 지지부진하면서 다른 책 읽기에도 시간을 못 들이고 있다. 이런 저런 개인사 때문인지 5월에는 그다지 눈에 띄는 책은 별로 없었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읽을 책들 투성이다.) 

참 아쉬운 책들이 있다. 필요할 때 없었다가 나중에 출간된 책들이다. 2011년 4월에 출간된 책 중에 <라틴현대미술 저항이 그렇다>는 몇 해전 라틴아메리카 미술전을 위해 준비할 당시 없었던 책이었다. 또 정혜윤의 <런던을 속삭여줄께>는 런던을 다녀오고 나서 출간되었고, 정수복의 <파리를 생각한다> 역시 파리를 다녀올 때 없었던 책이었다. 그러던 차에 아름다운 유럽의 서점을 다루는 책이 소개되었다. 유럽 혹은 미국 여행시 가끔 서점에 들어가 본다. 우연찮게 마주친 중고서점에도 들어가본 기억이 있는데 어쨌거나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유럽의 명문서점〉
라이너 모리츠 지음·박명화 옮김/프로네시스·1만8000원  

"

책이 소개하는 명문 서점들은 아름다운 인테리어 자체로도 눈길을 끌지만, 서점이 들어선 공간이 독특한 점에서도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는 곳들이 많다. 화려한 쇼핑가의 한가운데 있는 서점, 퇴근길 전차철로 고가 아래에 자리잡은 서점, 교회 건물을 서점으로 바꾼 서점 등등이 이어진다.

수십년에서 수백년에 이르는 역사를 지닌 서점들은 첨단 시스템을 갖춘 곳도, 오래 묵은 박물관 같은 곳도 있다. 고서점에선 책에서만 만나온 옛 명사들의 흔적이 가득하고, 미술사에 등장하는 천장화를 감상할 수 있는 서점도 있다. 라이너 모리츠의 말마따나 이 책에서 ‘노스탤지어’만 확인하게 되는 건 아니다. 고객 전용 서가를 제공하는 곳도 있으며, 에코백 유행을 불러일으킨 서점도 있다. 이런 명문 서점들의 흥미진진한 면모는 텍스트를 넘어 전문 사진작가 두명이 찍은 사진들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유럽 여행 가이드북으로 삼아도 좋을 듯 싶다. 책 뒤편에는 스무곳의 주소와 연락처 등 외에 이밖에 더 가볼 만한 서점들을 소개해뒀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8985.html 

     

  

행복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현재 돈이 행복인 시대에 살고 있다. 물론 돈이 행복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현대사회는 끊임없이 소비하게 만든다. 그래서 마음껏 소비할 때 행복하다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행복에 대해 고민할 만한 책이 하나 소개되었다.


〈행복의 함정〉
리처드 레이어드 지음·정은아 옮김/북하이브·1만5000원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벤담의 이상은 고결하다. 하지만 중심개념인 ‘행복’의 본질과 그 조건이 다소 모호한 까닭에 종교적 도덕성, 사회주의에 대한 믿음으로 대체되어 왔다. 급기야 찰스 다윈의 ‘적자생존’과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인간의 운명을 맡기면서 사회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 지난 50년 동안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배, 일본은 6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당신은 얼마나 행복한가’라는 설문에 ‘매우 행복하다’는 응답은 늘지 않았다. 또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가 넘는 나라에서는 소득과 행복지수의 관계가 개발도상국처럼 정비례하지 않는다. 도대체 뭐가 잘못됐단 말인가.

일견 허무맹랑해 보이는 벤담의 꿈을 복권해야 하며 그럴 때가 되었다는 게 레이어드의 생각이다. 그는 아직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뇌과학, 심리학의 증거를 원용하여 행복을 구체적이며 측정가능한 것으로 바꾸어 지금은 한 사람이 아닌 모두의 행복을 고민해야 할 때임을 설파한다.

......
지은이가 들려주는 끔찍한 우화는 문제점과 해결 방향을 품고 있다. 

두 소년이 숲에서 놀고 있을 때 곰 한 마리가 나타났다. 이를 본 한 소년이 재빨리 운동화를 찾아 신었다. 다른 소년이 말했다. “뭐하러 그래? 어차피 곰보다 빨리 달릴 수 없잖아.” 그러자 앞의 소년이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너보다는 빨리 달릴걸.” 두 명 중 한 명은 잡아먹힐 것이며 문제는 누가 잡아먹힐 거냐다. 즉 사람들이 차지할 수 있는 자리 또는 재화는 제한돼 있으며 가장 적합한 한 사람만이 살아남는, 제로섬 사회와 그 구성원들의 사고방식을 빗대고 있다. 하지만 삶의 더 많은 부분은 제로섬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행복의 총합계를 늘릴 수 있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이른바 포지티브 게임에 더 많은 에너지를 돌려야 한다.
지은이는 최대 다수의 행복은 부유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소득의 증가와 감소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소득의 증가와 감소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것에서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행복 기여분이 낮은 고소득층의 소득을 저소득층으로 옮기면 전체 사회의 행복 총량은 커진다는 논리다. 생산의욕을 심각하게 저해하지 않는 한도까지 세금을 늘려야 한다는 것. 지은이는 필요 이상으로 과대평가된 시장의 힘을 현명한 세금으로 다스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

문제는 작은 손실이 확실할 경우 그것을 피하고자 더 큰 손실을 마다지 않는 어리석은 정부다.

1965년 조지 볼 미국 부국무장관은 린든 존슨 대통령한테 베트남 전쟁을 계속한다면 5만명의 군인이 사망하고 전쟁에서 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존슨은 재임 때의 오명을 피하기 위해 손실을 보더라도 전쟁을 계속하는 위험성을 선택했다.

대기업 사장 출신 대통령과 시장경제 옹호론자들이 판치는 한국에 던지는 경고 메시지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9068.html 


<모든 것의 가격>   에두아르도 포터 지음/1만4000원  

"16세기 종교개혁의 원인은 무엇인가? 다음 중에서 골라보시오.

① 교회의 부패와 타락. ② 북유럽을 초토화한 몇 차례 전쟁에서 지는 쪽의 대의명분을 지지했기 때문. ③ 신자들이 헌금에 걸맞은 서비스를 받지 못했기 때문.

저널리스트 출신의 에두아르도 포터의 답은 ③이다. 해설이 걸작이다.

가톨릭교회는 구원과 지옥에다 연옥을 보태 면죄부 값을 세분화했다. 또 죄의 고백을 사제 앞에서 비공개로 하게 함으로써 고해자의 지불능력에 따라 가격을 차별화했다. 돈을 내면 친척을 연옥에서 빼낼 수도 있었다. 부유한 귀족들에게는 특별헌금을 받고 근친결혼도 허용했다. 

   이처럼 돈을 거두기 위해 다양한 가격표를 선보이다 보니 신자들에게 가톨릭은 너무 비싼 반면 그 대가로 돌아오는 서비스가 적은 존재가 되었다. 그 틈새로 프로테스탄트 교회가 등장해 좀 더 좋은 가격에 신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길을 텄다.

<뉴욕 타임스> 경제 전문기자를 지낸 언론인 에두아르도 포터의 <모든 것의 가격>은 통상적인 상품, 서비스, 노동뿐 아니라 생명, 신앙, 행복, 문화, 미래, 심지어 공짜에까지 가격을 매기고 왜 그런지를 이야기한다. 또 그 가격이 어떻게 상품을 사게 하며 우리 삶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를 밝히고, 가격이 통제력을 벗어났을 때 어떻게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지를 보여준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7929.html 

           

월스트리트 몰락을 예견한 블랙스완의 저자의 두번째 책이 나왔다. 

먼저 블랙스완에 대한 설명이다. " 좋은 주인 만난 칠면조가 있다. 1000일 동안 계속 먹을 것을 준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날인 1001일째, 칠면조는 잡아먹히고 만다. 주인이 날 사랑한다고 생각해온 칠면조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파국인 셈이다.
레바논 출신 월스트리트 헤지펀드 매니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2007년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 월스트리트가 이런 칠면조 신세가 될 것이라고 떠들고 다녔다. 칠면조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파국을 그는 ‘검은 백조’라고 불렀다. 서구인들은 수천년 동안 백조는 모두 하얗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통념은 신대륙인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되면서 깨지고 말았다. 이처럼 경험에 의존하면 존재 가능성조차 확인할 수 없는 사건이 바로 ‘검은 백조’다. 그는 우리가 사는 세계가 예상되는 것이 지배하는 ‘평범의 왕국’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것들이 지배하는 ‘극단의 왕국’이 되면서 검은 백조는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 <블랙 스완>을 썼다. 

탈레브의 주장에 미국 주류 학자들과 언론은 냉소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그가 <블랙 스완>을 낸 지 꼭 1년 만이었던, 2008년 9월16일 세계 증시는 9·11 테러 이래 최대 폭락을 기록했다. 이날 하루 전세계에서 6000억달러(우리 돈 600조원가량)의 주식이 휴짓조각이 돼버렸다. 사태를 예견한 탈레브가 운영하던 펀드는 엄청난 수익을 기록했고, 그는 단숨에 월가의 현자로 등극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블랙 스완>은 경제번역서로는 드물게 3만5000부가 팔렸다."

블랙 스완에 대비하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김현구 옮김/동녘사이언스·1만4000원
  

"이 책은 <블랙 스완>을 낸 지 3년이 지는 시점에서 그가 지난해 한국에서 한 강연과 새로 쓴 에세이를 묶은 것이다. 그사이 그의 주장과 비판 강도는 더욱 세졌다. 신랄하게 주류 언론과 경제 전문가들을 난도질하는 독설은 미국이라면 꺼뻑 죽는 우리나라 풍토를 생각하면 통쾌한 느낌을 준다. 독설은 시원하지만 오만함도 그 못지않게 강한 것도 사실이다. 강연과 에세이여서 내용이 간결하고 부담 없는 대신 책값은 책두께에 견줘 부담스러운 편이다.

그는 스스로를 “응급의사가 아니라 오류를 최소화하는 사람”으로 정의하면서 <블랙 스완>은 경제학책이 아니라 지식의 허약성에 대한 체계적인 한계를 설정하려는 최대한의 시도라고 말한다.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는 검은 백조가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검은 백조를 모르는 무지한 시스템으로 인한 단순한 위기였으며, 진짜 검은 백조는 지금처럼 위기가 계속되다가 결국에는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빨리 검은 백조에 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노벨경제학상을 폐지하고 우리를 이 지경에 빠뜨린 은행들에서 보너스를 환수하고 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자신이 금융전문가이면서도 정부와 가정 모두 탈금융화해야 하며 부채를 줄이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잘라 말한다.

특히 일반 시민들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 금융 자산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금이나 보험에 눈길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미리부터 검은 백조에 대비해 개인 스스로 강해지는 것이 최선이란 이야기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7867.html  

국내 마르크스 경제학의 거두라 할만한 김수행교수가 금융위기를 짚은 책을 내놓았다.

세계대공황 
김수행 지음·김현구 옮김/돌베개·1만2000원
  

"김 교수에 따르면 이미 세계는 20세기 이후 두번의 공황을 경험했다. 1930~1938년 대공황으로 2차세계대전이 터졌고, 1974~1982년 석유가격 인상으로 촉발된 두번째 공황으로 국가 개입과 복지국가 노선을 폐지하는 신자유주의가 등장했다. 신자유주의는 최근까지 세계를 지배해 왔고 결국 2008년 신자유주의의 ‘오래된 모순’이 3차 공황을 가져왔다.

김 교수는 이번 공황이 과거처럼 실물경제의 과잉생산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본의 이윤 극대화에 몰입하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넘쳐나는 자본은 투기로 흘러들었고 노동자들마저 돈을 빌려 투기에 몰입했다. 금융기관은 비우량모기지증권 따위의 온갖 금융기법을 동원해 묻지마 대출을 벌였고 세계금융시장은 취약한 기반에 노출됐다. 결국 리먼 브러더스 같은 은행이 저소득층 대출자들의 원금상환이 불가능해지면서 붕괴됐다. 지은이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공황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논증한 마르크스의 공황이론을 온갖 금융공학으로 무장한 현대 금융경제에서도 정확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수행 지음/돌베개·1만2000원.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7909.html 

      

구제역 매몰 이후 제주산 생수를 사 먹고 있다. (삼다수 등) 20여년전인가 물을 사먹는 나라가 있다며 재밌어하던 기억이 살아났다. 그리고 가끔 생수 유통의 문제가 뉴스를 통해 나오곤 한다.  생수를 다룬 책이 소개되었다.

 생수, 그 치명적 유혹 
피터 글렉 지음·환경운동연합 옮김/추수밭·1만3000원
 

"그는 이 책에서 생수가 기업의 환경마케팅의 산물이며 지구적인 물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골칫거리라고 고발한다.

미국에서는 1초마다 1000병의 생수가 소비되고 연간 300억병(11조원어치)의 생수가 소비된다. 그러나 이 생수가 수돗물보다 안전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맑은 샘물이 금속통에 모아진 다음 공장 라인을 통해 플라스틱병으로 옮겨진다. 그리고 긴 거리를 이동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한마디로 샘물이라는 단어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석유화학물질로 만드는 용기도 안전하지 않다. 대용량 생수통의 재질은 유해물질인 비스페놀이 나와 이미 아기용 젖병 등으로 사용금지된 폴리카보네이트를 쓰고 있다. 일부 생수는 살균을 위해 오존을 사용하는데 발암물질인 브론산염이 검출된다. 거기다 용기의 재활용률은 미국의 경우 10%를 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인데도 생수는 친환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제품으로 포장되고 있다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지은이는 생수의 대안으로 공공재인 수돗물을 마시자고 말한다. 정부나 세계 각국이 수돗물에 대한 개선을 하지 않고 그 노력을 개별기업에 맡길 경우 수돗물은 샤워나 청소용으로만 쓰이고 가진 자만이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는 물의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정부의 수돗물에 대한 무관심을 생수회사가 마케팅의 지렛대로 사용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6782.html  

    

"지금껏 국내 출판계에서 유례가 없었던 평전 시리즈가 선보였다. 100명의 국내 역사 인물을 국내 연구자들이 제대로 조명하는 역사인물평전 시리즈다. 한겨레출판은 그 첫 성과물로 세 권 <이완용 평전>과 <안중근 평전> <최남선 평전>을 먼저 출간했다.

이 방대한 평전 시리즈는 출판사와, 인문학 대중화 작업을 펼쳐온 부산대 점필재연구소가 함께 준비한 대형 기획물이다. 정출헌(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점필재연구소 소장은 발간사에서 평전 작업의 필요성과 의미를 한마디로 “평전을 쓰고 읽는다는 것은 앞서 살아간 옛사람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그의 마음과 시대를 헤아려보는 여정”이라고 정리했다.

역사라는 거대한 주제는 사실 그 총체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기가 무척 어렵다. 또한 특정 관점의 역사 담론으로 시대를 바라보는 것은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그 관점으로만 재단하게 되는 문제점도 있다. 그래서 한 인물의 삶을 통해 시대를 만날 수 있는 평전은 일반 대중들이 역사와 시대를 만나기에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이 된다. 자기의 삶을 일방적으로 펼쳐낼 수밖에 없는 자서전과 달리 평전은 제3자인 지은이가 당대가 아닌 후대에 평가하는 것이어서 자서전보다 역사적 객관성이 앞서는 것도 장점이자 특징이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평전은 가장 펴내기 어려운 책으로 꼽힌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자료가 충실히 갖춰져야 하고, 평전을 쓰는 필자로서는 다른 책보다 훨씬 더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야 집필이 가능하고, 집필 과정에서도 역사적 사실과 필자가 살아가는 지금의 관점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그래서 평전은 출판계에서는 대표적인 ‘선진 출판 장르’로 꼽힌다. 시대가 바뀌고 역사 연구 성과가 새롭게 축적될 때마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와 주목할 부분도 바뀌기 때문에 출판 산업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주요 역사인물의 경우 꾸준히 다른 판의 평전들이 출간된다.  

.... 

        
<이완용 평전>
김윤희 지음/한겨레출판ㆍ1만6000원
<안중근 평전>
황재문 지음/한겨레출판ㆍ1만8000원
<최남선 평전>
류시현 지음/한겨레출판ㆍ1만5000원
 
 


1차분 세 권 중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아무래도 <이완용 평전>이다. 한국 역사상 가장 증오받는 인물이지만 정작 이완용의 친일 행적과 그 과정을 역사학자가 정리한 대중서는 그동안 없었다.

<최남선 평전> 역시 1960년대 최남선 평전이 나온 뒤 현재 시중에선 이 인물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서가 없는 상황이어서 더욱 반가운 책이다. 최남선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류시현씨가 민족주의자에서 친일파로 변절한 최남선 인생 전반에 걸쳐 최대한 풍성한 자료를 정확하게 보여주며 그의 삶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반면 <안중근 평전>은 안중근에 대한 책들이 상당히 많이 나온 대신 이견도 많았는데, 이런 이견들을 충실한 자료 분석을 통해 종합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기존 책들이 안중근의 영웅적 면모를 강조하다보니 확인되지 않고 유포된 통념들이 정설처럼 다뤄진 경우도 많았는데, 이런 부분을 정확히 짚은 점도 눈에 띈다.

가령 청년시절 안중근은 의병을 일으켜 동학군과 맞서 싸운 적이 있었는데 이를 거꾸로 동학군과 한편이 되어 싸운 것으로 적은 책들도 많았다. 또한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전 총알 앞부분에 열십자 모양을 그렸던 것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했다. 저격당하는 이토에게 더 치명적인 부상을 입히기 위해서란 해석과, 안중근이 천주교 신자였기 때문이란 의견이 주로 나오는데 지은이는 천주교 신자설이 더 유력하다고 봤다.

출판사 쪽은 이 세 평전에 이어 앞으로 조선 시대 인물로는 조광조 윤선도 유자광 김종직 남효온 등, 근대 인물로는 신채호 고종 명성황후 정인보 김옥균, 여성 인물로는 지소태후 황진이 최송설당 등의 책을 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01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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