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들어서야 우리가 IT강국인가에 회의적인 의견을 보이는 사람이 많은데 불과 작년초만 하더라도 여전히 IT강국 운운하는 소리를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건 IT강국이고 싶은 바람일 뿐이다. 실제로 우리가 IT강국이었던 적이 있지만 그건 한참 과거의 일이다. 아마도 아이폰이 처음 나오던 시절 우리는 이미 IT강국이 아니었다. 다만 조선말기 쇄국정책 하듯 빗장 걸어잠그고 우리가 최고네 하고 있었을 따름이다.  

우리나라가 IT강국이었던 시절은 2000년대 초반이다. 1990년대 후반 극심한 경제위기 뒤 정부의 막대한 지원금을 바탕으로 벤처열풍이 불어닥쳤다. 기존의 대기업이 아니면서도 경제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몇 몇 기업들이 있었는데 이는 수많은 벤처기업이라는 토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대 중후반에 들어서면서 벤처기업의 열풍은 사그라졌고 더이상 IT의 토대는 없어졌다.  그리고 그 자리를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이 차지했는데 이 때 부터 IT한국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벤처기업들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들이 자유스럽게 선택하던 구조였다. 하지만 세개의 대기업에 종속이 되면서 실제 소비자와는 상관없이 만들어진 제품을 대규모 마케팅에 의해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작업으로 바뀌었다.  

안철수교수는 이런 IT강국의 몰락을 2007년 부터 보고 있는데 삼성, 엘지에 소속되어 버린 한국의 IT는 세계적 IT의 흐름을 읽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홍구-서해성의 직설, 안철수 교수 편)

http://hook.hani.co.kr/archives/24448 

이런 IT의 문제를 지적하는 책이 너무 늦게 나왔다.   

한국IT산업의 멸망   김인성 지음/북하우스·1만5000원

"그가 지적하는 것은 한국의 기괴한 정보기술 현실이다. 그동안 정보기술 종사자들과 ‘오픈웹’ 등 커뮤니티를 통해 제기되어온 이슈들을 대중적 무대로 끌고 나왔다. 다른 나라보다 앞서 초고속 인터넷 환경을 구축해 인터넷을 통해 게임과 결제를 할 수 있고, 이를 위한 불가피한 환경이라고 당국과 업계가 강변해온 게 ‘거짓말’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은이의 주장이 도발적이면서도 통쾌한 이유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작동하는 액티브엑스(X)를 강요하는 금융결제 서비스, 아무 기능 없이 비용만 들이는 공인인증서와 바이러스처럼 사용자를 괴롭히는 보안프로그램 등이 한국의 전자상거래를 세계시장과 단절된 ‘인트라넷’으로 만든 현실이 책에 생생하게 표현돼 있다. 방통위는 이 책이 소개되기 이틀 전 마침내 2014년까지 국내 100개 주요 사이트에서 “액티브엑스를 들어내겠다”는 뒤늦은 정책을 발표했다.

지은이는 국내 고유의 상황을 강요하는 정보기술 분야에서의 폐쇄적인 정책이 ‘촌스러움’을 넘어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반시장적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1990년대 말 국내 벤처 열풍 속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창의적 서비스들이 국외 시장 진출에 모조리 실패하고, 수년 뒤 이와 유사한 국외 서비스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아이러브스쿨, 다이얼패드, 스카이러브, 싸이월드와 페이스북, 스카이프 등이 그 사례이다.


당시 한국은 전세계가 주목한 서비스와 기술의 무대였지만, 이내 사라졌다. 지은이는 언어의 문제도 있지만 창의력의 손상을 주된 이유로 지목했다. 특히 인터넷실명제나 게시글 삭제 또 공인인증서 같은 장치는 한국을 고립시켜, 국외 진출의 길을 막아버렸다. 국경이 의미가 없는 인터넷에서는 국가별 서버를 두고 별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하나의 서비스를 구축해 제공하고 유튜브나 페이스북처럼 사용자가 언어만 선택해 쓰도록 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외국에서 우리나라 인터넷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실명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국내 서비스가 국외에서 발붙일 수 없다. 페이스북은 전세계 사용자를 상대로 스스로 이름과 개인정보를 공개하게 만들어 인터넷에서 새로운 금맥을 캐고 있다.

지은이는 정보기술 분야 경쟁에선 한국적 특수성이 설 자리가 없다고 말한다. 글로벌 기준에 어긋나는 각종 규제를 없애고 국제적 표준과 개방이라는 일관된 정책이 살길이라고 주장한다. 개방과 표준을 강조하는 지은이는 아이폰이 국내에서 일으킨 변화의 역설을 지목한다. 이동통신사의 로고마저 허용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애플 식대로’ 고수하는 애플의 비타협적인 폐쇄성이 역설적으로 국내의 정보기술 환경을 깨뜨리고 있다는 얘기다. 아이폰 덕분에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저질러왔던 소비자 이익 침해행위가 드러나고 하나둘 사라지게 된 게 현실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1061.html 

현재의 IT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스티브 잡스이다. 스티브 잡스의 바로 옆에서 그를 20년 이상 지켜보았던 애플의 전 부사장 제이 앨리엇이 아이리더십이라는 책을 썼는데 애플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만 할 것 같다. 

아이리더십-애플을 움직이는 혁명적인 운영체계
제이 엘리엇·윌리엄 사이먼 지음/웅진지식하우스·1만7000원
 

"잡스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인 그는 췌장암이 걸린 잡스가 죽더라도 애플은 결코 휘청거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왜냐하면 잡스가 만들어놓은 애플의 기본 원칙, 곧 ‘아이리더십’이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가 말하는 아이리더십은 △밤새 줄서서 사고 싶은 완벽한 제품 △거기에 미친 인재의 선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통합 △모든 소비자가 열광하는 브랜드 만들기 등 네 가지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통합’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경영학이 만들어질 때부터 거론돼 왔던 것으로 별 비밀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원칙들이 애플에서 생생하게 구현된 것은 사실 잡스의 카리스마 때문이다. 엘리엇은 잡스에게 이런 원칙을 배워 자기가 스스로 기업을 경영해봤지만 숱한 난관이 쏟아져 실패를 경험했다고도 토로한다. 결국 이 책은 잡스에 대한 헌사이자 잡스에 대한 전기다. 그리고 잡스의 실패와 성공에 대한 가장 생생한 분석서다. 

..... 

이런 관점에서 지은이는 한국어판 서문에 한국의 일등 기업 삼성전자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삼성전자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마니아를 만들어낸 애플과 달리 소비자가 요구하지도 않는 하드웨어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워크맨으로 성공했다 결국 몰락한 소니와 닮았다고 충고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3294.html

하지만 여기서 놓치고 있는 점이 하나 있다. 한국 IT산업은 무한 경쟁체제라는 점이다. 그러나 사실 IT의 특성상 때로는 공유하고, 있는 기술에서 변형이나 개선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단순히 경쟁으로는 한계가 있다.  

코에볼루션 김준호 홍진환 지음/한스컨텐츠 펴냄·1만5000원. 

" 시장의 원칙은 “네가 못돼야 내가 잘된다”는 것 아닌가? 가령 어떤 상품의 시장점유율을 놓고 ㄱ사와 ㄴ사가 싸울 때, 한쪽의 점유율이 높아지면 다른 쪽은 낮아지지 않은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가 시대 변화를 이끌고 있는 현재는 ‘플레이어’가 많아졌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예전에는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협력사업자와 소비자 등이 ‘주체’로 등장했다. 이들이 바로 ‘나’를 잘되게 하는 ‘너’다. 이제 싸움의 승패는 누가 새롭게 등장한 플레이어들과 ‘공진화’Co-Evolution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코에볼루션>은 이런 시각으로 소셜네트워크 시대 선두주자인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성공 이유를 찾는다. 하버드대 대학생 마크 저커버그가 2004년 만든 페이스북은 불과 몇년 만에 미국 최대 항공기제조사 보잉의 기업가치를 넘볼 정도로 성장했다. 그 성장의 핵심이 바로 ‘코에볼루션’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셜게임업체인 ‘징가’. 조그만 벤처기업인 징가는 ‘팜빌’이라는 게임을 페이스북 위에서 구현함으로써 페이스북에도 도움을 주는 한편, 그 스스로도 거대 게임업계로 성장했다. <코에볼루션>은 이런 ‘공진화Co-Evolution의 원칙’이 이제는 기업을 넘어 사회와 문화에까지 침투해 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4464.html 

IT관련 서적은 아니지만 이런 협력을 다룬 또 하나의 책이 있어 기록해둔다.

여럿이 한 호흡   한세정 옮김/21세기북스·1만2000원. 

‘우리는 나보다 힘이 세다.’ 동의하지 않을 수 없지만 실행하긴 어려운 말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천재라 해도 ‘홀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협력이 중요하다. 특히 무언가 이뤄야 한다면. 기업 경영이든 정부 운영이든 내밀한 인간관계에서든 협력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문제는 함께 일할 줄 모르는 것이다. 배려와 설득, 타협, 토론이 원만히 이뤄지지 못하는 근원에는 자아존중감 결여가 놓여 있다. 내 마음을 열지 못하면 타인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내 마음은 어떻게 열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함께 일할 것인가.

세계적인 안무가인 트와일라 타프(70)는 <여럿이 한 호흡>에서 일생 동안 터득한 협력의 기술을 상세히 털어놓는다. 함께 일하기 위해선 원칙을 갖춰야 하며, 서로의 개성을 보완하면서 더 커지는 힘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또한 불특정 다수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친구와의 협력은 얼마나 어려우면서도 보람있는 일인지를 잔잔히 풀어놓는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재미다. 추상적인 주장 대신 구체적인 일화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세계 무용계의 살아있는 전설이 함께 일해 온 이들 역시 각계의 전설이다.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그레고리 하인스, 제롬 로빈슨 같은 무용계의 거물뿐 아니라 빌리 조엘, 밥 딜런, 엘비스 코스텔로, 대니 앨프먼, 리처드 애버던, 밀로시 포르만을 비롯한 대중음악·사진·영화 등 문화판의 거장들이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4466.html 

이와는 반대로 IT를 되돌아보는 책 역시 출간되었다. 
 

<속도에서 깊이로>임현경 옮김/21세기북스·1만5000원 

무선인터넷과 스마트폰의 확산은 우리에게 다양한 ‘연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카카오톡 등 일일이 늘어놓기에도 벅차다. 무한확장할 수 있는 이 ‘거대한 방’에 들어설 것인지 말 것인지 선택하기도 전에 우리는 이 안에 놓여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저널리스트 윌리엄 파워스는 <속도에서 깊이로>에서 권유한다. 잠시 모든 화면, 연결에서 멀어져 보기를. 모터보트를 타다 물에 빠지자 그는 휴대폰이 망가지는 ‘재앙’을 겪는다. 재앙은 곧 ‘즐거움’이 된다. “그날 아침 나는 온전한 내 자신일 수 있었고 그보다 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지금 이 순간, 신문을 들고서도 수시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우리는 과연, 같은 재앙이 닥친다면 즐거울 수 있을 것인가? 지은이는 ‘과잉 연결의 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이 단절의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소소하지만 생각보다 값진 것임을 다양한 일화를 통해 들려준다.

고맙고도 다행스러운 점은 플라톤, 세네카부터 헨리 데이비드 소로, 마셜 맥루한에 이르는 7명의 철학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과도한 연결(지금과는 전혀 다른 수준이었지만)과 거리두기를 시도했는지’ 알려준다는 것이다. 2500년 전의 방식이어도 지쳐버릴 만큼 쏟아지는 메시지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다독인다. 지은이는 가족들과 함께 주말 동안 인터넷 연결에서 벗어난 ‘인터넷 안식일’의 경험을 들려주며 끝을 맺는다. ‘디스커넥토피아’로의 초대가 끌린다면 지금 당장 인터넷 안식일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216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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