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소개된 책들을 둘어보다 어쨌건 역사로 묶어 볼 만한 책이 보인다. 실제 역사를 다룬 책도 있지만 수집의 역사를 담은 과학책도 있고, 현대 라틴미술사도 있다. 

최근 김기협씨의 책이 자주 눈에 보인다.  <밖에서 본 한국사>, <뉴라이트 비판> 등 읽어볼 만한 책이 계속 출간되고 있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작년에 뉴라이트 관련 서적을 읽어보려다 놓쳐 김기협씨의 책은 아직 읽고 있지 못하지만 김기협 읽기라는 이름으로 책 읽기를 한번 해야 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그가 이번엔 해방시대를 담은 <해방일기>를 책으로 독자들에게 나타났다. 

"저자는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이름하에 해방정국을 이끌어갔던 비정상적인 극우, 극좌 집단의 문제를 짚어냈다. 이들은 일반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않았고, 이해할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당시 일반인들은 민족자결의 세상에서 살고 싶은 마음보다도 평화를 누리고 싶은 마음, 전쟁 말기의 궁핍에서 벗어나 여유 있는 생활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더 절실했을 것이다. 그러나 극좌와 극우의 적대적 공생은 인민의 지지라는 거짓 명분하에서 ‘제대로 된 정치’를 없애 버렸다.

그렇다면 이들의 철학은 무엇이었을까? 그 하나는 승리 지상주의였다. 승리하면, 그리고 이익이 되면 모든 것이 다 용서된다. 절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승리에 관대한 한국인들은 베트남에도, 이라크에도 아무런 명분이나 죄의식 없이 군대를 파견했다. 그리고 오늘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한 학생들이 자살에서 그 출구를 찾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사회는 승리 지상주의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다른 하나는 모험주의이다. 이들의 목적은 대립을 격화시키는 것이며, 타협의 길을 막는 것이다. 그래서 건국준비위원회도 실패했다. 이들은 ‘선명성’ 경쟁을 부각시킨다. 따라서 저자는 이들 극단주의자들이 파시스트 성향의 집단에게 이용당하는 일이 많다고 했지만, 사실은 이들 스스로가 파시스트 집단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남의 말에 절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저 자기 이야기를 떠들 뿐이며, 자기 이야기에 따라오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적이며, 이 적들은 극우에게는 ‘빨갱이’이며, 극좌에게는 ‘수구꼴통’으로 표현된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현실을 무시한다. “보다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추구하는 진보적 노력도 현실을 무시하는 오만에 빠진다면 ‘사람 사는 세상’의 기반 조건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저자는 1945년 8월1일부터 10월29일까지 벌어진 일들을 정리하고 있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세계사적으로 거대한 전환기에 있었던 1945년 8월 15일을 전후한 시기에 벌어진 사건들을 ‘상식’의 선에서, 그리고 ‘중도파’의 입장에서 풀어내고 있다. 때로는 기존의 한국 현대사 연구를 인용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풀어내고 있다.

제목은 ‘일기’라고 되어 있지만, 그 안에는 해방 정국의 ‘무주공산’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다양한 움직임이 녹아 있고, 그러한 움직임들이 오늘 한국 사회의 현실에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가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왜 한국 사회에서 상식이 통하지 않는가에 대한 원인을 밝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미덕은 비단 그것만이 아니다. 저자가 갖고 있는 세계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해방공간에서 벌어진 우리의 모습을 단지 한반도 내에서만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사 속에서 바라보아야 할 필요성을 전달해주고 있다. 폴란드 문제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유럽에서 벌어진 제2차 세계대전의 모습에 좀더 명확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해 준다. 최근에 비행기 사고로 폴란드 대통령이 사망한 사고의 원인도 알 수 있지만, 폴란드의 운명이 우리와 얼마나 유사한가 역시 알 수 있다. 그리고 스탈린의 잔인함과 함께 폴란드인 스스로가 반성해야 할 부분도 짚어주고 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5702.html 

         

 

 모든 사진은 역사를 담고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큐 사진을 비롯해 몇 몇 사진들은 시대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간혹 사진들은 논쟁을 담고 있는데 그런 사진들의 역사를 다룬 책이 소개되었다.

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 

"사진은 탄생부터 논쟁이었다. 1839년 다게르의 다게레오타입이 원조라고 주장했지만 니엡스 등 다른 선두주자의 사진이 먼저 세상에 선보였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 새로운 장르는 이후 여러 논쟁을 거치며 성장해왔다. 새 책 <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정진국 옮김)는 제목 그대로 사진 역사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을 불렀던 ‘문제적 사진’ 73장을 골라 소개한다. 사진이 예술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부터 시작해 저작권, 초상권, 아동 나체, 포르노, 사진가의 윤리, 사진 조작 등 지금까지 계속되는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논쟁을 만나볼 수 있다.

책에 실린 사진이 부른 논쟁 중에는 결론이 난 것도 있지만 아마 영원히 결론이 나지 않을 논쟁도 있다. 사진은 진실이며 역사이자 기록인 동시에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매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1969년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이 공개한 달 탐사 사진도 여전히 논쟁의 도마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소련과의 우주 개발 경쟁에서 이기고 싶은 미국이 전세계를 상대로 사기극을 펼쳤다는 음모이론은 아직 유효하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5675.html 

패션은 조금 낯선 주제임이 틀림없다. 일단 기본적으로 패션은 여성의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고, 소비라는 개념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인데 <패션의 탄생>이라는 책의 설명을 보니 교양수준에서 읽어볼 만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패션은 혁신과 진화, 진보다. 패션에 이념을 덧입히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의생활’에 활기를 불어넣는 디자이너의 역사를 살펴보자면 혁신과 진화, 진보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19세기 초부터 오늘에 이르는 근현대 패션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26명의 디자이너를 소개한 만화 <패션의 탄생>을 보면 이런 패션의 흐름과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에르메스, 이브 생 로랑, 돌체 앤 가바나, 페라가모와 샤넬 등을 백화점 매장에서 보고 그저 수많은 고급 브랜드 중 하나로만 여겨왔다면, 더욱 권해볼 만한 책이다. 브랜드에 담긴 의미와 분위기를 소비하는 ‘가치 소비의 시대’에 그 브랜드를 창조한 디자이너의 철학과 역사를 알고 나면 남들과 똑같은 가방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효용가치는 더욱 높아지게 될 터이다.

이름도 외우기 어려운 디자이너와 그들이 창조한 패션의 역사라니 너무 많은 정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의류학과 출신에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지은이는 이 지점에서 힘을 발휘한다. 역사를 들려줄 때는 간단한 만화 형식을 빌려 그 내용에 집중하게 하고, 디자이너의 대표 아이템을 보여줄 때는 시원한 삽화로 눈을 즐겁게 한다.

패션 제국의 황제가 된 이들 명품 브랜드의 설립자들이 펼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면, 그들의 옷보다는 열정에 놀라울 때가 있다. 70살의 나이에도 놀라울 만큼 발칙한-물론 제품 가격도 놀라운 수준이지만- 비비언 웨스트우드의 창조물은 젊은이에게 열정을 선물하기도 한다. 일정한 형식을 벗어나고자 하는 열정 속에 태어난 패션은 그 어떤 것보다 진보적일 수 있겠다. 진정한 패션(fashion)은 패션(passion·열정)에서 탄생한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4481.html  

올해는 화학의 해라고 한다. 과학에 문외한 입장에서는 천문의 해라고 달라질 것은 없을 텐데, 근래에 대해 교양이라는 부분에 관심으로 갖고 있어 자연과학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중이다. 그런 면에서 교양수준(단순히 이해의 수준이 아닌)의 과학 서적 목록을 만들어 볼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

"화학책이 대개 잡학 상식 책으로 흐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주기율표를 집중적으로 다룬 책은 더러 있다. 최근에 출간된 <세상의 모든 원소 118>은 화학 마니아를 위한 완벽한 ‘커피 테이블 북’이다. 저자는 모든 원소들의 표본을 모으겠다는 야심을 실현한 괴짜다. 원소 수집은 우표 수집과는 다르다. 일단 위험하다. 가령 나트륨을 축축한 곳에 두면 폭발할지도 모른다. 억만금을 줘도 못 사는 것도 있다. 방사성 원소들은 대개 그렇다. 순수한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런 원소들은 합금이나 화합물 형태로 만족해야 한다. 저자는 나이오븀 초합금이 달린 로켓 엔진을 온라인 경매로 구매하고 좋아하나, 금세 미국연방수사국(FBI)에 압수당한다. 그러나 대신 뜻밖의 장소에서 순수한 나이오븀을 구하는데, 그것은 피어싱 가게였다. 이런 난관을 뚫고 수집된 표본들이 근사한 사진과 간략한 설명으로 책에 실려 있다. 거실 탁자에 펼쳐두고 간간이 넘겨보면서 ‘이 원소가 이런 곳에 쓰이는구나’ 하고 감탄하기에 알맞다. 화학에 흥미가 있는 중학생 이상의 학생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러다 혹 주기율표의 역사와 원리를 더 깊이 알고 싶어진 독자에게는 <자연의 재료들>과 <원소의 왕국>을 추천한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4486.html 

     

 며칠 전 집에 있는 봉투를 정리하다 몇 해전 라틴아메리카전에서 받은 쇼핑백 크기의 빳빳한 비닐 봉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라틴현대미술에 대한 책이 출간되었는데 몇 해 전에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앞선다. 당시에 라틴아메리카 미술에 관한 책을 찾아보았지만 시공사에서 나온 <21세기 라틴아메리카 미술>이라는 책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책이 그 때 출간되었다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라틴현대미술 저항을 그리다>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근현대미술은 독한 원색과 환각의 이미지들로 출렁거린다. 프리다 칼로의 피 흘리는 자화상과 멕시코 거장 3인방 리베라·오로스코·시케이로스의 벽화에서 우리는 압제에 대한 저항, 서구 미술에 대한 엇갈리는 애증 등을 읽게 된다.

멕시코에서 조각을 공부한 국내 도예가가 쓴 이 책은 중남미 근현대미술운동의 거대한 지층을 탐사한다. 저자가 줄곧 쓰는 특이한 개념말이 ‘메소티소 모더니즘’과 ‘아르테 포풀라르’(Arte Popular)다. ‘메스티소 모더니즘’은 유럽 정복자와 원주민의 혼혈 메스티소처럼, 유럽과 라틴아메리카 미술의 이종교배라는 뜻이다. 20세기 초 중남미 미술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유럽과 다르고자 한 정신에 있었”다. 하지만, 입체파 같은 서구 전위 흐름과도 살을 섞어야 했던 그들은 결국 숙명인 ‘혼종성’에 집착한다. 고대 마야, 아스테카 문명의 유산들과 원주민들의 민속 등이 작업 정체성을 보증하는 보물창고로 격상되는데, 바로 대중예술로 직역되는 ‘아르테 포풀라르’가 된다. 특히 1910년 멕시코 혁명 뒤 사회통합을 위한 민족주의 정책은 ‘아르테 포풀라르’를 중남미 미술 특유의 코드로 만든 결정적 계기였다고 지은이는 설명한다. 거장 리베라, 오로스코 등에게 원주민 문화가 반영된 벽화를 주문해 ‘멕시코 르네상스’의 멍석을 깐 당시 교육부 장관 바스콘셀로스의 행적이 자주 언급된다. 19세기 포사다의 풍자화 전통, 현실에 포개어진 초현실주의의 또다른 모색 등 그들의 20세기를 차곡차곡 정리했다. 말미에는 라틴현대미술사 주요 인물 77인과 주요 개념어 50선을 넣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2135.html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