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내기는 힘들겠지만 언제나 떠날 꿈을 꾸기에 여행책에 항상 관심을 두는 편이다. 특히 지역에 대한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책에는 항상 마음이 꽂힌다. 2011년 4월에 소개된 책들 중 여행이라는 주제로 묶을 만한 책들이 있어 정보를 담아본다.
<대한민국 도시여행>은 내가 꿈꾸어 오던 여행방식이다. 물론 지은이처럼 꼼꼼하게는 아니지만 그냥 일반인 수준에서는 주제를 정해 훑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의 책을 한권 지참하고 이곳 저곳을 다녀보고 싶지만, 집안일을 분담해야 하는 21세기형 남편의 삶이 발목을 잡는다.
"그는 2009년 춘천을 시작으로 2년 넘게 전국 주요 도시의 뒷골목, 앞골목을 쏘다녀왔다. 목포, 진주, 청주, 군산, 삼척, 공주, 안동, 대전, 나주, 충주, 제주, 수원 등. 도시들이야 익히 들어본 바이거니와 그가 걸으며 지나친 그 무엇이며 굳이 들어가 골목길에서 목도한 것 역시 그가 처음 발견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볼거리, 먹을거리들을 구슬 꿰듯이 코스를 정해 짧게는 3시간, 길게는 10시간을 걷는 여행법을 알려주는 여행책은 아마도 이 책이 처음이리라.
그가 하는 방식은 이렇다. 우선 유서 깊은 도시를 고른다. 세상에 유례없는 도시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읍, 면 이상이면 전국 어디라도 대상이 된다. 우선 떠오르는 게 ‘주’(州)자 돌림 도시. 그곳에는 목사가 머물던 숙소, 아니면 감영 문루, 그도 아니면 세월만큼 눈총을 받아온 선정비들, 그것도 아니면 그 앞에서 수백년 현장을 지켜본 느티나무가 있을 터. 지도를 보고 대략 대여섯 군데를 찍은 다음 현지에서 문화원이나 향토사학자, 지역문화운동가, 문화유산해설사 등의 도움을 받아 구체적인 이동경로를 짠다.
큼직한 지역유산들 사잇길은 구부정하거나 구불구불하다. 일제 때 뚫은 신작로거나 지형대로 난 골목길이기 때문이다. 만일 그가 선택한 경로가 요즘의 직선길이라면 다른 여지가 없을 때다. 그러하니 중로에는 옛 병사들이 놀았을 법한 돌 윷판, 가구점으로 변한 1930~40년대 일식
이층집, 지금은 비어버린 60~70년대 함석지붕 천주교회, 땟국에 전 돼지국밥집 등이 있다. 만나는 사람들한테서는 옛 지명, 옛 모습, 옛 풍습, 옛 이야기를 재구성할 수 있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5689.html
아울러 서울 골목골목을 누볐던 임석재 교수의 책이 떠오른다.

며칠 전 회사에서 산행을 했는데 최근 산행은 모두 회사의 행사였다. 무리하지 않으려 하는 삶의 습성상 굳이 힘들게 산을 올라야 하는 이유가 나에게는 마땅치 않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평지형 인간으로 살아가려는. 사실 이 평지형 인간이라는 말은 김별아의 신작에 대한 소개글에서 따 왔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소설가 김별아씨는 “평지형 인간”이란다. 산이라면 경기를 일으키던 그가 40살에 690㎞에 이르는 백두대간 종주에 나섰다. 이 책은 2년에
걸쳐 40차 산행으로 진행될 그 긴 여정의 머리말 부분, 16차 산행까지의 기록이다.
대체 왜 이 고생을 하나? 수백번 자기에게 묻는 동안 산이 삶과 고스란히 겹쳐 다가왔다고 한다. 타인의 시선으로 살아온 사람은 사는 게 두렵다. 못난 진짜 자기를 들킬까봐 동동거려야 했던 불안의 고통이 이미 반쯤 죽게 두들겨 패 놓은 삶이니까. 영역을 지키는 데 악다구니를
쳐온 중년은 자신에게서 모든 일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이기적인 ‘꼰대’를 발견하게 된다. 산을 넘으며 그는 실은 두려움과 권태를 넘는
다.
.....
자존감이 없어 자존심을 세우며 으르렁거렸던 기억, 우울의 바닥들을 찍던 세월이 그렇게 산행 중 타는 목마름, 들꽃, 빗줄기와 엮여 들어간다. “비로소 내 가련한 삶을 사랑한다. 그래야 더 이상 아이로 머물러 있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리하여 다른 아이 누군가를 껴안아 일으킬 수 있는 씩씩하고 훗훗한 어른이 될 테니까.”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4478.html
아주 황당한 소재의 여행책도 한권 소개되었다. 티벳에 카페를 차린다. 황당하지만 여행을 꿈꾸는 자들의 로망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바람카페, 나는 티벳에서 커피를 판다
"책을 펴면 ‘여행 성장기’가 시작된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 소개서가 아니다. 여행을 싫어하던 지은이 파주는 방송 프로그램을 본 뒤 친구들과 7일 동안 타이에 간 뒤로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 뒤 여행에 빠져들었고, 인터넷에서 ‘아깡’이란 이름으로 여행기를 연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뜻밖에도 홍콩에서 유명한 여행 파워블로거가 된다.
왜 이 홍콩 블로거가 티베트에서 카페를 차렸을까. 지은이는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가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고 말한다. 파주가 2006년 티베트에 ‘바람카페’를 차린 이유도 그저 그 순간 마음이 그랬기 때문이었다. 타이에서 가끔 길거리 노점 커피를 마시던 파주는 문득 떠오른 생각을 친구 오트에게 말했다. “같이 티베트에서 카페를 내자.” 그리고 정말 좌충우돌 ‘무한도전’을 시작했다. 파주 엄마는 “너희들 바보니”라고 반문했지만 그들은 무작정 떠났다. 자전거를 타고 반년이나 걸려 티베트 라싸에 도착해서는 부동산 중개소도 없는 곳에서 주인을 만나려고 1주일 동안 건물 앞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는다. 갓 20대에 접어든 두 사람의 타이 여행 이야기에, 카페를 차리는 도전기가 가슴 뛰는 삶을 살아보라고 부추겨댄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4479.html
여행보다는 건축교양서에 가까워 보이지만 여행의 가장 큰 목적 중의 하나가 유명한 건축물에서 사색에 잠겨 보는 것 아닌가. 그런의미에서 같이 한번 묶어 보았다. 위에 임석재 교수의 책목록은 이 책과 함께 엮이는 부분을 감안한 것이다.
“위대한 건축물을 실감하는 최상의 방법은 그 건물 안에서 잠을 깨는 것이다.”
건축가 찰스 무어의 말이다. 건축책에 등장하는 멋진 집, 걸작으로 꼽히는 건축물을 보면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런 소망을 실제 이뤄볼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직접 가보기조차 쉽지 않은데.
일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는 건축 설계 못잖게 명건축물을 순례하는 데 열정을 쏟는 이다. 물론 건축가들조차 위대한 건축물에서 잠을 자보기는 어렵다. 그래도 그는 늘 세계의 건축물을 돌아다니며 가능한 한 잠을 자보고, 잠을 재워주지 않는 곳은 몇차례씩 찾아가 유명 건물을 음미해왔다. 새로 나온 책 <내 마음의 건축>은 그가 이렇게 세계 곳곳의 주요 건축물을 찾아다니며 깨달은 건축의 재미와 의미를 독자들에게 대리 체험해주게 하는 건축답사기다.
나카무라 요시후미는 건축가이면서도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축가들과는 조금 다른 건축가다. 크고 웅장한 집보다는 작은 집, 일반인들이 사는 주택을 전문으로 삼아 30년 넘게 주택을 설계해왔다. 자신의 철학과 예술적 지향을 강조하기보다는 그 집에 사는 사람, 그 건물을 찾아오는 사람, 그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의 눈으로 건물을 살펴보면서 걸작 건물들이 진정 훌륭한 이유를 찾아낸다. 건축책이라면 어려운 개념어와 전문가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눈높이 서술이 난무하는 책이란 부담감은 그의 책에선 찾아볼 수 없다. 건축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살펴보면 우리가 늘 살고 접하는 일반 가정집에 대한 경험적 지식만으로도 건축의 심오한 경지를 어느 정도 찾아내고,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건축 길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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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로선 사진이 멋있는, 디자인이 눈을 끄는 건물들에 더 눈이 가기 마련이고, 건축물이란 것이 3차원의 입체 공간이어서 직접 방문해 공간감을 경험해보지 않는 한 그 진가와 우수함을 알기 힘들다. 그래서 건물 전체의 구성을 파악하려면 도면을 보는 수밖에 없는데, 건축도면 자체가 일반인들에겐 생소하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런 근본적인 어려움을 어느 정도 해결해 주는 것이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직접 그린 손그림 스케치다. 간결하게 구조와 특징을 잡아내는 그의 스케치는 그 자체로 보는 재미가 있고, 사진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3차원의 특성을 2차원에 쉽게 풀어내 글로는 부족한 건물의 매력을 최대한 전해준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2169.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