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이슈들이 있을 때 관련된 서적을 찾아보는 편이다. 될 수 있으면 여러권의 책을 읽어 입체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는데 과학분야에서는 이런 독서가 쉽지 않은 편이다.
우리나라 독서의 형편을 보여주는 것인데, 자연과학과 관련된 책을 찾다보면 아동서와 전문서만 존재한다. 대중의 눈높이에서 보여주는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에 일본대지진 참사를 통해 지진에 관한 책을 찾기 역시 그렇다. 초등학생용 책들은 많은 반면 일반인의 눈에 어울리는 책은 찾기 힘들다. 모든 자연재해를 개괄적으로 다룬 책들 뿐이다. 그렇다고 중고등학교 지구과학책을 손에 들어야 하나라고 고민할 정도이니.
그래도 대충 두어권을 추려봤는데 구매 여부는 책 내용을 검토해보고 결정하려고 한다.
일단 '지진과 화산의 궁금점 100가지'와 '지구-지진과 해일은 예측가능한가'를 우선순위에 올려둔다. '지진과 화산의 궁금점 100가지'는 지진과 화산에 대해 100가지 질문에 대해 네쪽씩 설명한다. 원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대중서치고는 친절한 해설과 더불어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다만 일본의 지진, 화산에 대해 중점으로 다루고 있는데 일본에 집중한다는 단점과 가까운 일본을 공부한다는 장점이 동전의 양면처럼 느껴진다. 지진이 이야기될 때 항상 거론되는 판구조론에 대해서도 상당부분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지구-지진과해일은 예측가능한가'는 고정관념Q시리즈의 일반 교양서이다. 지진과 화산의 궁금점 100가지보다 얇고 개괄을 설명한 후 궁금해하는 몇 가지 주제를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실제 지진은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듯 땅이 갈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지 작은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곳일수록 큰 지진은 일어나지 않는다는지 하는 설명이 있는데 재미로 읽기에는 괜찮은 것 같지만 교양수준에는 못 미치는 것 같다.
서점에서 지나가다 '왜, 건물은 지진에 무너지지 않을까'라는 책을 들쳐봤는데 단순히 지진보다는 건축물들이 어떻게 지지하며 안정적으로 세워지는지를 그림과 더불어 쉽게 설명한 책이라 상식 차원에서 읽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아마도 건축물, 다리 등을 볼 때 유용할 것 같다.
'지진은 왜 일어나는가'는 1755년 리스본 대지진이후 지진을 과학적으로 인식한 후 지진학의 발생에서부터 지진연구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실제로 지진은 어떻게 발생하며 지진의 예측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까지 잘 설명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지진에 대한 인간의 대응 즉, 내진설계를 하는 단계까지도 설명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지진에 대해 교양으로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담았다는 점이고 이에 대해 풍부한 그림으로 설명을 하고 있어 지구과학의 지식이 부족한 경우에도 큰 어려움 없이 이해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쉬운 점은 절판상태 여서 도서관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재출간된 듯 하다.)
이외 아동서로 '리히터가 들려주는 지진이야기', '지진해일' 등은 내용이 쉽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지금은 '자연재해'를 개괄적으로 다루는 '자연재해'와 '지구가 와글와글'을 읽고 있는 중이다. '자연재해'는 쉽게 읽는 지식총서 시리즈인데 한손에 잡힐 작은 사이즈라 상식차원에서 읽을 만한 책이다. 대신 지진이나 해일 등에 대해서 이론적인 부분까지는 다루지 않는다. 대신 자연재해를 종류별로 설명하고 있다. 지진 뿐 아니라 홍수, 토네이도, 블리자드, 곤충재해 등을 다루고 역사속의 대재앙들을 보여주고 있어 자세한 설명은 아니지만 정보 수집차원에서 유용하다.
책에 따르면 한해에 지구상에 약 50만번의 지진이 발생하고, 강도 6 이상의 지진 또한 평균 사흘에 한번 발생한다고 한다. (53~54쪽) 지진이 사실 굉장히 일상적이지만 피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그 위험성을 모르는 것 같다. 물론 그 위험성을 안다면 불안해서 생활하기가 더 힘들 것이다.
'지구과 지글지글'에서는 지진과 화산에 대해 의미심장한 표현이 있다. 물론 단순히 학문으로만 접근했지만 "두 판이 서로 만나는 경계 지점에서는 되도록이면 살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지점에서 두 판은 서로 부딪치거나(물론 아주 느린 동작이긴 하지만) 스치며 지나가거나 또는 서로에게서 멀어져 간다. 이런 경우에는 틀림없이 화산이 분출하거나 지진이 발생한다. 그러니까 일본이나 미국 캘리포니아 같은 곳에서 산다면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어야 한다."(40쪽)
아울러 지구과학에 대한 text를 하나 삼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국지구과학회의 '재미있는 지구과학이야기' , 한권씩 모아두고 있는 뉴턴하이라이트의 '지구의 과학'은 그림과 사진으로 되어 있어서 참고하기에 좋다.
지진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룬 책으로는 '테라', '운명의날', '지진,한가운데 선 사람들'이 있다. 테라는 인류의 4대 재난에 대한 기록으로 리스본 대지진(1755년), 유럽 기상 이변(1783년),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1883년), 하와이 힐로 쓰나미(1946년)을 다루고 있다. '운명의날'은 1775년 리스본 대지진이 유럽역사에 미친 영향을 다루고 있다.
"건축비평가이자 역사 칼럼니스트인 니콜라스 시라디는 최근 번역 출간된 '운명의 날'(에코의서재 펴냄)에서 1755년 리스본 대지진이 유럽의 근대화를 꽃피운 사건이었다고 말한다. 단순한 재앙이 아니라 하나의 혁명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리스본 대지진 이후 볼테르, 칸트, 루소 등 유럽 당대의 지식인들이 신의 섭리로 세상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는 낙관주의를 버리게 됐고 자애로운 신이 세상과 인간을 주관한다는 생각에 의문을 품게 됐다고 설명한다.
"도대체 하느님의 신성한 계획 어디에 이런 재앙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자비로운 하느님이 수천 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폐허에 깔려 죽게 하고 성난 파도와 화마의 불길로 죽게 할 수 있을까? 그것도 신앙의 도시로 유명한 리스본에 왜 그런 재앙을 내리셨을까?"
저자는 리스본 대지진의 영향은 유럽의 사상계에만 미친 것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포르투갈 총리 폼발 후작의 지휘 아래 근대적 재난 피해조사가 실시됐고 근대적인 도시계획으로 신도시가 만들어졌다. 전 유럽 시민들의 관심을 모은 이 사건은 국제적 재난 구호 원조의 시발점이자 유럽 국가들이 사회제도와 도시를 재정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09/07/03/0200000000AKR20090703181400005.HTML?did=1179m
아울러 3월 26일자 한겨레신문에 테라에 대한 기사가 또한 실렸다. 과학책을 전문으로 소개한 '김명남의 과학산책'이라는 꼭지에서 다루고 있다.
|
|
|
|
<테라>는 지구가 인류에게 가하는 시련을 네 가지 사례를 들어 이야기한다. 사례를 고른 기준은 피해의 규모나 사건의 특이성이 아니다. 인류가 각성하는 계기가 된 사건, 특히 과학적 이해가 도약하는 계기가 된 사건을 골랐다. 단순한 재앙의 논픽션이 아니라, 재앙으로부터 인간이 무엇을 배웠는가를 짚어보는 책이기 때문이다.
|
|
|
|
|
|
|
|
|
포르투갈의 영화가 절정에 올랐던 1755년, 금으로 뒤덮인 화려한 수도 리스본의 시민들이 만성절을 맞아 미사를 거행하려는 찰나, 불과 몇 분의 지진으로 도시는 쑥대밭이 된다. 좁은 골목에 지어진 석조 건물들은 몽땅 무너졌고, 붕괴를 피해 탁 트인 항구로 피신한 사람들은 뒤이어 닥친 해일에 휩쓸렸고, 다시 시내로 피신한 사람들은 화재에 희생되었다. 유럽에서 제일 부유했던 도시에서 수만명이 죽었고, 도시의 80%가 파괴되었다. 당시 대부분의 신학자들과 시민들은 리스본이 지나치게 흥청망청한 죄로 신의 노여움을 산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모두가 그렇게 믿지는 않았다. 재건을 맡은 폼발 후작은 과학적으로 지진을 연구하는 데에도 아낌없이 지원했다. 어떤 건물이 진동을 잘 버텼는지 확인하여 신축 건물은 내진 설계를 의무화했고, 주변 지역에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지진이 어떤 패턴으로 드러났는지 확인했다. 이런 노력을 밑거름 삼아, 1760년에 영국의 존 미첼은 획기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내용은 간단했다. 유달리 지진이 빈발하는 지역이 따로 있다는 것이었다. 애걔, 고작 그거냐 싶지만, 당시에 이것은 대단한 통찰이었다. 그렇다면 지진은 지각의 특성 때문에 일어난다는 추측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또한 미첼은 리스본 지진 당시 파동의 방향과 주변 지역의 진동 시점으로부터 진원지를 계산해냈다. 근대 지진학의 탄생이었다.
이어 근대 기상학의 계기가 되었던 1783년의 유럽 기상 이변과 1883년의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이 소개되고, 마지막으로 지금 특히 가슴 아프게 읽히는 1946년 하와이 힐로의 지진해일(쓰나미) 사건이 소개된다. 희생자가 1만여명을 헤아리는 지금 일본의 고난에 비하면 백수십명의 피해자를 냈던 힐로 지진해일은 사소해 보이기까지 하나, 그 사건 이후로 태평양 일대에 지진해일 경보 체계가 구축되었다는 큰 의의가 있다.
|
|
|
|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003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