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비평 봄호에서 조세제도 특집을 다루고 있어 추가)
우리나라 공연계의 문제중의 하나는 바로 초대권이다. 이런 초대권은 대체로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천석규모의 공연장에 공연비가 1억이라면 단순히 계산했을 때 평균 티켓값은 10만원이 될 것이다. 이 중에 10%가 초대권이라면 공연을 위해 티켓을 구매하는 사람은 11만원을 줘야 할 것이다. 10만원은 내 티켓값, 그리고 1만원은 초대권을 받은 사람들을 대신해 티켓값을 내야 한다. 즉, 초대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공짜이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 공짜는 그대로 정상적으로 티켓을 사는 사람들한테 전가된다. 그런데 문제는 초대권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부자들이다라는 것이다.
이것은 예를 든 것이지만 현실은 이 보다 더 심각하다. 공연비는 1억이 넘는 경우가 허다하고 초대권은 그 보다 훨씬 더 많이 사용되니까... 그 초과분은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으로 채워지는데 보조금은 바로 세금이다. 즉 공연을 좋아하는 나는 내 공연비에 부자들 초대권 값 그리고 보조금을 위한 세금까지 내는 셈이다.
물론 위에 든 예는 내가 가정한 것이다.(실제도 이와 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불합리를 지적하고 나온 책이 있다. 그런데 이런 불합리가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한국에서는 프리라이더(무임승차자)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는 프리런치(공짜점심)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
선대인은 공공서비스라는 것으로 한국의 프리라이더를 설명한다. 길을 내고, 공원을 이용하고, 불이 나면 소방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경찰들이 치안을 담당하는 공공서비스는 시민들의 세금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뉴스를 보면 이 나라의 장관이라는 이들은 대체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고,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이라고 하는 삼성그룹도 세금 문제(이건희가 이재용에게 넘겨주면서 상속세를 내지 않았던)가 거론되고 있다. 그렇다고 장관이나 이건희 일가가 도로를 사용하지 않고, 치안서비스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른 시민들의 세금으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이들에게도 공공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즉, 그들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혜택만을 누리고 있는 프리라이더(무임승차자) 인 것이다. "세금이나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사람이 각종 국방과 교육, 건강보험 등 공공 서비스 혜택을 누리는 게 무임승차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 같은 무임승차 문제가 만연하게 되면 그 국가는 재원 부족 등으로 적절한 수준의 공공재를 제공할 수 없게 되고, 종국에는 붕괴될 수 밖에 없다."
뉴욕타임즈의 기자 데이비드 케이 존스턴은 "그들은 더 부유해질 수만 있다면 정부가 더 커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스스로를 위해 그리고 자신들이 속한 계층을 위해 정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과 보상을 획득해왔다. 오늘날의 정부는 유례없는 수준으로 민간부문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들은 호화스러운 잔치를 벌이고는 계산서는 우리들 나머지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말 그대로의 '공짜점심 Free Lunch'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공짜점심'은 정부가 개입을 했든 하지 않았든 관계없이, 한쪽이 비용을 부담하고 다른 쪽에서 경제적 혜택을 얻는 것을 칭한다. .. 우리 경제에는 다양한 보조금이 존재하는데, 상당수가 의도적으로 교모하게 설계되거나 알아차리기 힘들게 구성되어 있다."(37쪽)
선대인의 프리라이더는 동차회비는 내지 않으면서 동창회 총무나 회장이 되어 그 동창회비를 마음대로 쓰는 것을 정부에 빗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많은 장관 등 임명자들이 대체로 탈세와 부동산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즉, 세금을 안 내는 이들이 나라의 세금을 자기들 마음대로 쓰고 있는 것이다. 특히 4대강과 민자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세금을 대기업 등에 퍼주고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세금 구조는 열심히 일한 근로소득자가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인해 수익을 얻는 사람보다 세금을 많이 내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선대인은 우리나라의 세금구조 및 건설사업 등을 통해 어떻게 세금이 대기업으로 흘러들어가는지를 보여준다.
미국의 프리런치는 경제방향과 큰 관계를 가지고 있다. 지역경제활성화를 이유로 대기업 공장, 대형마트 그리고 프로스포츠단이 지역에 들어오면서 거액의 보조금을 요구한다. 보조금이 없다면 다른 지역으로 옮기겠다는 협박과 함께. 게다가 면세혜택까지 제공하는데 대기업 혹은 부자들이 운영하는 기업, 스포츠단 운영을 위해 지역주민들의 세금이 사용되고 있다. 보조금 덕에 손해 보지 않고 항상 이익이 날 수 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이익은 순전히 대기업과 부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
케이 존스턴은 실제로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보조금의 예를 들어가며 현실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많은 예들이 한국인에게는 좀 낯설어 500여쪽에 이르는 책이지만 약 100여쪽만 읽어도 된다.
두 책 모두 우리가 내는 세금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현재의 세금 및 세금이 쓰이는 구조는 미래를 어둡게 할 뿐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현명한 납세자가 될 것을 주문한다.
역사비평 2011년 봄호에서는 조세의 공공성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정태헌 고려대 교수(역사학)는 ‘한국의 근대 조세 100년사와 국가, 민주화, 조세 공평의 과제’란 글을 통해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던 조세 공평성의 역사를 짚었다. 그는 “조세 공평의 다른 표현인 세금의 세목별 변화 과정은 특정 단계에서의 구성원 사이의 역관계를 적나라하게 반영한다”고 보고, “한국 근현대사에서 대기업·자산부자들은 세금 부담이 집중된 다른 계층이 존재했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의 분석을 보면, 식민통치와 전시 수탈을 위한 조세제도가 펼쳐졌던 일제 강점기가 끝난 뒤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의 하나로서 자본주의 경제의 일반적 변화 과정을 다시 새롭게 밟아야 했다. 조세제도로 보자면, 수익세에서 소비세로, 다시 소득세로 중추 세목이 변해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1951년 제정된 ‘임시토지수득세법’ 등에서 볼 수 있듯, 초창기 주요 수익세였던 지세 부담은 지주가 아니라 농지개혁이 끝난 뒤의 영세 소농들에게 집중됐다. 그 뒤 경제성장에 따라 무차별적 대중과세인 소비세가 크게 늘어났고, 과세 집중 대상을 농민에서 임금소득자로 바꾼 소득세도 꾸준히 늘었다. 그러나 자산·자본소득이나 기업소득에는 각종 공제나 감면 등으로 특혜가 집중됐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467319.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