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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런치 - 내가 낸 세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
데이비드 케이 존스턴 지음, 박정은.김진미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에게 미국은 아직 선진국이다. 부정부패가 만연하지 않은. 세금에 대해서도 그렇다. 미국 정치인들은 국민들을 위해 세금을 쓸 걸 같다.
과연 그럴까? 뉴욕타임즈의 기자 데이비드 케이 존스턴은 미국의 세금 문제에 대해 아니다라고 대답한다. 기득권층은 공짜점심을 먹는데 그것은 바로 미국민들의 세금으로 채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1991년 7월 사우스캐롤라이나, 그곳에서 한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부상자 77명에 사망자 8명. 그 사망자 가족 중 한명이 소송을 제기했고다. 선로보수 업체 CSX가 문제가 있음을 알아채고도 10년간이나 선로 보수 없이 내버려두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총 5,600백만달러의 배상금을 받아냈다. (물론 그 가족은 그 배상금을 기부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CSX의 원가절감액은 24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CSX는 당시 열차 차량이 앰트랙(미국 공영 철도회사)이었고, 앰트랙과의 계약상 앰트랙 소유 철도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는 배상할 책임이 없음을 내세워 앰트랙으로부터 해당 배상금 전액을 회수한다. 즉, CSX는 안전소홀로 얻은 부당이익을 그래도 지켜낼 수 있었다.
이 사건은 철도민영화의 폐해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철도 민영화를 통해 각 부분의 민영화를 얻어내면서도 그들은 로비를 통해 책임은 모두 공기업에 돌리는 법안을 통과시켜 버렸다. 즉, 위험은 국민의 세금으로 보충하고 수익은 그대로 챙겨먹고 있다.
십수년전 영국의 한 지역에서 삼성의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토지를 무료로 제공하고 세금을 받지 않고 각 종 보조금 혜택을 제시하며 유치해낸 적이 있다. 이는 기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로 많은 예시로 사용되었다. 아직도 삼성이 그곳에 공장을 운영할까? 삼성이 공장을 철수하면서 그 지역은 삼성 유치전보다 더 큰 경제적 암흑기를 맡고 있다. 하지만 삼성이 철수하고 그 지역경제에 미친 폐해에 대해서는 뉴스에도 나오지 않았다. (그 지역에서는 대단했겠지만)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아주 기본처럼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각 지역 경제를 위해 세금면제, 보조금 제공 등의 특혜를 주면서 기업 혹은 월마트 등 대형 상점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한다. 그래서 대기업은 이런 점을 악용한다. 보조금을 더 주지 않으면 다른 지역에 설립하겠다고. 게다가 그 대기업 유치를 위해 '강제토지수용권'까지 행사한다. 만약 거부한다면? 그 지역에서 경찰서를 철수시키고, 각종 공공기관을 철수시킨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공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우리나라와 다를바 없는데...
문제는 이런 조치들로 개인의 권리가 침해받을 뿐 아니라 세금을 내지 않는 그들을 위해 세금을 낸다. 지역살림을 위해 세금을 걷어야 하지만 유치기업에 대해서는 세금 혜택을 주기로 했으므로 세금수입 부족분은 기존 주민들에게 거둬야 한다. 게다가 그 기업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지급하기로 한 보조금 지급을 위해 주민들은 추가적인 세금을 내야 한다. 대기업은 그 지역에서 손실을 보더라도 보조금 수입이 있으니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게 된다. 지역주민의 세금으로 그들의 이익을 보충해주니까.
"그들은 더 부유해질 수만 있다면 정부가 더 커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스스로를 위해 그리고 자신들이 속한 계층을 위해 정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과 보상을 획득해왔다. 오늘날의 정부는 유례없는 수준으로 민간부문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들은 호화스러운 잔치를 벌이고는 계산서는 우리들 나머지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말 그대로의 '공짜점심 Free Lunch'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공짜점심'은 정부가 개입을 했든 하지 않았든 관계없이, 한쪽이 비용을 부담하고 다른 쪽에서 경제적 혜택을 얻는 것을 칭한다. .. 우리 경제에는 다양한 보조금이 존재하는데, 상당수가 의도적으로 교모하게 설계되거나 알아차리기 힘들게 구성되어 있다."(37쪽)
저자는 실제로 이런 공짜점심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500여쪽에 달하는 내용이 구체적인 사례들로 채워져 있다.
그 한 예가 바로 프로스포츠 구단이다. 미국 전 대통령인 부시조차 텍사스 레인저스라는 메이저리그 야구팀을 이용해 엄청난 보조금을 챙겼다.(물론 그가 챙긴것은 야구단 뿐은 아니지만..) 몬트리올 엑스포스를 인수해 워싱턴 내셔널즈를 창단하는데 4억 5천만달러가 소요되었는데 워싱턴이 구장 건설 등 야구단 유치를 위해 사용한 보조금은 6억 1천만달러에 달한다. 구단 인수비용보다 보조금이 더 컸다. 구단주는 구단을 인수하자마자 구단의 가치는 인수비용보다 커진 셈이니 주 세금으로 앉아서 돈을 번 셈이다. 보통 구단주들은 미국 최고의 부자들인데 그들은 납세자의 세금을 프로스포츠단을 통해 자신의 주머니에 넣기에 바쁘다. 그래서 '음모의구장'이라는 책을 쓴 전 뉴욕 타임스 기자는 가장 부유한 자들에게 사회주의식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고발한다. 시민들에게 돈을 거둬 최고의 부자들에게 나누어주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 생각하는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다. 특히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왜 그런 아이러니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 책을 읽으니 이해가 간다. 일반 납세자들이 부자들의 '공짜점심'을 대신 지불하고 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