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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 -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리처드 H. 탈러 & 카스 R. 선스타인 지음, 안진환 옮김, 최정규 감수 / 리더스북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넛지의 인기가 상당히 지속되고 있다. 넛지마케팅이라는 후속책이 출간된 걸 보면 넛지를 활용하려는 경영계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넛지의 사전적인 의미는 팔꿈치로 쿡 찌르다의 의미로 어떤 선택에 부드럽게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넛지를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례는 암스테르담 공항의 남자화장실 소변기이다. 사례로 사용하기에 좀 그렇긴 한데 이해하기에는 제일 쉽다. 그래서 이 책을 소개하는 많은 기사들이 다루고 있는 바이다. 개인적으로도 4년전 체코에 가던 길에 경유했던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역시 경험했던 바인데 남자화장실 소변기에 파리 한마리가 그려져 있다. 소변을 보는 행위에 그 파리에 신경이 쓰이게 되는데 자연스럽게 그 파리를 정조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화장실이 전 보다 깨끗해졌다고 책에서는 소개한다. 바로 이 것이 넛지인데 소변을 보는 행위에 파리라는 목표를 제공하므로 어떤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다.
넛지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개념중에 하나가 선택설계자이다. 사실 선택설계자 개념은 자본주의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개념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모두 자신이 선택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선택의 자유를 갖기 위해서는 자기자신의 필요에 의해 제품 혹은 서비스가 생산이 되어야 하는데 실제는 만들어진 제품 혹은 서비스중에 가장 만족스러운 것을 선택하게 된다. 바로 이런 제공에 선택설계자가 개입하게 된다. 책에서는 미국의 급식을 사례로 들었지만 이는 우리 현실에서는 잘 맞지가 않는다. 식사의 체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의 급식처럼 한가지 혹은 두가지 식단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늘 식단이 햄버거라면 햄버거에 들어가는 야채, 패티 등을 모두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여기에 선택설계자(영양사)가 개입할 공간이 생긴다. 햄버거에 들어갈 구성물들의 배치를 통해 학생들의 선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십여가지의 선택 옵션이 있을 때 영양적으로 바람직한 재료들을 눈에 잘 보이고 선택하기 쉬운 곳에 배치함으로 학생들에게 바람직한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데 이 또한 넛지의 한 예이다.
넛지가 가장 많이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서비스 계약이다. 서비스 계약이라는 것은 핸드폰 요금제, 잡지의 정기구독, 보험가입시 특약 선택 등이 있다.예를 들어 3개월 혹은 6개월간 무료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보통 무료계약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소비자 스스로 해지의사를 밝히지 않는 경우 자동으로(디폴트로) 가입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이런 경우 똑똑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서비스 계약 의사를 밝히지 않는 경우 자동으로 서비스가 중단되도록 규제하는 방안이 넛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넛지의 기본 개념에는 바로 인간을 어떻게 보느냐에 있다. 경제학에서는 기본적으로 인간은 합리적으로 선택한다고 가정을 한다. 경제학적 인간 이콘(Econ)으로 보는 것인데 실제 인간은 합리적이 않은 경우가 많다. 이렇게 인간을 비합리성을 연구하는 학문이 행동경제학이다. 경제학에 심리학, 소비자행동론등의 이론을 접합시킨 것이다. 넛지는 이 행동경제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넛지란 바로 이 책의 부제와 같은 똑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도 언급하듯이 악한 의로도 넛지를 가하는 사람들이 있고, 나쁜 넛지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넛지를 읽고 한 번 생각해본다면 기업들은 넛지를 기업의 이익을 최대로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용할 것이다. 책에서 말한바와 같이 오히려 소비자의 똑똑한 선택을 방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나쁜 넛지의 가능성이 착한 넛지의 가능성 보다 무궁무진 할 것이다. 정치에서도 서로간의 이득을 위해 넛지를 가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4대강과 관련한 여론조사에 이런 넛지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4대강의 오염이 심각하다 이를 방치하면 회복불능의 상태가 될 수 있다며 방치할 것인가, 개선할 것인가라는 선택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한겨레 신문 교육란에서 책 비교를 하고 있는 고등학교 교사 안광복은 넛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하지만 너지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곱지 않다. 너지도 크게 보면 수사학(修辭學: rhetoric) 가운데 하나다. 수사학이란 사람들을 잘 설득하는 기술이다. 민주주의가 자리 잡은 곳에서는 어디서나 수사학이 꽃을 피웠다. 그러나 대개 수사학은 궤변술이라며 비난받았다. 실제로 수사학이 절정에 다다르면 민주주의는 거꾸러지고 독재가 다시 나타나곤 했다. 수사학 교사들이던 소피스트가 판을 치던 옛 그리스의 아테네, 황제가 나타나기 전 키케로의 공화정 로마가 그랬다. 왜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