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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그 은밀한 삶과 치욕스런 죽음 - 불멸의 음반 100 최악의 음반 20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 장호연 옮김 / 마티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카라얀, 번스타인 1990년대 최고의 지휘자 둘을 만난 것은 음악회나 CD가 아니라 가끔씩 보게 되는 사진에서였다. 어쩌다 방문한 집에는 크지 않은 흑백사진이 걸려 있곤 했다. 카라얀 혹은 번스타인의 사진이었다. 20대 후반에 들어 음악에 대한 관심의 폭을 넓히면서 발견한 클래식에서 그 때 그 사진의 주인공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그리고 연주회에 자주는 아니지만 발걸음을 하기 시작하면서 카라얀이나 번스타인 말고도 위대한 거장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금씩 클래식에 관심을 두면서 클래식이라는 거대한 음악은 왠지 만만하게 보면 안 될 거리를 두고 봐야 할 무언가라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클래식, 그 은밀한 삶과 치욕스런 죽음'은 그렇게 견고하게만 보였던 클래식의 속살을 보여준다. 결국은 클래식이라는 것이 음악이라는 산업안에서 존재하고 또 발전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클래식~'은 음반 산업의 역사를 보여준다. 그 음반 산업의 역사가 바로 클래식이다. 축음기가 발명되고 LP라고 불리던 커다란 레코드판이 생기면서 일반 대중들은 클래식이라는 음악을 듣게 된다. 카루소부터 시작된 음반의 역사는 19세기 후반의 음악부터 현재까지의 클래식을 연주회장을 찾지 않아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노란색딱지의 DG, EMI 그리고 Philips는 그 이름만으로도 좋은 음반을 보증하고 있는 것 처럼 이 음반 레이블의 역사를 속속 들쳐내고 있다.
책을 읽다가 내가 가지고 있는 음반 이야기가 나왔을때는 흥이 났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연주회장에서 직접 본 에드가 마이어, ...
부록처럼 붙어 있는 명반 100선과 최악의 음반 20선은 먼저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직 클래식 애호가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막 초보를 떼려는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베토벤 교향곡 5,7번, 자크 뒤 프레의 엘가 협주곡 등 너댓개의 앨범을 찾아내곤 만족스러워했다.
클래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두 부류 정도로 나눠 볼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클래식을 좋아했고, 클래식의 매력에 빠져 있는 사람들과 록, 팝 등의 대중음악을 거쳐 재즈와 클래식을 나눠 듣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클래식을 듣는 이들은 또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클래식을 공부하듯 작곡가, 지휘자, 연주자들을 섭렵하고 명반을 찾아 듣는 사람과 그냥 내키는 데로 듣는 사람. 첫번째 부류는 클래식에 신성한 지위를 부여하고 숭상한다면 두번째 부류는 클래식 또한 음악의 한 부류로 생각하고 자유롭게 즐긴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