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비평 잡지 중에 새로운 잡지가 하나 창간되었다. [작가와 비평] 편집진이 최강민, 이경수, 고봉준 등 잘 모르는 사람들인데다가 화남출판사라고 귀에 익지 않은 곳이라 한켠 흘리려다 본 창간호 주제가 "문학상 제도의 빛과 그늘"이라 마음이 쏠렸다.
1990년대 후반 부터 문단 평론계에 불어닥쳤던 주례사 비평에 대한 비판운동이 일어났고, 주례사비평에 대한 저항으로의 한 움직임이 지금은 좀 가라앉았지만서도 그래도 기존 평론단에 저항하는 모습은 보였고, 나름대로의 지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의식있는 젊은 평론가들을 중심으로...
이번에 읽게된 작가와 비평 창간호도 그런 맥락속에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어찌되었건 젊은 비평가들 중심으로 그간 벌어졌던 누이좋고 매부좋고 식의 평론계에도 일단의 변화가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노년의 '현대문학상', 사망과 회춘의 기로에서
- 최강민
한국의 문학상 중에 가장 역사가 깊은 것은 현대문학이 주최하는 '현대문학상'이다. 1955년 '현대문학상'과 '동인문학상'이 출범했다. (동인문학상은 원래 사상계가 주관하다 박정희정권시절 사상계에 대한 탄압으로 문학상 자체가 없어졌다가 부활, 현재는 조선일보사가 주최)
그러나 '동인문학상'은 중간에 공백기가 있었다는 점을 감한하면 '현대문학상'이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문학상이다.
'현대문학상'의 탄생은 순수한 의도라기 보다는 전후 문단형성과 문학 헤게모니의 우위를 점하기위해서였다고 필자는 비판한다. 실제로 '현대문학상' 제정이후 차별과 배제의 모습으로 보수 문인들을 포섭하여 '현대문학' 대 비'현대문학'의 대립구도를 형성한다.
사실 '현대문학상'은 애초 '현대문학신인상'으로 출발했다가 1980년도 부터 '현대문학상'으로 성격을 바꾼다. 그 때 까지 '현대문학신인상'의 수상자들은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69년 수상자인 유현종은 자신은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대문학신인상'의 수상자가 되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현대문학신인상'이 되었다는 사실도 나중에야 알았다고 한다. 이런 '현대문학' 출신자들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함으로 '현대문학'은 내부적으로 성골 출신들을 만들어 가며 문단에서의 입지를 곤고히 한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현실주의를 바탕으로 한 [창작과 비평], 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한 [문학과 지성]으로 등장으로 가부장적 문단질서를 통해 입지를 강화해나갔던 '현대문학'의 위상이 무너지게 된다. 80년대 이후 '현대문학'이 '현대문학신인상'을 '현대문학상'으로 바꾼 것도 이에 기인한다. 점차 위상이 약해진 '현대문학'은 80년대 이후 중견급 작가를 중심으로 수상자를 선정하고, '현대문학' 출신이 아닌 작가들도 선정함으로써 입지를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 후 '현대문학상' 수상자들은 '현대문학'의 위치가 점점 작아지고는 있지만, '현대문학상'이 배출한 작가들의 위상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수상이 되는 것에 만족해한다. 이는 '현대문학'이 자신들이 이름있는 문인들에 '현대문학상' 수상자라는 꼬리표를 달아줌으로 자신들의 권위를 보장받으려 하는 동기와 수상자들이 명망있는 작가들과 같은 상을 받았다는 데에서 자신의 위치를 높여보려는 의도가 맞물려 만들어진 현상이라고 필자는 비판한다.
필자는 '현대문학'이 애초부터 어떤 문학적인 평가가 아닌, 단순히 문인들을 '현대문학상'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문단의 권위를 유지하려는 한 그동안 닦아온 권위에 의지해 삶을 연명할 뿐이라면서 변화를 고언한다. 아울러 이런 권위에 의지하려는 문인들도 이에서 벗어나야 한국의 문학상이 본연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04.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