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소개된 책들을 정리해 놓고 있는데, 소개된 책들을 읽기가 쉽지 않다. 몰아서 읽는 스타일상 소개된 책들이 쉽게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구매는 하는데 내 손에 간택되기 까지의 시간은 며느리도 모른다. 소개된 책들을 중심으로 리스트를 엮다 보니 쉽지 않은 점도 있다. 베르베르 베르나르의 파라다이스 소개를 읽으면서 같은 성격의 '나무'를 목록에 올려두었고 이후 '신'이 나도 나도 하면서 따라 붙는다. '삼성을 생각한다'역시 '이건희시대', '삼성3세 이재용 - 그의 출발선은 우리와 왜 다른가''삼성왕국의게릴라들''삼성반도체와백혈병'등의 책들이 모이를 기다리는 아기새들 마냥 목을 쪽 빼놓고 기다리고 있어 쉽게 집어들지 못한다. 하여간 이런 이유로 책 소개와 나의 책 읽기는 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데 그래도 소개된 책들은 독서목록에 올려져 있는 녀석들이다.
 

이번 달 소개된 책들 중 단연 돋보이는 책은 바로 고은의 만인보이다. 만인의 삶에 대한 시적 기록이라는 뜻의 만인보는 만명을 목표로 한 고은의 대작업이었다. 인물에 대한 삶을 현대사를 배경으로 기록한 이 작업은 한국 시문학사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또한 시문학의 지평을 넓혔다는 측면에서도 인정받을 만하고. 고등학교 시절 두어권 접해 본 기억은 있는 이 시집은 총 30권 4001편의 시로 완간하였다. 

 

〈김기협의 페리스코프- 10년을 넘어〉

김기협 지음/서해문집·12900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16436.html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16437.html

신문에 소개된 책들중에 눈에 들어온 책은 역사학자 김기협의 〈김기협의 페리스코프- 10년을 넘어〉이다. 2000년 이후 써 온 칼럼 등에

손을 덧 대 책으로 나왔다. 아직 읽어본 적이 없지만 김기협은 '밖에서 본 한국사','뉴라이트사용설명서'
신문에 소개된 그의 책 내용을 옮겨보면 "대한민국 옆에 삼성돈국이란 적성국가가 있다 치자. 삼성돈국이 대한민국을 식민지로 삼고 싶을 때, 선전포고를 하고 정면으로 침공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검찰이란 불법 권력이 요충을 장악하고 있으면 손쉽게 목적을 이룰 방법이 있다. 검찰 수뇌부만 포섭하면 되는 것이다. 검찰 수뇌부에게는 자기네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대한민국을 실질적 식민지로 만드는 데 협조할 동기가 있다. 수십명만 꾸준히 ‘관리’하면 대한민국을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다. 대한민국 검찰은 못하는 짓이 없으니까." 와 같이 삼성에 대한 비판을 읽을 수 있고,
 "미디어 관련법에 기묘한 판결을 내린 헌법재판관들을 이완용보다 더 나쁘다고 질타하고, 일제고사 부활을 퇴행적이고 반동적이라 비판하는 것조차 과찬일 정도의 멍텅구리 정책이라고 일갈하는 그의 ‘정치평론’은 날카롭고 거침없다.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박학과 깊은 내공으로 무장한 채 잠망경(페리스코프)을 뽑아올려 특권구조를 노려보며 직격탄을 날리는 새로운 유형의 이 걸출한 정치평론가의 출현을, 정치적 견해가 다를지라도 누구든 반기지 않을까."

                         

      

 
http://blog.daum.net/rainaroma/16098306

 
<불편한경제학>
세일러 지음/위즈덤하우스25,000원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16405.html


미네르바 사건 이후 경방고수들이 조명받고 있다. 경방고수란 다음아고라 경제방 고수들을 의미한다. 그 중 한명인 세일러의 새 책이 출간되었다. 많은 경제학자, 전문가들이 있지만 현실 경제를 다루는 책들을 찾아보기는 좀 힘든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대학교수들에 의해 나오는 책들은 기껏해야 '~ 경제학' 시리즈로 왜 스타벅스 커피가 비쌀까?라는 실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고 실제로 베스트 셀러로 잘 팔린다. 이런 책들은 현재 경제문제를 통해 소통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경제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하려고 하는데 있다. 즉, 현실에서 관심있는 부분 즉 오늘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되고 있고 내일은 어떻게 될 것인지가 아닌 경제원론에 따라 삶의 소소한 부분을 설명하는데 할애하는데 이는 두가지로 예상을 해 볼 수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시끄러운 토론보다는 교양차원에서 설명하려고 한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경제를 알지도 못하는 것들은 그냥 듣고만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아닐수도 있다. 게을러서 일수도 있으니까.) 이런 우리나라의 경제학자들과는 달리 외국의 경제학자들은 블로그, 언론을 통해 자신의 경제학적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아래 두 기사는 이런 현상을 잘 보여준다.  

[소통 않는 한국 경제학자들] 美석학들, 블로그서 '경제위기 해법' 격론…정책 결정에 영향http://media.daum.net/nms/service/news/cluster/view_news?newsid=20100326183211842&cateid=1041&p=ked

[소통 않는 한국 경제학자들] 경제학자 '불통'에 재야고수 '득세'              http://finance.daum.net/news/finance/photo/MD20100326183211042.daum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2

김태권 지음/비아북·각 권 12000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15293.html

만화로 역사교양 작업을 하고 있는 김태권의 <한나라이야기>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를 통해 교양만화가 갖는 폐해를 경험하고 교양을 강요하는 만화를 꺼리고 있지만 김태권의 경우는 역사교양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만하다. 이원복의 만화들은 서양은 무조건 잘살고 좋은 나라이고 나머지는 못살고 안정되지 않는 나라라는 저질 편견에다 사회주의권에 대한 극단적인 왜곡(동구사회주의의 경우 한국의 7~80년대 보다 더 자유로웠는데)을 교과서적인 서술에 숨겼다는 점에서 나쁜 교양만화의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김태권의 만화는 그 반대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십자군 이야기>를 통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역사적으로 재현하고 <르네상스 미술이야기>를 통해 미술교양만화의 가치를 인정받았던 김태권이 동아시아 국가의 기반이라고 생각하는 <한나라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총 10권으로 기획다고 하는데 현재 2권까지 출간되었다.

"서양을 이해하려면 로마를 알아야 하고 동아시아를 알려면 한나라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로마사를 다룬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정작 우리는 동아시아에서 살아가면서 한나라의 역사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한나라는 오랜 세월 동안 한국과 일본의 정치·사회의 본보기로 21세기에 접어든 지금까지 그 영향력이 지속되고 있다. 지은이는 “남다른 의지를 가진 사람이 그 의지 덕에 출세를 하고 또 바로 그 의지 탓에 파멸하는 비극을 <사기> <한서>는 적나라하게 파헤친다”며 “권력 앞에 개인의 고독을 이만큼 천착한 책은 드물다”고 말했다. “한나라를 알아야만 우리 사회와 문화의 원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가이드>

이택광 지음/글항아리/18,000원



"무관심한 판단이 있고서야 합의된 아름다움을 상대화시켜 보게 되고, 그것을 깨는 것도 가능하다. 이 교수는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10대 청소년들이 가장 먼저 거리로 나온 것도 그렇게 해석했다. “촛불집회에 나온 청소년들은 ‘10대들은 어른들과 다르다’는 공동체의 합의를 넘어서는 감각을 서로 나누고 있었던 겁니다.”

이 교수의 생각은 최근 출간된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글항아리)에서 좀더 자세히 볼 수 있다. 여기서 ‘인문좌파’란 합의된 공동체의 윤리를 의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던지는 역할을 맡은 사람들로 ‘정치적 좌파’나 ‘인문학자’와 구별된다. “진보운동이 진보정당이라는 합의제 민주주의에 갇혀 있고, 소통 담론이 진보 세력의 전략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이 교수는 “민주주의보다 정치적인 것을, 소통보다는 불통을 설파”한다. “갈등과 모순을 강조하고, 고정성보다 우발성에 주목하는 이론들을 통해 진보정당을 통해 드러나지 않는 ‘비가시적인 정치’를 찾아내는 것이 인문좌파의 임무”라는 것이다.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4111724575&code=960205

 
라는 위의 설명과 책 목차는 심한 괴리감이 있어 보인다. 일단 부제가 '이론의 쓸모를 고민하는 이들에게'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책 목차에는 마르크스, 헤겔 등의 고전으로 익히 들어본 이름이 등장하고, 벤야민, 라캉, 지젝 등 현대철학의 거두들이 나온다. 또한 아감벤, 알랑 바디우 등 21세기 철학가로 이름을 높이고 있는 신진의 이름도 엿보인다. 목차로는 쉽지 않으리라는 느낌이 들지만 언뜻 서점에서 들춰본 내용으로는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택광이 거론하는 지젝을 듣다가 지젝으로 빠져든다면야 읽기 곤란의 극치를 경험하게 되겠지만 말이다. 

헤르타 뮐러

<숨그네>, <저지대> /문학동네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헤르타 뮐러의 소설 2권도 번역되었다. 이번에 번역된 두권의 소설은 작가의 데뷔작인 <저지대>와 최신작 <숨그네> 이다.


"<저지대> 1982년 루마니아에서 처음 출간되었을 때에는 네 편이 검열에 걸려 삭제되었고 다른 작품들도 큰 폭의 삭제와 수정을 거쳐야 했다. 당시 삭제되었던 작품 가운데 <의견> <잉게> 등은 기계공장 번역사였다가 당국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작가의 경험을 반영하고 있다. 뮐러가 1987년 독일로 망명한 뒤에 발표한 소설들에서 본격적으로 선보인, 차우셰스쿠 독재통치에 대한 고발이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저지대>는 억압적인 체제 아래 숨죽인 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암울한 일상을 인상적으로 그려 보인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1945 1월 열일곱 살인 주인공 레오는 한겨울의 러시아로 떠나야 했다. 그는 동성애자였다. 그는 공원에서 애인들을 만났다. 그는 그것을 랑데부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발각될까 두려웠다. 그래서 그는 떠나고 싶어했다.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어했다. 그런데 바로 그 이유로 그가 한겨울의 러시아로 떠나야 했던 것은 아니다. 그가 떠나야 했던 이유는 히틀러의 나치가 소련을 침공했기 때문이다. 소련은 1945년 스탈린의 이름으로 나치 때문에 파괴된 소련 재건을 위해 루마니아에 사는 독일인을 넘겨달라고 했다. 부모가 나치면 자식이, 한번도 전쟁을 치르지 않은 소년이라도 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원인 있는 곳에 책임이 있단 말인가? 이것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끝없이 반복되는 문제다. 어쨌든 히틀러의 나치가 죄를 지었으므로 루마니아에 사는 독일인들은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야 했다. 레오는 어느 날 축음기 상자를 뜯어 만든 트렁크를 들고 떠났다. 끔찍한 굶주림과 비굴함 때문에 새로운 단어들이 탄생했다. 인간이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일은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것 같은 일일 수도 있다. 어쩌면 미친 폭력의 시대에 인간은 상상 속에서나 인간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떠날 때 그의 할머니는 “너는 돌아올 거야”라고 말했다. 레오는 어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돌아왔다. 그러나 그 단어들, 수용소 시절의 단어들 말고는 아무도 일평생 그를 소유하지 못했다. "

 
  <인문 고전 강의〉

강유원 지음/라티오·27000

회사다니는 철학자로 유명한 강유원의 인문고전강의가 책으로 나왔다.


"이 책은 동서양 고전 12편을 함께 읽고 그 핵심을 찾아내 곱씹어보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서양이라고는 하지만 서양 고전이 11편을 차지한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에서 시작해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 단테의 서사시 <신곡>, 이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존 로크의 <통치론>,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 제러미 벤담의 <파놉티콘>,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읽는다. 마지막으로 동아시아 고전 <논어>를 공부함으로써 이 강의를 마무리한다.

 

지은이는 고전이란 우리 모두가 나눠 가질 수 있는 ‘공동의 지혜와 지식’을 담고 있는 책이며,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이해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말한다. 이런 고전을 통해 인간과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통찰하게 되었을 때, 그런 경지에 이른 사람을 ‘인문학적 교양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인문학적 교양인은 “상황에 따라 올바른 것을 감지할 수 있는 힘, 구체와 추상을 구별할 수 있는 감각, 역사적 맥락에서 사태를 파악할 수 있는 시야, 언어 표현의 미묘함을 감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이 강의의 대상이 된 고전들은 크게 고·중세의 세계와 근대의 세계로 나뉘어 있다고 볼 수도 있는데, 그 구분의 지점을 이루는 것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다.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사진) <신곡>을 쓴 단테 알리기에리(1265~1321)와 같은 이탈리아 피렌체 사람이었고 활동 시기도 200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단테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산 사람이었다. 신과 도덕과 당위의 시대에서 나와 인간과 현실과 존재의 세계로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이 바로 ‘세속화’인데 <군주론>은 그런 세속화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신의 은총을 향해 가는 단테의 <신곡>과는 달리,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는 신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마키아벨리는 완전히 세속화된 인간이다. 

  <제인구달평전> 지호/ 66,000원

 <평화의 사진가〉 디디에 르페브르·에마뉘엘 기베르 지음, 권지현 옮김.세미콜론·5만원

 

이외 동물행동 연구의 획기적 전환이 된 제인구달의 평전이 출간되었다. 6만6천원이라는 가격에 쉽게 읽히지는 않겠지만 그녀의 삶을 돌아본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아 둘 필요는있겠다. 이와 더불어 24년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후에 만화로 엮어낸 책 '평화의 사진가'라는 책이 소개되었는데 5만원이라는 가격이 걸리지만 의미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읽게 될 가능성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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