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021년 중국은 OECD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는데, 그 대가로 이들은 자본 시장을 개방해야 했다. 자본 시장을 개방하라는 부자 나라들의 압력에 오랫동안 저항해 온 중국으로서는 OECD 가입 조건에 대한 협상이 시작된 다음부터는 달아날 방도가 없었다. ...그러나 2029년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의 거품이 터지면서 중국 경제는 사상 최대의 IMF 구제 금융을 필요로 하는 처지가 되었다. ... 중국 경제의 폭락은 곧 전 세계 경제의 파멸로 이어졌다."  장하준 교수가 에필로그에서 상상한 바다. 하지만 그 보다 20년 전인 2008년 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시장의 붕괴에서 이어 벌어진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현재 세계는 제2의 경제 공황의 기로에 서 있다. 과연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인가? 
 
 20세기 말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파되어 온 세계화, 자유무역은 세계 경제의 발전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처럼 여겨졌다. 게다가 자유무역이론은 경제학 이론으로도 뒷 받침 되어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따라야 하는 과정이었다. 세계화, 자유 무역이라는 선진 기법을 받아들인 나라들의 성공사례가 뒷받쳐지곤 했다.

 그러나 전작 <사다리 걷어차기>에서 선진국의 행태를 보여주었던 장하준 교수는 또 한번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통해 자유 무역이 갖는 불편한 진실을 하나씩 보여준다. 

 세계화 시대의 경제의 핵심 중의 하나는 바로 자유무역을 통해 각 나라는 경쟁력을 가지게 되고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공기업은 기본적으로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민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더불어 대한민국은 바로 이런 세계적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려고 한다. 한미 FTA에 이어, EU 등 많은 다른 경제권 혹은 나라들과 FTA를 준비 중에 있다. 과연 이런 세계화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밝게 해 줄 것인가?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말하는 해법은 바로 No. 이다. 자유무역이론에서는 비록 어느 한나라가 모든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하더라도 경쟁우위 국가에서는 보다 경쟁력이 있는 산업에 역량을 쏟기 때문에 무역을 통해 쌍방이 모두 득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경제학 뿐만 아니라 선진국 들이 이런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자유 무역을 주장한다. 하지만 지은이는 여기에 숨겨져 있는 사실을 밝혀낸다. 지금의 선진국들이 사실은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를 통해 성장했다는 것이 바로 역사적 사실이다. 아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가난한 나라들과 부자나라 들이 자유무역을 한다는 것은 바로 어린 아이를 산업현장에 내보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아마 우리나라가 이런 자유무역을 했다면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1차 산업 위주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자유무역이론은 현실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즉, 생산요소들의 자유로운 이동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렇지 못하다. 문닫은 제철소를 컴퓨터 제조공장으로 바꿀 수 없고, 제철소 노동자는 컴퓨터 산업 노동자로 쉽게 바꿀수가 없다. 즉, 자유무역 이론에서처럼 산업이 쉽게 선택되고, 변경될 수 없다.

 1997년 경제위기를 계기로 공기업이 민영화 되고 있다. IMF의 경제 간섭 이후 국영기업은 무조건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이라는 사고가 깊게 자리잡고 있다. 이명박 정권 집권 이후 공기업의 민영화는 광범위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의 문제로 크게 세가지가 지적된다. 주인-대리인 문제가 가장 큰 문제이고, 그 다음이 무임승차, 그리고 정치적인 이유에 의해 예산 한도가 늘어나는 연성예산(병든 기업을 가져오는)의 문제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공기업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논리로 사용되기에는 부족하다. 왜냐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민간기업 역시 주인-대리인 문제와 무임승차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의 특성에 따라 연성예산의 문제도 가지고 있다. 공기업이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에 못지 않게 성공한 국영기업들이 존재한다. 싱가포르 항공이 그렇고 지금은 민영화되었지만 90년대까지 국영기업이었던 프랑스 르노자동차의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 또한 포스코가 성공한 국영기업의 사례다. 

 부자나라들은 자유무역, 효율화를 위한 공기업의 민영화를 이야기하며 제3세계 가난한 나라들을 위한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행동한다. 자신들의 경제성장의 경험을 전파하여 가난한 나라들에게 기회를 주는 듯 행동한다. 그러나 자유무역이론이나 공기업의 민영화는 가난한 나라를 위한 것이 아니다. 제3세계를 동일한 경기장에 넣고 이미 기득권을 획득한 부자나라들과의 불공정한 게임을 하려는 것이다. 이런 속셈을 본다면 사실 부자나라들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다. 게다가 부자나라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점점 더 강화한다. 특허라는 이름으로 가난한 나라와의 사이에 높은 담을 설치하여 제3세계와의 차이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출간된 때에는 세계 경제의 미래가 밝게 보이던 때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성장을 저해할 요소는 없어 보였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 가능한 것 처럼 보였다. 그래서 였을까 신자유주의에 대한 속내를 보여줬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이 책이 국방부 선정 불온도서가 되었다는 것은. 하지만2008년 말 자유무역은 더 이상 힘을 얻지 못하고 있고, 금융위기 하에서 그 많던 민간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국가의 개입을 죄악시 하던 그들이 이제는 정부의 개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이 아이러니 한 현실속에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실체가 드러나 버렸다. 그러나 아직 이런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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