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역사 - 대항해 시대에서 석유 전쟁까지
권홍우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역사는 재미있지만 지루하다. 인물중심의 역사 혹은 전쟁중심의 역사는 쉽게 읽힌다. 겉으로 보여지는 영웅, 모험 그리고 인간군상들의 모략과 처세를 보며 쉽게 빠져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흥미위주의 역사 쉽게 접근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일지 몰라도 단순하게 역사를 볼 수 밖에 없고, 때로는 역사가 왜곡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역사의 모든 면을 아울러서 본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먼저 정치적으로 역사를 살펴보고, 그 시대의 문화와 제도적인 측면을 모두 따지다 보면 머리의 용량을 탓하며 책을 내려 놓게 된다. 역사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이다.

 <부의 역사>는 역사의 모든 면을 들여다보려는 거대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 현대의 관심사에 맞게 부의 관점에서 역사를 보려고 한다. 그렇다고 인류 전 역사를 다루지도 않는다. 본격적으로 부의 실체가 드러나게 된 시점부터 시작한다. 이는 서양사와 궤를 같이 한다. 물론 지은이도 동양이 빠졌다는 점은 인정한다. 실제로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전까지 동양의 부가 서양의 부를 능가했다는 사실을 머리말에서 밝혀두고 있다. 그러나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전세계의 부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이 후 부의 모습이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지은이의 시도는 의미있는 작업이다.

  책은 3부분으로 나뉘어져 부의 흐름을 보여준다. 1492년을 시작으로 황금제국과 유대인라는 소제목으로 종교와 자유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명하고, 두번째는 17~18세기 부를 대변할 산업혁명의 시대를 '광기와 탐욕, 팽창과 거품의 시대'로 설명한다. 마지막으로는 석탄, 석유로 인한 경제 발전과 경제공황 그리고 자원을 둘러싼 세계 패권의 역사를 '유한한 자원, 무한한 욕심'이라는 이름으로 설명한다.

 <부의 역사>가 시작되는 1492년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지은이는 경제적 의미에서 아주 중요한 두가지 사건을 되살린다. '레콘키스타(Reconquista)의 완성'과 바로 유대인을 추방한 '알람브라 칙령(Alhambra Decree)'이다. 레콘키스타의 완성이라는 이베리아 반도에 남아있는 유일한 이슬람 국가 그라나다를 물리친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에스파냐는 최고의 황금기를 구가한다. 이에 더불어 유대인 추방은 유럽사에 지속적으로 발생한 사건이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유럽의 부의 이동은 유대인의 이동과 궤를 같이한다. 여기에 유럽 각지에서 발생한 종교 탄압은 재미있는 사실을 시사한다. 즉, 자유로운 환경이 경제적 부의 기반이 된다는 사실이다. 

 부의 역사는 이제 무역(여기에는 수익성 좋던 노예무역도 포함된다)과 투기를 넘어 산업혁명의 시대에 다다른다.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의 기술은 산업스파이를 통해 미국으로 넘어가 전 세계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지만 아직은 기존의 농업자본이 힘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1846년 외국 곡물의 수입을 금지했던 곡물법이 폐지되면서 자유무역체제가 시작된다. 이를 토대로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가 시작되었고, 금융과 산업의 시대에 들어선다. 한편으로는 국가예산 보다 더 큰 독점기업과 독점자본가들에 의한 세계 지배의 막이 열렸다. 

 산업의 발달에는 석탄이라는 자원이 큰 역할을 하였다. 결국 자원양에 따라 산업의 향방이 결정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검은 황금 석유의 발견으로 세계의 부는 자원을 따라 움직이게 되었다. 석탄과 철광석의 산지 알자스 로렌 지방을 두고 독일과 프랑스가 대립하였던 것 처럼 자원은 세계 패권 다툼으로까지 이루어졌고, 때로는 유럽연합의 전신인 유럽 석탄철강공동체의 수립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원 확보는 크고 작은 전쟁의 불씨가 되기도 하였다. 

  400여 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두께가 주는 부담감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단 책을 펼쳐들면 역사서 임에도 불구하고 읽어나가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 이는 부의 이동에서 보여주는 재미외에도 역사 속에 숨어있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유명한 네덜란드의 튤립은 역사상 최초의 투기 상품이었다는 점과 19세기 말 엄청난 부를 쌓아올린 미국의 갑부들이 고귀한 가문을 얻기 위해 유럽의 귀족들과 맺어진 과정에서 태어난 '달러 공주', 대부호이면서도 자선가로 유명한 앤드류 카네기 등의 이면 등을 읽어나가는 재미 또한 읽기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부의 역사>는 부의 측면에서 역사를 바라보았지만 신대륙의 발견 이후 서양의 역사는 부의 흐름이라고 할 만하다. 부라는 측면에서 특화시킴으로 역사라는 뼈대에 충실한 살을 보태준다.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이 그 뒤에 가려진 부와 어떻게 연계되었는지, 부의 이동 혹은 부 권력의 변화가 역사적 사실의 배후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세세하게 보여준다. 그런면에서 역사를 이해하는데 큰 보탬이 되는 책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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