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의 만감일기 - 나, 너, 우리, 그리고 경계를 넘어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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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사회성있는 발언으로 특히나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준 박노자는 지금 노르웨이에 있다. 하지만 신문칼럼과 출판도서를 통해 그의 글을 끊임없이 만날 수 있기에 여전히 우리 곁에 있는 것 처럼 느껴진다. 부드럽지만 거침없는 그의 글이지만 그도 조금은 가리는 모양이다. '과연 지금 적절한가'라는 내부 검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고백한다. 

박노자에 대해 한국인 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는 ~ 이라는 생각에서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노자가 책에서 언급했던 부분을 그대로 내가 실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노자는 한국인임을 알고 있지만 여전히 자연스럽게 한국인과 귀화인을 나누는 버릇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노자의 글은 언제나 자기성찰에 대해 지적한다.
 
이번 책은 박노자와 다른 책들과 같은 흐름위에 놓여있다. 일단 먼저 마주할 부분이 그의 비폭력주의이다. 그가 왜 불교에 심취하는지 그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다른 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본인이 책 앞 부분에서 언급했듯이 민감한 부분에 대한 그의 의견이다. 물론 이는 그의 사상 비폭력주의, 비권위주의 등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지만 NL계의 종북주의를 경계한다. 우리나라 역사에서의 남북문제에 대한 그들의 인식과 통일에 대한 의지는 존중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의 문제에 대해 눈감는 그들의 행태마저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박노자의 이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분당사태는 바로 그의 예리한 지적을 보여주는 한 예라 할 수 있다.
 
또한 그의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얼마나 자본주의 사회에 물들어 있는지 들여다 볼 수 있다. 노동시간의 댓가로 임금을 받는 서비스업의 종사자들은 자본주의라는 틀안에서 미소까지 팔아야 한다는 그의 논리에서 깜짝 놀랐다. 서비스를 당연한 것으로 여겼지만 그 서비스가 갖는 노동과 자본의 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해 본 적이 없었다. 특히 이는 비행기 스튜어디어스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해외를 나갈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유독 우리나라 비행기의 승무원들은 젊고, 이쁘고, 서비스가 뛰어나다.
 
박노자의 책들 중에 사실 노르웨이의 삶을 다뤘던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에서 적잖이 실망했던 것이 사실이다. 언뜻 보기에 노르웨이는 완벽한 나라인 것 처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오히려 그 책을 보완해주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그의 삶은 이방인으로의 삶이고, 노르웨이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인종차별주의를 끝내 부정하는 서구인의 시선 하지만 여전히 노르웨이는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사회가 개인을 보장해주는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박노자의 책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실천하는 자기성찰이다. 역사와 사회를 통해 우리 자신의 왜곡된 모습을 보여주며 그 안에 감춰진 내면적인 분리주의, 폭력성을 발견하게 만든다. 머리로 이해하기에 앞서 실천과 함께 가장 기본적인 비폭력, 타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함을 절실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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