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영어담론 - 그 위선의 고리들
한학성 지음 / 태학사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2MB와 인수위의 영어에 대한 정책방향으로 인해 요즘 영어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영어는 항상 논란이 되었던 주제였다. 또한 90년대 후반 부터 영어공용어화 논쟁으로 한바탕 논란을 일으켰던 적도 있다. 

 경희대교수 한학성의 '우리시대 영어담론'을 작고 영어의 사회적 부분에서는 논의가 깊지는 않지만, 영어의 사회적 인식, 영어교육의 문제 전반을 담아내고 있고,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은이는 우리나라에서 영어는 실제 영어보다는 영어를 둘러싼 사회적 문제 즉, 경쟁의 도구로 영어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으며, 영어논란에서 정작 영어전문가들은 배제되었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또한 영어교육과 관련하여 서울사대 영어교육과 독점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권력의 문제와 영어교사 양성 등 교육과 관련된 문제를 말한다.

 지은이가 지적 중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우리사회에서의 영어경쟁력에 대한 부분이다. 세계화 시대를 이야기하며 영어 경쟁력을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위한 자신만의 경쟁력일 뿐이다. "우리 사회는 겉으로는 세계화의 허울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서로 좋은 대학에 가려고, 또 서로 먼저 승진하려고, 즉 저마다 우리끼리의 경쟁에서 승리하려고 영어에 골몰하는 것이다."(46쪽) 사회에서 말하는 영어경쟁력은 우리나라 전체의 국가경쟁력이 아닌 단순히 내부 경쟁을 위한 껍데기에 불과할 뿐이다. 어쩌면 이런 내부 경쟁으로 영어가 사용되는 한 영어 사교육의 문제는 해결하기 힘들 것이고, 빈부에 따른 영어실력 차이라는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일반적인 인사나 햄버거 하나 주문하는 것을 들어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이율배반이다.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목표로 하지만 결국 지향하는 바는 일상적 수준의 대화일 뿐이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영어 목표에 대한 사회적 지향이 없음을 의미한다. "원어민 수준의 영어 능력과 일상적 대화가 가능한 수준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영어권 국가에서 자라고 교육받지 않는 한, 조기 영어 교육이나 해외 영어 연수를 한다고 해도 원어민 수준의 영어 능력을 갖추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교육만 제대로 받는다면, 조기 영어 교육이나 해외 영어 연수를 통하지 않고서도 일상적 대화 수준의 영어 능력은 얼마든지 터득할 수 있다."(35쪽) 지은이는 영어의 지향점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영어교육의 목표에 대해 사회적으로 이율배반적인 목표 원어민 수준과 일상적 대화의 수준의 차이는 결국 일상적 대화마저 못 하는 그런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영어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복합적인 구조를 갖는 것 처럼 영어교육 역시 문제로 가득차있다. 서울사대 영어교육과 출신이 독점하고 있는 영어교육의 방향 및 방법은 실제 영어교육에 관심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될 여지가 없다. 게다가 영어교사의 자질 및 영어 수업 역량은 열악하기만 하다. 일반계와 실업계에 대한 영어교육의 차이도 없고, 단순히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외고의 영어교육도 그 차별성이 없다. 

 지은이는 이런 영어의 문제를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우리나라 전체가 영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영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유창한 영어 구사자로 양성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전 인구의 10%를 보고 준비한 다면 30여년 후면 우리나라 인구의 10%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반인에게는 일상적 대화 수준의 영어교육을 시행한다. 아울러 영어 교사들의 자질을 높이고 영어교육의 개혁을 통해 바람직안 방향 설정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영어수업시간에는 영어위주의 수업을 해야 하는데 그를 위한 토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지은이의 이런 제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에서의 영어는 내부경쟁력의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나 자신이 영어를 통해 남보다 우월해지려는 도구로 삼고 있다. 그리고 그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부는 오히려 부추키고 있는 셈이다. 과연 영어를 영어답게 대하는 날이 올 지 의심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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