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길에서 영혼들의 죄를 씻어주는 설화 속 바리공주는 그 옛날 불라국 오구대왕의 일곱번째 딸로 태어난 후 버려진다. 오구대왕이 병에 들고 그 병을 고치기위해서는 저승땅 동대산 동수자의 약수가 필요하다. 그곳에 갈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바리, 바리는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멀고 험한 저승 땅에서 약수를 구해온다. 그리고 1980년대 북한의 청진에 딸만 일곱번째로 태어나 버려진 그리고 버려졌다는 이름으로 바리데기라 불려진 소녀가 태어났다. 그 소녀는 집에서 키우는 개(흰둥이)가 물고와 겨우 생명을 유지했다. 사람들의 아픔을 볼 줄 아는 그녀는 흰둥이가 낳은 일곱째 강아지 칠성이 그리고 할머니와 교감을 하며 성장하지만 버려진 그녀의 출생만큼이나 힘든 세상살이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아버지가 관료인데다 중국과 무역을 하는 터라 90년대 북한의 대기근속에서도 배곪지 않는 생활을 하였지만 외삼촌이 탈북후 남한으로 가면서 그들의 삶은 풍비박산난다. 가족들은 뿔뿔이 흝어지고 만주뻘에서 생활하던 그녀는 언니(현이)와 아버지, 그리고 할머니를 차례로 잃는다. 다행히 중국에서 일자리를 잡고 친절한 중국인을 만나 발마사지를 배우지만 그 안정된 생활도 잠시, 빚에 떠밀린 중국인 내외로 인해 중국인 언니 샹과 함께 팔려 영국으로 들어가게 된다. 중국에서 배웠던 발마사지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사람의 과거와 아픔을 보는 능력으로 그녀는 영국에서 다시금 발마사지를 통해 사람들의 고통을 안아준다. 불법체류자라는 위험한 신분속에서도 함께 도움을 주는 여러나라의 사람들과의 삶속에서 그녀는 파키스탄계 무슬림 알리와 만나 어여쁜 아이 홀리야순이를 낳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삶은 그녀에게 평화를 허락하지 않았다. 뒤이어 발생한 9·11로 인해 알리의 동생 우스만은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나고 그를 찾기 위해 영국을 떠난 남편 알리는 행방조차 알 수 없다. 게다가 삶의 희망인 아이마저 저 세상으로 보내야만 한다. 도대체 삶이란 왜 이토록 잔인한 것일까? 바리는 나에게 한국이라는 땅에서 벗어나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기근으로 죽어간 많은 북한의 사람들, 탈북의 틀에서 고생하는 북한 동포들, 아직도 팔려나가 해외를 떠도는 많은 불법체류자들, 그리고 남아공의 흑백갈등, 테러로 생명을 잃어야 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바리는 그들 모두를 보듬는다. 그것이 이 잔인한 세상을 헤쳐나갈 희망이라고 말해주는 듯. 바리는 발마사지를 하다가 에밀리라는 부유한 영국의 부인을 만나게 된다. 그녀 역시 다른 사람의 삶의 흔적과 아픔을 읽을 수 있다. 그녀는 남편을 빼앗긴 아픔을 가지고 있고 그녀의 삶은 온통 커튼으로 닫혀있다. 어느날 바리는 에밀리 부인의 집에서 활기와 희망을 본다. 에밀리가 죽은 남편과 그와 다른 여자사이의 아이를 데리고 온 것이다. 용서와 화해를 통해 그리고 아이라는 희망을 통해 에밀리 부인은 삶의 고통이라는 커튼을 걷어제쳤다. 인종을 떠나 사람은 모두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 아픔을 서로 공유하고 보듬을 때 우리에게 희망이 찾아온다. 바리는 우리모두가 감추어둔 우리안의 선한 마음이 아닐까? 그리고 바리공주가 찾는 그 생명의 약수는 바로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보듬는 마음이 아닐까 하고 혼자 자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