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미국 살림지식총서 213
김기홍 지음 / 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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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서나 개요를 참조하는 직접적인 방법도 있겠지만, 문화를 중심으로 엿 보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영화, TV 드라마는 그렇게 미국사람들의 삶과 사회를 볼 수 있다. 그에 반해 만화에 대한 소홀해 보인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만화에 대한 입장이 여전히 부정적이라는데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와 너무 다른 이질감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만화를 이해하려면 미국사회에 대한 이해가 필수이고, 미국을 이해하는데 미국만화 또한 어느 정도 도움을 줄 것이다.
 
 지은이는 미국만화가 태동한 시기 부터 현재까지를 조망하고 있다. 어느 정도의 예술성이 뒷받침된 유럽의 만화와 달리 미국의 만화는 철저하게 대중성에 기반되어 시작되었다. 19세기 말 미국내 대중신문은 만화를 신문에 실어 그 인기를 만들어낸다. 오늘날 미국만화를 예술적으로 낮게 평가하는데는 이런 잘못된 시작에 원인이 있다. 다양한 소재와 실험적 형식이 아닌 익살과 코메디에만 치중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철저하게 사회 기득권층의 논리를 전파하기도 하였다. 가족적인 가치를 중시하던 미국의 보수성은 남자의 역할과 여자의 역할을 구분한 가족 만화를 만들어내었고, 페미니즘이 대두되기 시작한 1950년대에는 가정주부로의 역할만을 미화한 만화를 양산한다. '영 로맨스' 만화잡지 창간호에서는 부상당한 참전용사와 결혼한 간호사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농촌 출신인 남편은 도시출신인 아내를 위해 워싱턴에 직장을 잡는데 아내는 도시생활을 누리기에 여념이 없는 반면 남편은 집에만 있기를 원한다. 어느 날 불만을 터뜨린 아내가 혼자 놀러나가고, 남편은 시골로 돌아간다. 곧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남편을 찾아 농부의 아내로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문제는 이런 만화의 관점이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 아니라 '아내라면 모름지기'이다. 이런 식으로 당시 만화들은 커리어우먼을 문제있고 불행하게 그려냈다.
 
 만화는 단지 기득권층에 기생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시대적 사회를 잘 반영하고 대중들의 관심을 적절하게 표현하기도 하였다. 만화 '딕 트레이시'는 1920년대 초반 금주법 등과 알카포네로 대비되는 시기를 잘 표현한다. 경제공황과 대기업의 회포가 극심하던 시절에는 슈퍼맨이 나타난다. 초기 슈퍼맨의 악당은 기업주 혹은 금융사기꾼이었다. 한 광산에서 광부들이 매몰되는 장면에서 광부들은 슈퍼맨에게 광산주는 인부들의 안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돈 벌기에만 급급하다는 불평을 털어논다. 슈퍼맨은 광산주를 광산에 가둬버리면서 복수를 하거나, 주식투자에서 망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이 금융업자들의 사기였음을 알아내곤 그들에게 복수를 한다. 슈퍼맨에서 우리는 당시 사회적 배경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슈퍼영웅을 엿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초기 슈퍼맨 등과 같은 영웅들은 무적의 영웅이다. 언제 어디서나 미국 사회를 정의롭게 지켜내는 힘이 있었고, 또한 그들은 명확하게 선악을 구분할 줄 안다. 그러나 뒤이어 나온 스파이더 맨, 헐크 등의 영웅은 달라진 영웅의 모습을 보여준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때로는 선과 악을 구별하지도 못한다. 이는 1,2차 대전 등을 통해 자만심에 빠진 미국의 백인들을 상징한다면 이후 영웅들은 6,70년대 정체성의 혼란기에 빠진 젊은이들의 고뇌를 함께 담고 있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미국 만화는 초기 잘못된 시작으로 인해 다양성을 갖지 못한다. 여기에 한번의 큰 장애물이 나타나는데 이는 바로 만화검열이다. 미국은 아직도 낙태금지와 같은 법률을 가지고 있는 상당히 보수적인 사회였는데 2차대전 후 매카시즘의 열풍과 더불어 미국 청소년들의 비행에 대한 책임을 만화에 물어 만화에 대한 검열에 들어간다. 곧 상당수의 만화가 검열에 걸려 대중들의 손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다. 이 후 미국만화는 소규모 인디 만화 등의 흐름등이 있지만 주류 만화시장은 영웅물에서 벗어자니 못하고 있다. 게가다 TV의 등장 이후 만화는 주류 무대에서 벗어나게 된다. 올해 미국 서점에서 본 만화칸에서 미국 만화는 옛날 영웅물 밖에 찾을 수가 없었고, 일본만화가 그 자리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다.
 
 만화를 통해 미국문화를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은 조금 독자에게 다가서기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아마도 미국만화가 우리에게 크게 끌리지 않는 이유와 같지 않을까? 지은이의 노력에 비해 소재, 만화를 다룬 것이 읽는이와 지은이와의 대화를 가로 막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더라도 이 책이 소정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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