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있어서 미국은 무엇일까? 시애틀에 들렀던 하루 한 초밥집에서 혼자 온 미국인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되었다. 그는 부시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이었는데 한국은 미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왔다. 나의 대답은 절반은 미국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동경하고, 절반은 미국을 싫어한다고 대답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미국에 대한 접근은 바로 이런 접근이 대세라고 생각한다. 물론 미국을 소재로 한 책들을 보면 미국에 대한 비판과 미국에 대한 맹종,찬양의 두가지로 귀결된다.
사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미국을 좋게 평가하고 있는 책이다. 현재 미국이라는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어낸 요소들을 짚어낸 책이다. 물론 작은 책이라는 한계 때문에 심사숙고한 고찰은 부족하겠지만, 미국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의 미국이 존재하게 된 것은 이런 이런 긍정적인 요소들 때문이라고 읽히기는 하지만, 어쨌든 미국이라는 나라를 바라볼 때 고려해야 하는 것들을 조목 조목 잘 짚어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기 위한 문화코드로
1. 개인주의 - 다수의 횡포에 대한 견제
2. 자유의 예찬 - 미국인의 원초적 생존 방식
3. 평등주의 - 보통 사람의 나라
4. 법치주의
5. 다문화주의
6. 청교도정신 - 충성 서약과 악의 축
7. 서부 개척정신
8. 실용주의
9. 과학·기술에 대한 신뢰
10. 미래지향성과 직설적 표현
의 10가지를 들고 있다. 실제로 미국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요소인데 어떤 면에서 이는 서로 연관이 되어 있다. 애초 미국은 여러 이유들로 몰려온 이민자들이 만든 나라이다. 박해와 가난을 떠나 찾아온 이들은 생존을 위해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질 수 밖에 없었고, 자유를 찬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뜨내기들끼리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하기에 다문화주의가 녹아나게 되었다. 이에 서로간의 권리르 ㄹ보호하기 위해 법치주의가 자리잡고 명분보다는 실용주의와 직설적 표현의 문화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또한 지독한 편견의 모습을 보이는 청교도 정신이 아직도 살아있는 나라이다.
물론 부정적인 요소도 많다. 다문화성은 아직도 진행중인 경우이다. 불과 100여년 전만 하더라도 불경하게 여겨졌던 토마토 소스가 미국의 하나의 음식문화가 되었던 것 처럼 불과 2-30여년 전 냄새나는 불결한 음식 김치가 이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그러나 먼저 온 이민자들이 뒤 이은 이민자들에게 가한 공격들을 보면 다문화성이라는 것이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청교도 정신으로 건전한 미국식 삶을 유도하였지만 이면에는 국가 파시즘적인 국가에 대한 충성맹세를 강요하고 있고, 1920년대에는 금주법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겉으로는 미국에 대해 긍정적인 것들만 나열한 것 처럼 보이는 이 책은 사실 가볍게 많은 부정적인 면들도 짚어가고 있다. 이민자 이야기 이외에도 서부 개척정신 시절의 카우보이들에 대한 환상과 인디언들의 불행을 짚어내고 있고, 각 나라 이민사의 아픈 기억을 들춰내고 있기에 미국을 이해하는 단초로 삼기에 좋은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미국을 이해하려는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지만, 미국에 대해 다양하게 이해하고 싶고 미국에 대한 관심을 넓히기 위한 독자들에게는 이 책을 바탕으로 좀 더 깊은 독서의 배경을 깔아줄 좋은 책으로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