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역사 : 혹은 자유의 여신상 살림지식총서 3
손영호 지음 / 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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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른 모든 국가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그것이 혈연과 지연이 아니라 이념에 의해 창설된 최초의 국가가라는 것이다. 독립선언서에 담고 있는 자유와 평등 그리고 행복 추구의 권리가 바로 미국의 건국 이념인 것이다. 미국은 또한 '이민의 나라'로서 세계 각처에서 다른 피부색과 국적, 여러 이질적인 종교와 문화를 가진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나라이다. (책 5쪽)

 

 저자 손호영은 미국의 대표적인 상징의 하나인 '자유의 여신상'을 소재로 미국 비주류의 역사를 개략적으로 훑어보고 있다. 저자가 책 앞부분에서 잘 지적하 것 처럼 미국은 자유라는 이념이 기반이 된 나라이다. 그런 이념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 자유의 여신상이다. 그런 자유의 여신상이 세워지기까지 순탄하지 않은 과정과 여러 다른 의미 (미국의 부정적인 반응, 프랑스 정치상황의 반영, 애초 흑인으로 스케치된 여성상이 백인으로 바뀌는 등)를 가지고 있지만 어쨌든 미국을 상징하게 되었다.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의 근간이 되는 이민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목숨을 건 희망없는 이민자들이 자유의 여신상을 볼 때 그것은 미국 땅에 도착했다는 것, 희망이 보인다는 것을 의미했다. '자유의 여신상'은 이민자들의 희망을 의미했다. 자유의 여신상을 지척에 둔 엘리아스 섬에서 이민수속을 밟고 그들에게는 미국 땅을 밟는 영광이 허락된 것이다.

 

 그런 영광을 얻는 역사는 순탄하지 않았다. 개척할 땅이 많았던 미국은 계속된 이민자들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이는 임금노동자로 살아가는 초기 이민자들에게는 위협이 되는 상황이었다. 초기 이민자들이 이후 이민자들을 박해하는 일이 시작되었다. 이런 현상이 이민사 전체를 통해 일어나는 현상이었는데 단순히 임금노동자들의 생존권문제로만 대두된 것이 아니라 여러 인종, 정치적인 상황들이 복잡하게 엮이면서 사회적, 법률적 박해로까지 이루어졌다.

 

 현재 미국의 중심세력을 일컫는 WASP (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 처럼 기근을 피해 이민온 아일랜드인에 대해서는 카톨릭이기에 심한 박해를 하였다. 많은 상점들이 '개와 아일랜드인 출입금지' 등의 간판을 내밀었다. 이후 이민사를 장식한 남부유럽인들(이탈리아, 그리스 등)에 대해서는 앵글로 색슨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대하였고 영어시험을 통해 이민을 허가하면서 서부 유럽인들외의 유럽인들에 대한 제제를 시작하였다. 유태인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19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아시아인들 역시 얼굴색이 다른 이유로 박해의 희생자가 되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자유의 여신상은 분명 비주류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19세기 노예해방으로 흑인의 문제가 해결된 것 처럼 보이지만 실상 내재하는 흑인에 대한 차별이 철폐된 것은 1964년 민권법안이 통과되면서 부터이다. 분리하되 평등이라는 기치를 내걸로 생활속에서의 차별은 20세기 중반까지도 지속되었다. 여성의 권리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부끄럽게도 미국의 여성의 권리는 1963년 여성의 임금이 남성의 임금과 보장받는 '동등 지불법'이 통과되면서 부터 본격화되었고 금녀의 상징이던 대학은 1969년 프린스턴, 예일 대학을 선두로 대부분의 대학이 여성의 입학을 허용하였다. 20세기 중반이 넘도록 미국의 대학은 여성에게는 굳게 닫혀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는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계급사회였던 서구 유럽과는 달리 일찌감치 자유와 평등을 구현하던 나라로 평가받는 미국이었다는 점에서 등돌린 자유의 여신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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