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좌파와 우파 살림지식총서 1
이주영 지음 / 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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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대에 들어서 출판계에서 주목할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총서의 발행이다. 예전의 삼중당 문고와 같은 소설 위주의 문고본이 아닌 약간은 디스커버리 총서와 유사한 총서에 대한 출판이다. 물론 1990년대 후반 문지사에서 '문지스펙트럼'이라는 이름으로 발간을 한 적이 있지만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지만 근간의 '살림지식총서'와 '책세상문고'는 다양한 주제와 가볍지 않은 내용과 성찰로 각광을 받고 있다.

 

 살림지식총서는 첫 회분으로 미국을 선정하였고, 그 첫편이 이주영이 쓴 '미국의 좌파와 우파'이다. 그러나 솔직히 이 책은 총서의 대표로는 부족한 것이 많아 아쉽다. 미국은 좌파와 우파로 나누기가 힘든 나라이다. 서구 유럽과는 다른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고 실재하는 좌파의 세력을 가져보지 못한 나라이다. 그러기에 미국에서 특정 세력을 좌파로 규정하는 일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유럽에서는 사회당이 꽤 큰 역할을 하고 있고, 일본에서도 소수이기는 하지만 사회당이 있고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도 진보당이 존재했던 역사에 비추어 진보적인 정치집단을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미국에서 좌파 운운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무지라고 생각된다.)

 

 저자는 한국미국사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미국 역사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듯 하지만 그의 지식적 성찰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게할 만한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제목과는 달리 신좌파와 신우파에 그 내용이 한정되어 있으며 실제로 좌파와 우파를 다룬 5개의 꼭지(총 7개의 꽂지)중에 좌파에는 1개의 꼭지만이 할당되었을 뿐이다. 미국의 진보와 보수를 아울리지 못하고 일부세력과 극단세력에 대해 고찰하고 있어 제목과는 달리 미국의 아주 작은 구석을 조망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책 초반에서 짚고 넘어가고 있듯이 기본적으로 미국은 개인의 자유와 프로테스탄트 윤리 그리고 자본에 대한 보장으로 생겨난 나라이다. 물론 저자는 평등의 개념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미국 건국 초기 부자들만 정치를 해야한다는 등의 의견과 여성과 흑인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것을 보면 실재하는 평등과는 거리가 먼 개념이다. 곧 미국은 애초부터 보수적인 배경속에서 출발하였고, 좌파가 발 디딜 틈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좌파의 대두를 소개하면서 대공황 시절 루즈벨트의 뉴딜정책, 즉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개인의 자유를 절대 침해할 수 없다는 자유주의에 정부가 손을 대기 시작한 시점부터 형성된 세력이 좌파이고, 1960년대 기존 사회에 대해 대항하며 특히 베트남 반전운동에 기수된 세대를 신좌파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경제 대공황 시절 심각한 가난으로 인해 개인의 자유와 기업들의 경제활동은 보장받을 수가 없었다. 따라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역시 개인의 자유와 기업의 경제활동의 토대를 만들어주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다고 본다면 당시 세력은 좌파세력이라기 보다는 보수우파내에서의 방법론의 충돌일 뿐이다. (수정주의 경제학의 대가인 케인즈 역시 보수적인 경제학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

 

 이에 반해 대립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우파는 신우파와 극우파로 한정되어 있다. 저자가 잘 짚어내듯이 아주 재미있는 현상은 신우파가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백인 중산층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들이 실제 백인 중산층에 대한 혜택으로 돌아가지 않는 점 등에 불만을 느낀 그들이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진보적인 지식인들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기독교적 생활방식으로의 복귀를 추구하는 특징들을 짚어내고 있다.

 그리고 백인우월주의와 기독교적인 배경을 두고 있는 극우파에 대한 설명 또한 읽을 만 한 부분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저자는 심각하게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데 실제 미국의 보수 우파들은 이런 극우파에 대한 분명한 선긋기를 하고 있으며 그들에 대한 무력진압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우리나라 한나라당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건강한 보수를 위해 극우파와의 분명한 선긋기를 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대표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은 극우파와 보수사이의 구분이 불분명할 정도로 뒤섞여 있으니 말이다.

 

 책의 말미에서 말하고 있다시피 미국인의 72%가 자신의 나라에 대한 강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72%의 보수우파와 28%의 중도보수를 대변하는 것이다. (물론 소수의 좌파 지식인들이 있긴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미국의 신우파와 극우파에 대해서 간단하게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좌파와 우파를 동일한 선상에 놓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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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k 2007-10-03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상당히 냉철한 분석이십니다. 미국내 좌파가 유럽이나 다른 나라의 좌파와는 괴를 달리하는것이 사실이지요. 그러나 마지막 부분 72%의 보수우파와 28%의 중도보수라는 평에는 동의하기 힙들군요. 미국의 대부분이 중산층에 의해 구분되는데, 이중 상당수가 보수에 속한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 중산층이 사안에 따라 좌파적인 사안에 지지를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는 소수의 좌파세력의 무던한 노력이 깔려있다고 믿습니다.

雨香 2007-10-03 23:51   좋아요 0 | URL
책에서 보면 72%의 미국인이 미국인임을 자랑스러워 한다는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72%를 보수우파로 본 것이지요. 중산층이 개혁적인 사안에 지지를 보내는 것은 맞습니다만, 좌파적인 사안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물론 미국내에 소수의 좌파가 있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0%라고 보면 됩니다. 세력이 아니라는 이야기이지요. 최소한의 소수 좌파세력은 1950년대 매카시즘의 광포에 사라져버렸죠. 물론 중산층이 개혁적인 사안에 찬성합니다만 그 사안들을 보면 좌파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최소한의 것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