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세계 제국, 미국 20세기 박물관 시리즈 4
피에르 제르베 지음, 소민영 옮김 / 부키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20세기 박물관 시리즈>의 네번째 책인 이 책은 미국의 20세기를 다루고 있다. 일단 제목에서 정하는 바와 같이 '최초의 세계 제국'이라는 단정이 인상적이다. 물론 최초라는 말에는 동의하지는 않지만, 미국은 가히 20세기의 제국이라는 부분에는 동의한다.
 
 이 책의 특징은 시리즈 제목에서도 주목하고 있듯이 첫째, 20세기의 미국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 흔히 볼 수 있는 연대기식이나 이야기식으로 전개하지 않고 주요사건과 인물별로 다루고 있다. 또한 참고서적과 같은 깔끔하게 구성된 책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은 20세기의 미국이지만(대공황, 1,2차 세계대전, 베트남전쟁 등) 실상 미국의 20세기를 우리는 모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참고서적으로 삼을만 한 책이다.  물론 미국 20세기 전반을 다루고 있는 개괄서는 아니다. (미국사를 다룬 책과 함께 읽는 다면 굉장히 유익할 것이다.)
 
 잠깐 책 내용을 살펴보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20세기의 주요사건들. 2부, 20세기의 주요인물과 신화. 그리고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3부, 20세기의 정리와 21세기의 전망.
 
 1부는 20세기 초 부터 현재 부시 대통령까지의 기간을 중요한 사건들 중심으로 관찰하고 있다. 미국의 20세기는 정치적으로는 기업가들의 꼭두각시에서 벗어나 대통령 다운 대통령으로 20세기의 문을 연 프랭클린 루즈벨트로 시작하고 있고, 경제면에서는 미국의 산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포드식 경제시스템이 기반이 되었다. 20세기의 시작이 프랭클린 루즈벨트와 포드라는 점은 바로 20세기 미국의 제국주의의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미국 정치사에서 예외적으로 기업가들의 손에 휘둘리지 않았던 두 루즈벨트이기는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세계 제왕으로써의 모습을 본격적으로 보여준다. 특히나 대서양과 태평양을 뚫어 동부해안과 서부해안을 연결해버린 파나마 운하(1904년)를 건설하고 그 권리를 갖는 과정은 약 90년 후 중동 석유에 대한 권리를 노린 전쟁의 모습과 너무나 닮았다. 청교도적인 삶의 지향을 내세우며 바르고 건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만들어낸 금주법시대는 자유주의의 겉모습속에 감춰진 집단주의와 밀주와 이를 더불어 성장한 뒷골목(알카포네가 성장한 시대) 사회는 20세기 미국의 이중성을 잘 보여준다.
 
 책의 2부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미국 자본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록펠러가는 미국식 자본이 어떻게 사회에 화해하고 공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물론 미국 자본가들이 사회활동을 통해 사회와 어울리는 것은 19세기 말 노동자와의 전쟁을 통해 자본가들이 얻은 경험이다. 사회를 인정하지 않는 자본은 생존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런 경험을 무시한채 자본가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 사회를 비난하는 언론과 교수들은 얼마나 무식한가? 인물편에서는 상당히 유익한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다. 노동조합이나 지식인의 참 모습을 보여줬던 새뮤얼 곰파스와 윌리엄 듀보이스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다. 디즈니의 이중적인 순수함을 들여다 볼 수 있고, 도심을 떠나 교외에 작은 앞마당 있는 미국식 중산층 주거문화를 만들어낸 레빗, 흑인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지만 정작 자신은 흑인임을 거부하고 싶어했던 성공한 마이클 잭슨을 통해 흑인의 이중성 등을 볼 수 있다.
 
 책의 3부에서 비로소 저자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1, 2부에서 깔아놓은 미국의 여러 모습을 담은 역사와 인물이라는 사진들 속에서 미국을 정리하고 전망한다.
 [미국, 모델인가 재앙인가? / 자본주의 국가인가, 국가 자본주의인가? / 아메리칸 드림은 존재하는가? / 미국인들은 미국 모델을 믿는가? / 인종 차별주의인가, 다문화주의인가? / 세계에서 미국의 임무란 존재하는가?]
 특히 '자본주의 국가인가, 국가 자본주의인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 특히 배웠다는 사람일수록 -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미국식 자본주의야 말로 정부의 개입없이 기업들이 완전경쟁속에서 자유롭게 기업활동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미국식 자본주의야 말로 국가와 기업간의 결탁으로 이루어진 자본주의라는 것이다. (물론 이는 국가가 기업을 돕는 것 보다는 기업이 국가를 통제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 점이기도 하다.) 인터넷이 미국 국방부의 연구산물임은 인터넷의 역사나 빌 게이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이와 같이 미국 기업들의 많은 강점들이 사실 국가의 막대한 지원속에 이루어진 성과물이고 이 성과물을 미국내 기업들이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완전경쟁과 시장경제체제이지만 국가의 막대한 지원과 간섭없이는 운영되지 않는 경제체제 자본주의라기 보다는 국가 자본주의라고 불러야 하지 않는가? 
 
 우리가 따라야 할 미국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나라이다. 뜯어보면 뜯어볼 수록 '이 따위 나라가 다 있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부조화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조화를 이루기도 하고, 개인주의가 강한 나라로 보이지만 실상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나라이고, 인종차별이 심각한 나라이면서도(바로 며칠전 뉴올리올스 제나라는 곳에서 또 다시 인종차별사태가 발생했다.) 여전히 아메리칸 드림의 매력이 있는 나라이다. 물론 판단은 독자의 몫이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