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이 유행이다.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다. 의사선생님과 독감과 예방접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선생님이 아이에게 반에서 몇 명이나 독감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는지 물었다. 절반에 가까운 아이들이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다. 
  
 몸이 좋거나 하지 않다. 운동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몸살 감기를 앓아본 적은 많지 않다. 플루(독감)로 고생해 본 적은 없다. 그럼에도 독감예방접종은 해 마다 빼먹지 않는다. 내가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플루 바이러스가 나를 숙주로 여기 저기 퍼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발 '감기 따위 안 걸려' 아니면 '면역력이 떨어져서' 이런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하지 말고,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독감 접종을 ... 

우리가 백신의 효과를 따질 때 그것이 하나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만 따지지 않고 공동체의 집합적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까지 따진다면, 백신 접종을 면역에 대한 예금으로 상상해도 썩 괜찮을 것이다. 그 은행에 돈을 넣는다는 건 스스로의 면역으로 보호받을 능력이 없거나 의도적으로 그러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들에게 기부하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집단 면역herd immunity의 원리이고, 집단 접종이 개인 접종보다 훨씬 효과적인 것은 바로 이 집단면역 덕분이다.

어떤 백신이라도 특정 개인에게서는 면역을 형성하는 데 실패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 같은 일부 백신은 다른 백신들보다 효과가 좀 떨어진다. 하지만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백신이라도 충분히 많은 사람이 접종하면, 바이러스가 숙주에서 숙주로 이동하기가 어려워져서 전파가 멎기 때문에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나 백신을 맞았지만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사람까지 모두 감염을 모면한다. 자신은 백신을 맞았지만 미접종자가 많은 동네에서 사는 사람이 자신은 맞지 않았지만 접종자가 많은 동네에서 사는 사람보다 홍역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은건 그때문이다. 미접종자는 자기 주변의 몸들, 질병이 돌지 못하는 몸들에 의해 보호받는다. 반면에 질병을 간직한 몸들에게 둘러 싸인 접종자는 백신이 효과를 내지 못했을 가능성이나 면역력이 희미해졌을 가능성에 취약하다. 우리는 제 살갗으로부터 보다 그 너머에 있는 것들로부터 더 많이 보호받다. 이 대목에서, 몸들의 경계는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혈액과 장기 기증은 한몸에서 나와 다른 몸으로 들어가며 몸들을 넘나든다. 면역도 마찬가지다 면역은 사적인 계좌인 동시에 공동의 신탁이다. 집단의 면역에 의지하는 사람은 누구든 이웃들에게 건강을 빚지고 있다. 34-36쪽


이 책은 17년에 읽었다. 의사선생님과 이야기하다 이 부분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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