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문제가 함참일 때 읽은 책인데, 다시금 떠올랐다.
당시 창비에서는 권력비판 3부작으로 <권력과 검찰> <권력과 언론> <권력과 교회>를 펴냈다.
우리나라 검찰의 역사는 초라했다. 해방 후 빨갱이라는 명목으로 그 자리에서 한 검사를 총으로 쏴죽였을 정도로 힘이 없는 존재였다. 그리고 등장한 군사정권에서는 군사정권의 시녀 노릇만 했을 뿐이다.
그런 검찰이 무소불위의 힘을 얻게 것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사람들이 정권을 잡기 시작하면서이다. 이제는 그들의 권력을 분산시켜야 할 때가 왔다. 검찰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검찰이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것은 군사독재를 벗어난 민주화 덕분이다. 법과 절차를 의식하지 않았던 날것의 물리력이 후퇴하고 민주화의 진행으로 법적 절차를 중시하게 되자 법적 권한을 앞세운 검찰의 힘이 안기부와 보안사를 능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시민들의 치열한 항쟁과 희생으로 일구어낸 민주화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진 5공 청산 국면에서 검찰은 마침내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기에 이르렀고,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와 재벌의 부패를 감시하고 척결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무소불 위의 권력기관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러한 검찰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는 군사독재 정권의 주문을 처리하던 과거의 수준을 넘어 권력의 입맛에 맞게 정국의 향방을 결정하는 준정치집단의 역할까지 맡아 수행했다. 이명박정권 이후 정치의 긍정적 기능이 퇴화하거나 실종되어 사회적 갈등이 정치적 해결보다는 사법적 판단에 넘겨지는 일이 잦다 보니, 검찰이 이제 각종 사회 이슈에 관한 판정자를 자임하는 상황이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검찰 권한의 오남용이 거듭될수록 사회정의는 후퇴했으며, 법의 권위는 추락했다.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란 불의한 정권이 자행한국가폭력의 정당화를 위해 쓰이는 수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결정판은 박근혜, 최순실, 김기춘, 우병우 등의 등장과 몰락이었다. 정권과 유착한 검찰은 청와대와 비선 실세의 비리를 눈감아 주었고, 결국 대통령 탄핵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불러왔다. 책임을 회피하며 알량한 법지식에 기대어 시민을 조롱하고 법치주의를 농락하는 전직 검사들의 모습을 보며 시민들은 ‘법꾸라지‘라 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현재의 검찰은 과거 홍만표 진경준 등이 보여준 부패의 모습과는 다른 적폐와 거악의 종합관인 것처럼 보인다. 정치검사, 떡값검사라는 말로는 그 실상을 도무지 온전하게 표현하고 담아낼 수 없을 정도다. (218-2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