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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반양장) -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전에 알고 지내던 마케팅 전공하는 이가(나중에 교수되었다) 마케팅으로 세상을 다 예측할 수 있고, 세상을 다 제어 할 수 있다는 투로 이야기 하곤 했다.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들면서 이야기가 끝이 없었다. 처음에는 그럴 듯 한데 한참 듣다 보면 뭔가 좀 찜찜한 느낌이
들곤 했는데, 남의 전공에 대해 내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전공자의 입장을 옳다 그르다 쉽게 논박하지
못했었다. 그는 심지어 다른 전공을 쉽게 폄하하곤 했는데, 내가
아는 한도에서 방어만 할 뿐이었다. 그의 전공은 경제학도 아닌 변수가 훨씬 많은 마케팅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책은 분명히 답하고 있다. 내 생각이 맞고, 그의 생각이 틀렸다고. 물론 그 자식은, 아! 죄송, 그 친구는
아직 교수직을 “잘 해 처먹고” 있다. 그가 아직도 그 자신의 생각을 고수 하고 있다면, 그 제자들은 또
다른 희생자가 될 것이다.
경제학은(더
넓게 확장하여 인문학, 사회학은) 과학이 아니다. 학문하는 방식에는 자연과학이나 모든 학문이 크게 다를 게 없지만, ‘사람’을 다루는 학문은 ‘자연’을
다루는 학문과 달리, 재현 시험할 때, 결과가 반복되지 않거나
크게 벗어나기 일쑤다. 사람은 엄청난 수의 ‘독립변수’와 이에 따른 ‘매개변수’의
복합체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론적 접근이 가능한 한정된
일부 분야를 그 분야의 전부로 규정 짓는 것 역시 지나친 확대 해석이다. 이는 조사의 범위에 벗어난
곳에서 벌어질 ‘난수’가 훨씬 크고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수를 최소로 한정하고, 주로 통계학으로 결과 처리하곤 하는데, 그건 다른 변수가 포함된다면 제안한 이론이 안 맞을 것이라는 것과, 신뢰구간
이외의 영역은 이미 포기했다는 의미를 내포하므로, 실제 상황에선 정확하지 않다는 것에 관한 반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경제학도 과학이라기 보단 잡학에 가깝다.
이 책의 제목 역시 ‘장하준의
경제학강의’ 보단 원제목 Economics: The User’s
Guide, 경제학 사용자 설명서가 보다 적절해 보인다. 아마 작가 장하준을 앞서 내세우는
것이 책 판매에 도움을 주리라고 하는 출판사의 마케팅 전략이 크게 고려된 듯 한다.
책의 3장, 경제의 관점으로 보는 역사는 흥미롭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다. 왜 이런 것은 학교에서 안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하기야 <3.1운동>을 ‘삼점일운동’으로 부르는데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우리가 아는
역사적 사실들이 때로는 경제학에 영향을 주었고, 때로는 경제학이 역사적 사건들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었다. 현대로 올수록 경제적 사건이 역사적 사건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여러 조각을 맞춰야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퍼즐맞추기 jigsaw의
큰 현대 역사판에서, 경제학이란 커다란 조각을 끼워 넣어야 현대의 역사적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이 가름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4장은 다양한
경제학 학파들의 주장을 정리 요약해 놓은 것으로,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의 백가쟁맹이 떠오른다. 각 학파들의 주장과 장단점을 한 눈에 비교 할 수 있어, 책을 보는
비전공자들이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을 닦아 놓았다.(내 이래서 장하준 교수의 책을 좋아한다니까) 과거 정부들의 경제각료들이 시행했던 정책은 박정희정부는 개발주의 전통에, 노무현
정부, MB 정부는 공히 방향이 신고전주의학파에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상당히 모호한 경향이 있다.
* p118~171의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다른 분들보다 나의 이해를
돕기 위해)
1) 고전주의 학파(C) – 시장은 경쟁을 통해 모든 생산자들을
감시하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두면 된다.
- 아담스미스의 국부론, 보이지 않는 손, 리카도의 비교우의
-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웠던 수요공급 법칙도 이 이론에 근거한다.
2) 신고전주의 학파(N) – 각 개인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행동하므로, 시장이 오작동 할 때를 제외하고는 가만 놔두는 것이 좋다.
- 조지프 스티글리츠
- 현재 주류가 된 학파, ‘자유시장 경제’ 라고도 부른다.
- 전경련에서 주로 주장하는 근거가 된다. 최소한의 정부를
개입을 말한다.
3) 마르크스 학파(M) – 자본주의는 경제 발달의 막강한 동력이지만, 사유재산이 더 이상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면서 저절로 무너질 것이다.
- 생명력이 자본주의만 못했다. 정치적인 요소가 너무 컸다.
4) 개발주의 전통(D) – 후진경제에서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 놓으면 개발이 불가능하다.
- 특정한 창시자나, 이론가가 없다.
- 중상주의, 싱가폴의 절충주의, 한두 분야를 집중 육성하면 전체 경제성장을 이끈다는 개발독재의 근대화 정책의 근간
5) 오스트리아 학파(A) – 모든 것을 충분히 아는 사람은
없으므로, 아무한테도 간섭하면 안된다.
- 하이예크, 자유방임 정책이론, (사견으로) 무정부주의 같다.
- 마르크스 이론적 논쟁을 벌렸지, 그다지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6) (신)슘페터 학파(S) –
자본주의는 경제 발달의 막강한 동력이지만, 기업이 대형화하고, 관료주의화 하면서 쇠락하게 되어 있다.
- 기술 혁신을 동력으로 한 자본주의 발달 이론. 전체적인
경제 문제를 못하는 한계.
7) 케인즈 학파(K) – 개인이 이로운 것이 전체 경제에는
이롭지 않을 수도 있다.
- 경제 정책을 하나의 단위로 보고 분석한다.
- 케인즈 거시경제학, 금융이론의 창시자로 금융을 핵심적인
요소(생산이나 소비, 무역이 아닌)
- 거시경제의 단기적인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 기술 발전이나
제도 개혁 같은 문제를 제대로 대변해 내지 못한다.
8) 제도학파(I) – 개인이 사회적으로 규칙을 바꿀 수 있다
해도 결국 개인은 사회의 산물이다.
- 베불린, 구성원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다. 전체적인 안목 부족.
9) 행동주의 학파(B) – 인간은 충분히 똑똑하지 않기 때문에
규칙을 통해 의도적으로 선택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
- 조직에 대한 규칙의 필요성을 강조. 규칙을 통해 의도적으로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여야 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안목 부족.
개인적으로 케인즈 학파와 슘페터 학파의 이론이 제일 끌렸다. 그러고 보니, 그 동안 읽었던 경제학 서적 중 대다수가 케인즈 이론에
관한 혹은 이 이론을 옹호하는 책이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비전공자인
내가 경제학에 관심 있던 시기는 1997년 IMF 때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였다. 즉, 주류인 신고전주의가 잘 안 돌아가던 특수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
대안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던 이론이 케인즈 이론이었을 것이다. 또한 내가 기술개발 쪽의 일을 하니, 기술개발을 중시하는 슘페터의 이론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것이었다. 즉
결과적으로, 내 스스로가 불균형인 정보를 선택하여 내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한 셈이다. 그러므로 이를 깨우쳐준 이 책에 감사한다.
잣대를 잘못 들이대는 결과에 대해서도 증명하는데, 특히 그리스발 경제 위기시, (어디서 나온지도 모를) 그리스 사람들은 게으르기 때문에 그래서 국가경제가 어렵다의 인과관계의 큰 고리가 잘못되어 있음을 이 책은 이야기
한다(멕시코와 그리스는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 만일 원인
제공자를 구태여 찾는다면, 돈 많고 힘있는 사람들이 그만큼 일하지 않았기 때문임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한 국가의 생산력을 결정 짓는 사장 큰 요소는 노동시간보다, 자본대, 기술, 사회기반시설, 제도
등이고, 이는 가난한 사람들이 준비 할 수 있는 영역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반 이후엔 긴장감이 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 외의 내용은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거나, 예측
가능할 정도의 깊이기 때문이다. 이는 내 개인적으로 알만큼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읽어 나가기 수월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새로 배울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다시 <User’s Guide>가 적절한 제목임을 알려준다. 또한
이 책은 저자가 한국사람이고, 한글로 되어 있지만, 영문으로
발행된 원작을 한글화 한 책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통계치가 제시될 때, 한국의 통계치(아무래도 가장 관심 있는 영역)가 가끔 혹은 자주 빠지기도 한다.
이제 신고전주의 경제학을 좀 긍정적인 눈으로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