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시작한 <쾌걸춘향> 이름도 유치하고 별로일 것같기도 하고, 또.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드라마 중독에 빠지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TV를 보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에 안 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시작한 그 날은 집에서 빈둥빈둥 놀면서 TV채널을 다른 데 고정할 데도 없고, 따로 할 일도 없는 그런 추운 밤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1회가 시시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고, <춘향전> 원작과는 먼 듯, 가까운 듯 재미있고 코믹한 대사와 배우들의 표정, 상황들이 점점 정이가게 만들었다. 그 뒤로 매주 보지는 못했지만, 어제도 이 드라마가 시작한 그 날과 흡사한 빈둥빈둥 저녁이었기 때문에(ㅋㅋ) 또 TV에 시선이 가고야 말았다.

어제 보니, 처음에 시작했던 것과는 달리 이야기가 많이 꼬이고 얽혀있는 것 같아보였는데, 그래도 재미있었다. 역시 드라마는 드문드문 보는 것이 가장 재미있고, 그 중에서도 예고편이 제일 재미있다. ^^;  <쾌걸춘향>에 나오는 춘향이 역을 맡은 여배우는 별로 예쁘지 않은 것 같다. 눈이 이상하다. 그런데 대사를 할 때 시원시원하게 하는 것이, 왠지 사랑스럽다. 의아한듯 고개를 갸우뚱할 때도 귀엽다.

역시 가장 눈길을 잡는 것은, 만화 캐릭터처럼 좌충우돌, 얼렁뚱땅 사고뭉치인 남자 주인공 이몽룡일꺼다. 배우의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쌍꺼풀 없는 눈에(난 쌍꺼풀없는 눈이 좋다.) 약간 마른 듯한 몸. (사실 보면 많이 말랐을 것 같지만.) 그리고 무엇보다도 밝고 신나는 캐릭터라는 게 좋다. 나는 내가 쉽게 진지해 지는 ㅋㅋ 복잡한 성격 탓에 그렇게 밝고 재미있는 성격의 남자를 보면 무언가가 해소되는 느낌이 들면서 너무 사랑스럽다. (한때 옥탑방 고양이의 '김래원' 캐릭터에도 심취했었다는..^^)

어제는 드라마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작가들은 좋겠다. 는 생각. 자신이 살아보지 않아도, 자신의 대본에 따라서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 말이다. 극 중에서 대본에 따라 어떤 사람은 젊은 나이에 죽기도 하고, 애절한 사랑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사랑을 듬뿍 받기도 한다. 때로는 좌절하고 절망하기도 하고, 한 사람에 대한 애증때문에 모두를 괴롭히는 불쌍하면서도 얄미운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인생이 여럿이라면 이렇게도 살아보고, 저렇게도 살아보고 하겠는데..

늘 그렇다. 한번 밖에 없는 이 인생의 길을 어떻게 가는 것이 가장 지혜롭고 가치있는 것인지.. 고민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엔(물론 어렵겠지만..) 드라마 작가들은 좀 더 손쉽게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신나보였다.

어렸을 때 그런 책이 있었다. 만화책 같은 종류였는데, 큰 그림과 짧은 이야기, 그리고 각 페이지 밑에는 그 상황에 맞춰 2가지 중에 선택을 하게되었는데, Yes일 경우는 43페이지로, No일 경우는 65페이지로 뭐 이런식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선택 중에 어떤 것을 하느냐에 따라서 이야기를 급한 반전을 겪기도 하고, 섣부른 결말이 나기도 하고, 예상하던 대로 해피엔딩에 이르기도 하는. 아마도 탐정소설 같은 류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때도 그렇게 선택을 하고 얼마든지 뒤로 돌려서 다시 해보고,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보고 참 신났던 기억이 난다.

인생도 아니다 싶으면 뒤로 돌려 다른 선택을 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 아침. 만약 그렇다면 한 가지 다른 선택을 했을 일이 꼭 한 가지 있다. 가슴이 다시 아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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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침에 늦잠을 잤다. (이렇다니까..) 7시에 분명히 핸드폰 알람을 맞춰놨는데..  모르는 척하고 그냥 다시 잠들어버렸다. 한시간 반이나 지나서야 겨우 눈을 떴는데, 요즘은 8시가 넘어야 해가 뜨는 것 같다. 오늘 하루쯤은 그냥 또 이렇게 여유부리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사실은 늦게라도 빨리 빨리 준비하고 학원에 나가 이것저것 해야할 일들을 마무리하고 연습도 좀 하려고 계획했었으나 미니콤포넌트에 얼마전에 산 <하울...> OST를 끼워넣고 play    버튼을 누른 것부터가 잘못됐다. 언제나 음악은 사람을 여유롭게 하고, 상념에 젖게 만든다. 이번 하울 OST는 그 정도가 심하니 아침부터 사랑하는 남자친구와 하늘을 나는 상상이나 해대니 이렇게 늦장을 부리지 않고 배겨나겠는가.

기분좋게 화장을 하고, 오늘은 성의있게 렌즈를 끼기로 했다. 일요일과 월요일은 안경을 쓰고 다녔다. 워낙에는 일요일만 끼려고 생각했었는데, 그나마도 월요일이 되니 귀찮더라. 어제도 그냥 안경을 썼다. 처음엔 우리 학원 아이들이 놀라는 것 같더니 이젠 자주 봐서 그런지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더라. 아이들은 참 예리한 눈과 다양한 관심을 가졌구나 생각한다.

월요일은 난 청바지를 입고 싶다. 사실 일요일날은 교회에 가기 때문에 몸에 꼭 맞는 정장이나 암튼 불편한 옷을 입을 때가 많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그 다음날이 월요일은 그런 불편한 옷은 쳐다 보기도 싫을 때가 많다. 그러다보면 자연히 월요일은 정장을 좀 해야지..하다가도 편하게 입게 된다. 그 여파로 아예 렌즈도 빼고 안경을 끼게 되는 것 같다.

그치만 화요일은 다시한 번 refresh하는 마음으로 정장을 한다. 주로 치마를 입을 때가 많은데, 내 생각에 이건, 월요일처럼 한 주를 시작하는 첫 날 무지 편하고 입었다는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어제의 여파로 치마를 입고 렌즈까지 끼웠지만, 일찍부터 학원에 나가기가 싫다. 오늘은 왠지 make-up도 무겁게 되어 사람이 시커매보인다. ㅡㅡ; (입술색깔 하나 바꿨을 뿐인데..ㅋㅋ)

빈속에 커피를 마시는 것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쯤이야 너무나 익숙하게 잘 알고 있는 것이지만.. (그런 이야기는 늘 항상 듣는다. 누구에게서건, 어디서건. 커피이야기가 나오면..) 그렇지만 이렇게 여유롭고 편안한 오전 시간에 커피가 빠진다면 너무 서운하지 않을까? 냉장고를 열어봐도 먹을 것이 없다. 커피라도 마시고 여유있게 나가야겠다.

그런데.. 이를 어쩐다..  이제는 <하울..>을 넘어서 3번째 CD가 돌아가기 시작했으니...미켈란젤리의 쇼팽 연주가 흘러나온다.. 아무래도 오늘은 늦장을 오래 부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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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일지에 바이올린 고르는 이야기를 쓰다보니, 피아노를 고를 때 어떤 점에 유의해서 고르면 좋은지를 써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아노는 늘 사랑스럽다. 피아노는 누구나 쉽게 소리를 낼 수 있고, 내 마음이 깨끗하면 깨끗한 소리가, 내 생각이 딴데 가있으면, 빈 소리가, 내가 기쁘면 기쁜 소리가 나는 멋진 악기다.

우선 피아노에는 Up-right과 Grand가 있는데, 그것은 모양에 따른 구분이다. 대부분의 집에 있는, 현이 세워져 있는 피아노는 업라이트, 연주회장이나 혹은 쫌 넓은(??) 집에 가면 볼 수 있는, 현이 눕혀져 있는 그랜드.

사실 둘은 모양도 다르지만 그 기능도 많이 다르다. 나는 솔직히 말해서 전공자의 연습용으로는 당연히 그랜드를 선호하지만, 집에서 간단한 연주를 위한 것이라면 업라이트가 무난하다고 본다. 그랜드는 소리가 크고 방음을 완벽히 한다해도, 피아노 자체의 음량을 줄일 수는 없기 때문에 아파트에서 밤늦은 연습이라던가, 오랜 시간 연습하는데에는 좀 무리가 있다. 아무래도.

피아노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도록 하자. 우선, 업라이트로 고른다고 생각해보기로.

업라이트 피아노에도 종류가 참 많다. 피아노의 소리를 내게 하는 현의 길이에 따른 구분인데, 짧은 것도 있고, 긴 것도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콘솔과 피아노를 잘 구분하는 것인데, 콘솔은 피아노와 비슷하게는 생겼지만, 피아노는 아니며 현이 너무 짧아서 좋은 소리를 낼 수가 없다. 게다가 사이즈도 작아, 남자의 경우 체구가 크다면 연주하는데 불편을 느낄 정도다. 작을 수록 모양이 예쁘기 때문에 간혹 집에서는 콘솔을 장만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은데, 나라면 절대 콘솔을 권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꾸준히 피아노를 친다면, 언젠가는 바꿔야 하는 악기이기 때문이다.

일반 피아노의 경우, 현이 길수록 깊은 소리가 난다. 그런데 반대로, 현이 길수록 외양이 그다지 볼품이 없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현이 긴 악기는 대게 무늬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야마하 등의 유명한 상품이 아닌, 영창/삼익 피아노라면 되도록이면 현이 긴 것을 살 것을 권한다. 보기 싫긴 해도 그것이 훨씬 좋은 소리를 낸다.

삼익과 영창의 소리에 대해 비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삼익과 영창의 소리는 차이가 분명히 나는데 그것은 음색깔의 차이이다. 나는 쉽게 말해서 삼익은 유럽풍이고, 영창은 미국풍이라고 설명을 시작한다. 물론 이런 평가는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하지만 대체로 삼익은 음색이 독특하며 투박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 다소 거칠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영창은 음색이 곱고 부드러우며 대중적이지만 내가 듣기에는 좀 가볍지 않은가 하는 느낌도 있다.

두 악기의 기능이나 건반 터치는 크게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다만 나는 피아노의 건반을 필요 이상으로 무겁게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자연스럽고 편안해야 할 연주가, 무조건 손의 힘을 기르기 위한 테크닉 중심의 손가락 운동으로 전락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음악은 늘 그렇듯이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좋다. 피아노를 연주할 때도, 가장 내가 자연스럽게 칠 수 있는 정도가 적당하다. 일부러 건반을 무겁게 한다거나 깊게 하는 것은 오히려 터치를 둔하게 할 수도 있고, 팔에 무리를 주어 오랜 시간 그렇게 연습을 하다가 는 심한 경우, 영영 피아노를 못 치게 될 수도 있다.

디지털 피아노의 경우,  다양한 음색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권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제품이라 해도 피아노의 터치를 그대로 재현할 수 없고, 그렇게 비싼 돈을 들여 디지털을 살 거면 왠만한 피아노를 사는 편이 현명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시계처럼 움직이는 디지털 시계가 아무리 정교하다 한들, 아날로그 시계에서 볼 수 있는 움직임을 구사할 수는 없는거다.

음색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색을 고려하여 고르되, 고음부가 너무 쨍쨍댄다거나, 저음부가 너무 웅웅 거리는 것, 혹은 건반이 고르지 않은 경우, 또는 건반이 너무 뚜걱거리는 등 거슬리는 점이 없는지 잘 살펴보고 사는 것이 좋다. 그러려면 우선, 한 음 한 음 저음부터 고음까지 천천히 반음씩 올라가면서 쳐보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이 별 이상이 없이 확인이 되었다면 그 때, 페달도 밟고 직접 한 곡을 연주해 보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약 10분 정도 앉아서 직접 연습을 해 보는 것인데, 그렇게 하다보면 뜻밖의 단점들이 보이기도 하고, 피아노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피아노도 마찬가지로 길을 들이는 과정이 필요한데, 잘 골라왔다면 열심히 연습도 하고, 잘 닦아주며, 새 피아노의 경우 3~6개월/ 2,3년이 지난 악기부터는 좀 더 텀을 길게 하여 조율과 조정을 꾸준히 받아주는 것이 좋다. 새 피아노의 경우 줄이 잘 풀리기 때문에 더 조율을 자주 해 주어야 한다.

다음에 시간되면, 그랜드 피아노를 고를 땐 어떤게 좋을지도 한 번 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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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 2005-01-23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에도 피아노가 있었었는데 그냥 검은색 삼익 피아노였어요. 지금은 없어요. 한동안 아무도 치지 않아서 피아노 위에 물건만 쌓이고 해서 밖으로 내보냈어요. 조율도 받은 기억이 거의 없네요. 하지만 피아노가 집에 없으니 허전한 마음은 있어요. 그냥 가끔 뚜껑 열고 치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다음에 그랜드 피아노 고르는 법도 알려 주세요. 그냥 동경이지만 그랜드 피아노가 있는 집을 예전에 부러워했었죠. 한 주 활기차게 시작하시고, 건강 조심하세요.

Hanna 2005-01-24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깝다. 피아노가 있다가 없어지는 건 참 아깝게 느껴져요. 그렇게 가끔 치고 싶을 때 연주하면 좋잖아요. 대부분, 있다가 없는 집은 다시 사지 않더라구요. (그게 더 아깝잖아요. ㅋㅋ) 님도 즐겁고 풍요로운 한 주 되세요. ^^ 님의 멘트를 자주 보니 너무 좋네요.

비로그인 2005-01-24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의 빈 강의실에서 혼자 있던 피아노를 쳐 본 기억이 떠오르네요.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어 한 음 한 음 조심스레 쳐 보았는데
빈 강의실에 울리는 맑은 소리에 피아노에서 손을 떼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그 때 내가 피아노를 잘 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Hanna님의 피아노 이미지도 참 이쁘네요^^

Hanna 2005-01-24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빈 강의실의 피아노라.. 음.. 왠지 멋지네요.? 비밀스런 느낌이 들어요. 님은 피아노를 배우지 않으셨군요! 어머님의 교육관이 자유로우셨나봐요. (저도 태권도는 안 배웠어요. - 흠! 유라야!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대체.ㅡㅡ^) 님, 님의 이미지, 지난 번에 봤던 그 사진이지요? 저도 나중에 미모를 갈고닦아 저런 포즈도 사진 한장 찍어보고 싶습니다. (누가 꽃다발 주려나? ^^ㅋㅋ)
 

바이올린을 배운지도 이제는 꽤..(?) 됐다. 한 6개월 정도?

처음엔 정말 재미가 없었다. 하지만, 모든 악기는 처음엔 다 배우기 어렵다.

수영을 배울 때도 그랬고, 피아노를 배울 때도 늘 처음이 어려운 것 같다.

얼마 전에는 혼자서 연습하는데, 나도 모르게 뭔가를 터득했는지.. 지판을 누르는 손에 힘이 빠졌다.

뭐랄까 악기가 좀더 자연스러워졌다고 해야하나?

역시 음악은 절대적인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레슨을 받고 와도 내가 피아노 앞에, 혹은 바이올린을 쥐고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면 레슨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지난주부터 비브라토에 들어갔는데, 정말 많이 어려웠다.

겨우 빠진 왼손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고, 선생님한테 민망하게 손에는 급기야 땀이 나기까지..ㅡㅡ;

긴장해서 땀까지 난 손을 잡고 가르쳐주시는데 민망했다. 크흣.

올해 목표는 열심히 저금해서 좋은 소리 나는 바이올린을 하나 장만하는 거다. ^^

손이 작은 건지, 잘 안 늘어나는 건지는 몰라도, 선생님은, 되도록이면 지판이 얇은 것으로 사라고 하셨는데 사실 그것도 문제긴 하다.

나는 애완동물을 키워본 적도 없고,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개면 개고 고양이면 고양이지 뭐가 다른가 했는데, 주변에 보니, 같은 종류의 강아지라도 얼굴이 다르다고 하더라.

악기도 마찬가지로, 생김새도, 소리도, 특성도 나름대로 다 다른데, 그 중에서 어떤 게 나에게 가장 잘 맞고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지는 역시 많이 만져보고, 써보고 해야 알것이다.

좋은 악기로 공부하는 것은 정말이지 행복한 일일꺼다.

(아.. 비브라토.. 어렵던데.. 연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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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선물을 두번이나 받았다. 한 번은 이번에 취직하셔서 책을 풀기로 하신 매너님에게서, 그리고 다른 한번은 교회의 연합모임에서. 두 번다 책을 받았는데, 아주아주 기분이 좋다.

음악은 참으로 그 폭이 넓다. 장르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나는 클래식음악을 전공했다고 해서 클래식만이 좋은 음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재즈나 메탈도 좋아하고 때로는 힙합도 듣는다. 단 가요는 잘 듣지 않는데, 그것은 나의 개인적인 기호의 문제일 뿐, 그것이 음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거나, 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클래식 음악에도 참 장르가 다양한데, 오케스트라로 구성되어 (대체로) 4악장으로 구성된 교향곡,  오케스트라와 하나 (때론 2개의)의 독주 악기가 함께 번갈아가며, 혹은 동시에 연주하는 협주곡. 하나의 악기만을 위한 독주곡(아마도 피아노 이외의 악기의 경우 피아노 등의 반주악기가 들어가겠으나, 두개나 세개 등의 악기를 위한 것이 아닌 한 악기에 촛점을 맞춘 경우에 한하여), 3~4대의 악기로 구성된 실내악곡, 오페라와 가곡으로 크게 구분되는 성악곡.

악기마다 전공도 다양하다. 피아노, 관현악기, 성악, 작곡. 음악을 전공하는 음악전공자들은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 비해 사실, 음악적인(엄밀히 말해 음악 외적인)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알고 있다 하더라도, 굉장히 한정적인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음악에 욕심이 많은 나에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해명 아닌 해명을 하자면, 일단은 전공자들의 공부 방향에 대해서. "우리"라고 싸잡아 이야기 하기엔 좀 엄한 느낌이 들어 나의 경우로 이야기 해야겠다. 나는 사실 클래식 음악을 그렇게 많이 듣지 못한다. 부끄러운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나의 공부 방향은 대체로 다른 사람의 연주는 한 두번 정도만 참고하여 들을 뿐이고, 그렇게 많이 듣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음악과 "내"소리에 고정된 '습관'을 만들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들은 대로 상상하고, 들은대로 연주하게 되는데, 그것이 나의 생각과 고민과 선생님과 함께 레슨하면서 얻게 된 깨달음-나의 음악-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연주를 베낀 것이 된다면 그것은 아무리 훌륭한 연주라도 나의 연주는 될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말하지만 따라서 그대로 연주하는 것 자체가 무리긴 하다. 그러니 이도저도 아닌 제멋대로의 음악이 나오지 않겠는가! 어설픈 모방은 돌연변이를 낳는 법)

어떤 때는 피아노 연주를 듣다 보면 되레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다. " 아.. 정말 연주 못 한다. 이게 아니지.. " 혹은, "아.. 진짜 잘한다. 어떻게 이렇게 연주할까.. 아.. 연습해야 돼.. ㅡㅡ^ 우윽..." 이런 식이다. 그러면 자신의 악기가 아닌 다른 악기의 연주를 들을 땐 어떤 생각이 드는고 하면, "아.. 시간이 아깝다. 이 시간에 연습이나 더 하지.." 내지는 "아.. 지루해.. 역시 피아노가 최고야.." 이런 식이다.

사실 내가 아는 많은 성악도들은 길고도 긴 관현악곡의 전악장 연주를 못 참아낸다. 그들은 지나가는 어떤 사람이 조금만 성악적인 발성으로 소리를 내도 귀를 번뜩이나, 눈 앞에서 그 어떤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가 베토벤의 <황제>를 연주한다 해도 조금 듣다 보면 이내 나가서 바깥 바람이나 쐬며 함께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또 다른 성악 전공자들과 Talking about을 하기 쉽다.

사실 말해서 나를 포함한 많은 피아니스트들은 길고도 어려운 오페라를 견디지 못한다. 우리는 연습실에서 울리는 허접한 피아노 연습 소리에도 귀를 쫑긋 세우나, 제 아무리 조수미가 오고, 파바로티가 온다해도, 사실 오페라 자체의 내용이라던지, 아리아의 의미를 다 모르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할 것이다. (물론! 정말로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왜 없겠는가?)

많은 관현악도들은 20분에 가까운 피아노 소나타의 전악장 연주를 결코 즐기지 않는다. 그 울림은 잠을 자기에 딱 적당한 정도이며 아무리 즐겨보려고 애를 쓰나 이내 눈이 감기고야 만다. 하지만, 그들도 연습실에 가보라. 서로 레슨도 해주고, 자신의 결점을 찾으려 애쓰며, 옆 방에서 울리는 트럼펫 소리를 들으며 "오.. 저녀석 소리 내는 것좀봐." 하고 연구한다.

인간의 경험과 선호도는 너무나 다르고, 개개인마다 특별한 점이 있다. 나에게는 너무나 아름답고 재미있는 바흐가 다른 누군가에는 세상에 지루한 음악이 될 수도 있고, 나에게는 너무나 시시하고 졸립기만한 쇼팽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음악을 전공하면서, 때로 만나는 음악 애호가들의 음악 이야기에 사실, 주눅이 들 때가 많다. 나는 유명한 첼로 연주자를 3명도 채 자신있게 거론할 수 없고, 내가 좋아하는 관현악곡을 꼽기에는 아직도 안 들어본 곡들이 너무나 많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알고 있는 오페라가 하나도 없을 정도이며, 정식으로 본 오페라는 단 2개 뿐이다. (뜻도 잘 모르고 봤다.)

그렇지만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나는 음반 지식이나, 훌륭한 연주자들의 내력에 관한 지식이 아니라, 내가 언젠가 이야기했던, "언어"로서의 음악을 배워왔고, 비록 클래식 음악에 대해, 그리고 수없이 많은 연주자들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할 순 없지만, 어떤 소리가 아름다운 소리인지, 어떤 음악이 제대로 된 프레이징인지, 나는 어떤 소리를 지향하는지에 대해서. 어떻게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공부를 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렇지만 듣는 것이 정말 많이 중요한 것을 안다. 많은 경우 좋은 연주와 좋은 소리는 좋은 모방을 낳게 되고, 좋은 모방은 훌륭한 창조의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들어도 연습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선생님들은 그래서, 제자들에게 조언하기를 여기저기 연주 따라다니지 말고 그 시간에 연습을 하라고 하시기도 한다.

음악을 사랑하는 것과 전공하는 것은 작지만, 큰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오늘 매너님을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찔리는 부분이 많아 한 번 끄적거려 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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