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선물을 두번이나 받았다. 한 번은 이번에 취직하셔서 책을 풀기로 하신 매너님에게서, 그리고 다른 한번은 교회의 연합모임에서. 두 번다 책을 받았는데, 아주아주 기분이 좋다.

음악은 참으로 그 폭이 넓다. 장르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나는 클래식음악을 전공했다고 해서 클래식만이 좋은 음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재즈나 메탈도 좋아하고 때로는 힙합도 듣는다. 단 가요는 잘 듣지 않는데, 그것은 나의 개인적인 기호의 문제일 뿐, 그것이 음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거나, 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클래식 음악에도 참 장르가 다양한데, 오케스트라로 구성되어 (대체로) 4악장으로 구성된 교향곡,  오케스트라와 하나 (때론 2개의)의 독주 악기가 함께 번갈아가며, 혹은 동시에 연주하는 협주곡. 하나의 악기만을 위한 독주곡(아마도 피아노 이외의 악기의 경우 피아노 등의 반주악기가 들어가겠으나, 두개나 세개 등의 악기를 위한 것이 아닌 한 악기에 촛점을 맞춘 경우에 한하여), 3~4대의 악기로 구성된 실내악곡, 오페라와 가곡으로 크게 구분되는 성악곡.

악기마다 전공도 다양하다. 피아노, 관현악기, 성악, 작곡. 음악을 전공하는 음악전공자들은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 비해 사실, 음악적인(엄밀히 말해 음악 외적인)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알고 있다 하더라도, 굉장히 한정적인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음악에 욕심이 많은 나에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해명 아닌 해명을 하자면, 일단은 전공자들의 공부 방향에 대해서. "우리"라고 싸잡아 이야기 하기엔 좀 엄한 느낌이 들어 나의 경우로 이야기 해야겠다. 나는 사실 클래식 음악을 그렇게 많이 듣지 못한다. 부끄러운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나의 공부 방향은 대체로 다른 사람의 연주는 한 두번 정도만 참고하여 들을 뿐이고, 그렇게 많이 듣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음악과 "내"소리에 고정된 '습관'을 만들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들은 대로 상상하고, 들은대로 연주하게 되는데, 그것이 나의 생각과 고민과 선생님과 함께 레슨하면서 얻게 된 깨달음-나의 음악-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연주를 베낀 것이 된다면 그것은 아무리 훌륭한 연주라도 나의 연주는 될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말하지만 따라서 그대로 연주하는 것 자체가 무리긴 하다. 그러니 이도저도 아닌 제멋대로의 음악이 나오지 않겠는가! 어설픈 모방은 돌연변이를 낳는 법)

어떤 때는 피아노 연주를 듣다 보면 되레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다. " 아.. 정말 연주 못 한다. 이게 아니지.. " 혹은, "아.. 진짜 잘한다. 어떻게 이렇게 연주할까.. 아.. 연습해야 돼.. ㅡㅡ^ 우윽..." 이런 식이다. 그러면 자신의 악기가 아닌 다른 악기의 연주를 들을 땐 어떤 생각이 드는고 하면, "아.. 시간이 아깝다. 이 시간에 연습이나 더 하지.." 내지는 "아.. 지루해.. 역시 피아노가 최고야.." 이런 식이다.

사실 내가 아는 많은 성악도들은 길고도 긴 관현악곡의 전악장 연주를 못 참아낸다. 그들은 지나가는 어떤 사람이 조금만 성악적인 발성으로 소리를 내도 귀를 번뜩이나, 눈 앞에서 그 어떤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가 베토벤의 <황제>를 연주한다 해도 조금 듣다 보면 이내 나가서 바깥 바람이나 쐬며 함께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또 다른 성악 전공자들과 Talking about을 하기 쉽다.

사실 말해서 나를 포함한 많은 피아니스트들은 길고도 어려운 오페라를 견디지 못한다. 우리는 연습실에서 울리는 허접한 피아노 연습 소리에도 귀를 쫑긋 세우나, 제 아무리 조수미가 오고, 파바로티가 온다해도, 사실 오페라 자체의 내용이라던지, 아리아의 의미를 다 모르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할 것이다. (물론! 정말로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왜 없겠는가?)

많은 관현악도들은 20분에 가까운 피아노 소나타의 전악장 연주를 결코 즐기지 않는다. 그 울림은 잠을 자기에 딱 적당한 정도이며 아무리 즐겨보려고 애를 쓰나 이내 눈이 감기고야 만다. 하지만, 그들도 연습실에 가보라. 서로 레슨도 해주고, 자신의 결점을 찾으려 애쓰며, 옆 방에서 울리는 트럼펫 소리를 들으며 "오.. 저녀석 소리 내는 것좀봐." 하고 연구한다.

인간의 경험과 선호도는 너무나 다르고, 개개인마다 특별한 점이 있다. 나에게는 너무나 아름답고 재미있는 바흐가 다른 누군가에는 세상에 지루한 음악이 될 수도 있고, 나에게는 너무나 시시하고 졸립기만한 쇼팽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음악을 전공하면서, 때로 만나는 음악 애호가들의 음악 이야기에 사실, 주눅이 들 때가 많다. 나는 유명한 첼로 연주자를 3명도 채 자신있게 거론할 수 없고, 내가 좋아하는 관현악곡을 꼽기에는 아직도 안 들어본 곡들이 너무나 많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알고 있는 오페라가 하나도 없을 정도이며, 정식으로 본 오페라는 단 2개 뿐이다. (뜻도 잘 모르고 봤다.)

그렇지만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나는 음반 지식이나, 훌륭한 연주자들의 내력에 관한 지식이 아니라, 내가 언젠가 이야기했던, "언어"로서의 음악을 배워왔고, 비록 클래식 음악에 대해, 그리고 수없이 많은 연주자들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할 순 없지만, 어떤 소리가 아름다운 소리인지, 어떤 음악이 제대로 된 프레이징인지, 나는 어떤 소리를 지향하는지에 대해서. 어떻게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공부를 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렇지만 듣는 것이 정말 많이 중요한 것을 안다. 많은 경우 좋은 연주와 좋은 소리는 좋은 모방을 낳게 되고, 좋은 모방은 훌륭한 창조의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들어도 연습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선생님들은 그래서, 제자들에게 조언하기를 여기저기 연주 따라다니지 말고 그 시간에 연습을 하라고 하시기도 한다.

음악을 사랑하는 것과 전공하는 것은 작지만, 큰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오늘 매너님을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찔리는 부분이 많아 한 번 끄적거려 봤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