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시작한 <쾌걸춘향> 이름도 유치하고 별로일 것같기도 하고, 또.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드라마 중독에 빠지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TV를 보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에 안 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시작한 그 날은 집에서 빈둥빈둥 놀면서 TV채널을 다른 데 고정할 데도 없고, 따로 할 일도 없는 그런 추운 밤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1회가 시시할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고, <춘향전> 원작과는 먼 듯, 가까운 듯 재미있고 코믹한 대사와 배우들의 표정, 상황들이 점점 정이가게 만들었다. 그 뒤로 매주 보지는 못했지만, 어제도 이 드라마가 시작한 그 날과 흡사한 빈둥빈둥 저녁이었기 때문에(ㅋㅋ) 또 TV에 시선이 가고야 말았다.

어제 보니, 처음에 시작했던 것과는 달리 이야기가 많이 꼬이고 얽혀있는 것 같아보였는데, 그래도 재미있었다. 역시 드라마는 드문드문 보는 것이 가장 재미있고, 그 중에서도 예고편이 제일 재미있다. ^^;  <쾌걸춘향>에 나오는 춘향이 역을 맡은 여배우는 별로 예쁘지 않은 것 같다. 눈이 이상하다. 그런데 대사를 할 때 시원시원하게 하는 것이, 왠지 사랑스럽다. 의아한듯 고개를 갸우뚱할 때도 귀엽다.

역시 가장 눈길을 잡는 것은, 만화 캐릭터처럼 좌충우돌, 얼렁뚱땅 사고뭉치인 남자 주인공 이몽룡일꺼다. 배우의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쌍꺼풀 없는 눈에(난 쌍꺼풀없는 눈이 좋다.) 약간 마른 듯한 몸. (사실 보면 많이 말랐을 것 같지만.) 그리고 무엇보다도 밝고 신나는 캐릭터라는 게 좋다. 나는 내가 쉽게 진지해 지는 ㅋㅋ 복잡한 성격 탓에 그렇게 밝고 재미있는 성격의 남자를 보면 무언가가 해소되는 느낌이 들면서 너무 사랑스럽다. (한때 옥탑방 고양이의 '김래원' 캐릭터에도 심취했었다는..^^)

어제는 드라마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작가들은 좋겠다. 는 생각. 자신이 살아보지 않아도, 자신의 대본에 따라서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 말이다. 극 중에서 대본에 따라 어떤 사람은 젊은 나이에 죽기도 하고, 애절한 사랑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사랑을 듬뿍 받기도 한다. 때로는 좌절하고 절망하기도 하고, 한 사람에 대한 애증때문에 모두를 괴롭히는 불쌍하면서도 얄미운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인생이 여럿이라면 이렇게도 살아보고, 저렇게도 살아보고 하겠는데..

늘 그렇다. 한번 밖에 없는 이 인생의 길을 어떻게 가는 것이 가장 지혜롭고 가치있는 것인지.. 고민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엔(물론 어렵겠지만..) 드라마 작가들은 좀 더 손쉽게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신나보였다.

어렸을 때 그런 책이 있었다. 만화책 같은 종류였는데, 큰 그림과 짧은 이야기, 그리고 각 페이지 밑에는 그 상황에 맞춰 2가지 중에 선택을 하게되었는데, Yes일 경우는 43페이지로, No일 경우는 65페이지로 뭐 이런식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선택 중에 어떤 것을 하느냐에 따라서 이야기를 급한 반전을 겪기도 하고, 섣부른 결말이 나기도 하고, 예상하던 대로 해피엔딩에 이르기도 하는. 아마도 탐정소설 같은 류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때도 그렇게 선택을 하고 얼마든지 뒤로 돌려서 다시 해보고,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보고 참 신났던 기억이 난다.

인생도 아니다 싶으면 뒤로 돌려 다른 선택을 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 아침. 만약 그렇다면 한 가지 다른 선택을 했을 일이 꼭 한 가지 있다. 가슴이 다시 아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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