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일지에 바이올린 고르는 이야기를 쓰다보니, 피아노를 고를 때 어떤 점에 유의해서 고르면 좋은지를 써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아노는 늘 사랑스럽다. 피아노는 누구나 쉽게 소리를 낼 수 있고, 내 마음이 깨끗하면 깨끗한 소리가, 내 생각이 딴데 가있으면, 빈 소리가, 내가 기쁘면 기쁜 소리가 나는 멋진 악기다.

우선 피아노에는 Up-right과 Grand가 있는데, 그것은 모양에 따른 구분이다. 대부분의 집에 있는, 현이 세워져 있는 피아노는 업라이트, 연주회장이나 혹은 쫌 넓은(??) 집에 가면 볼 수 있는, 현이 눕혀져 있는 그랜드.

사실 둘은 모양도 다르지만 그 기능도 많이 다르다. 나는 솔직히 말해서 전공자의 연습용으로는 당연히 그랜드를 선호하지만, 집에서 간단한 연주를 위한 것이라면 업라이트가 무난하다고 본다. 그랜드는 소리가 크고 방음을 완벽히 한다해도, 피아노 자체의 음량을 줄일 수는 없기 때문에 아파트에서 밤늦은 연습이라던가, 오랜 시간 연습하는데에는 좀 무리가 있다. 아무래도.

피아노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도록 하자. 우선, 업라이트로 고른다고 생각해보기로.

업라이트 피아노에도 종류가 참 많다. 피아노의 소리를 내게 하는 현의 길이에 따른 구분인데, 짧은 것도 있고, 긴 것도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콘솔과 피아노를 잘 구분하는 것인데, 콘솔은 피아노와 비슷하게는 생겼지만, 피아노는 아니며 현이 너무 짧아서 좋은 소리를 낼 수가 없다. 게다가 사이즈도 작아, 남자의 경우 체구가 크다면 연주하는데 불편을 느낄 정도다. 작을 수록 모양이 예쁘기 때문에 간혹 집에서는 콘솔을 장만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은데, 나라면 절대 콘솔을 권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꾸준히 피아노를 친다면, 언젠가는 바꿔야 하는 악기이기 때문이다.

일반 피아노의 경우, 현이 길수록 깊은 소리가 난다. 그런데 반대로, 현이 길수록 외양이 그다지 볼품이 없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현이 긴 악기는 대게 무늬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야마하 등의 유명한 상품이 아닌, 영창/삼익 피아노라면 되도록이면 현이 긴 것을 살 것을 권한다. 보기 싫긴 해도 그것이 훨씬 좋은 소리를 낸다.

삼익과 영창의 소리에 대해 비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삼익과 영창의 소리는 차이가 분명히 나는데 그것은 음색깔의 차이이다. 나는 쉽게 말해서 삼익은 유럽풍이고, 영창은 미국풍이라고 설명을 시작한다. 물론 이런 평가는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하지만 대체로 삼익은 음색이 독특하며 투박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 다소 거칠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영창은 음색이 곱고 부드러우며 대중적이지만 내가 듣기에는 좀 가볍지 않은가 하는 느낌도 있다.

두 악기의 기능이나 건반 터치는 크게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다만 나는 피아노의 건반을 필요 이상으로 무겁게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자연스럽고 편안해야 할 연주가, 무조건 손의 힘을 기르기 위한 테크닉 중심의 손가락 운동으로 전락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음악은 늘 그렇듯이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좋다. 피아노를 연주할 때도, 가장 내가 자연스럽게 칠 수 있는 정도가 적당하다. 일부러 건반을 무겁게 한다거나 깊게 하는 것은 오히려 터치를 둔하게 할 수도 있고, 팔에 무리를 주어 오랜 시간 그렇게 연습을 하다가 는 심한 경우, 영영 피아노를 못 치게 될 수도 있다.

디지털 피아노의 경우,  다양한 음색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권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제품이라 해도 피아노의 터치를 그대로 재현할 수 없고, 그렇게 비싼 돈을 들여 디지털을 살 거면 왠만한 피아노를 사는 편이 현명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시계처럼 움직이는 디지털 시계가 아무리 정교하다 한들, 아날로그 시계에서 볼 수 있는 움직임을 구사할 수는 없는거다.

음색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색을 고려하여 고르되, 고음부가 너무 쨍쨍댄다거나, 저음부가 너무 웅웅 거리는 것, 혹은 건반이 고르지 않은 경우, 또는 건반이 너무 뚜걱거리는 등 거슬리는 점이 없는지 잘 살펴보고 사는 것이 좋다. 그러려면 우선, 한 음 한 음 저음부터 고음까지 천천히 반음씩 올라가면서 쳐보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이 별 이상이 없이 확인이 되었다면 그 때, 페달도 밟고 직접 한 곡을 연주해 보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약 10분 정도 앉아서 직접 연습을 해 보는 것인데, 그렇게 하다보면 뜻밖의 단점들이 보이기도 하고, 피아노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피아노도 마찬가지로 길을 들이는 과정이 필요한데, 잘 골라왔다면 열심히 연습도 하고, 잘 닦아주며, 새 피아노의 경우 3~6개월/ 2,3년이 지난 악기부터는 좀 더 텀을 길게 하여 조율과 조정을 꾸준히 받아주는 것이 좋다. 새 피아노의 경우 줄이 잘 풀리기 때문에 더 조율을 자주 해 주어야 한다.

다음에 시간되면, 그랜드 피아노를 고를 땐 어떤게 좋을지도 한 번 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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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 2005-01-23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에도 피아노가 있었었는데 그냥 검은색 삼익 피아노였어요. 지금은 없어요. 한동안 아무도 치지 않아서 피아노 위에 물건만 쌓이고 해서 밖으로 내보냈어요. 조율도 받은 기억이 거의 없네요. 하지만 피아노가 집에 없으니 허전한 마음은 있어요. 그냥 가끔 뚜껑 열고 치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다음에 그랜드 피아노 고르는 법도 알려 주세요. 그냥 동경이지만 그랜드 피아노가 있는 집을 예전에 부러워했었죠. 한 주 활기차게 시작하시고, 건강 조심하세요.

Hanna 2005-01-24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깝다. 피아노가 있다가 없어지는 건 참 아깝게 느껴져요. 그렇게 가끔 치고 싶을 때 연주하면 좋잖아요. 대부분, 있다가 없는 집은 다시 사지 않더라구요. (그게 더 아깝잖아요. ㅋㅋ) 님도 즐겁고 풍요로운 한 주 되세요. ^^ 님의 멘트를 자주 보니 너무 좋네요.

비로그인 2005-01-24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의 빈 강의실에서 혼자 있던 피아노를 쳐 본 기억이 떠오르네요.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어 한 음 한 음 조심스레 쳐 보았는데
빈 강의실에 울리는 맑은 소리에 피아노에서 손을 떼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그 때 내가 피아노를 잘 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Hanna님의 피아노 이미지도 참 이쁘네요^^

Hanna 2005-01-24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빈 강의실의 피아노라.. 음.. 왠지 멋지네요.? 비밀스런 느낌이 들어요. 님은 피아노를 배우지 않으셨군요! 어머님의 교육관이 자유로우셨나봐요. (저도 태권도는 안 배웠어요. - 흠! 유라야!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대체.ㅡㅡ^) 님, 님의 이미지, 지난 번에 봤던 그 사진이지요? 저도 나중에 미모를 갈고닦아 저런 포즈도 사진 한장 찍어보고 싶습니다. (누가 꽃다발 주려나?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