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3월
구판절판


어린 시절에는 어떤 아이든 깨끗한 유리처럼, 보살피는 사람의 손자국을 흡수하게 마련이다. (어떤 부모는 유년기의 유리에 손자국을 재고, 어떤 부모는 금가게 한다. 몇몇은 유년기를 완전히 산산조각 내서 다시 맞출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131쪽

이 모든 걸 겪으면서도 에디는 마음속으로 아버지를 좋아했다. 아버지가 아무리 폭력을 휘두르고 상처를 입혀도 아들은 아버지를 좋아하는 법이니까. 아들들은 그렇게 마음을 바치는 것을 배운다. 신이나 여자에게 마음을 바치기 전에, 아버지에게 마음을 바치는 것을 배운다.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설명이 불가능한 일이긴 하지만.-133쪽

그는 자기도 모르게 아버지와 몸짓으로만 의사소통을 했다. 애정 같은 것은 마음만 있으면 되는 것을. 마음을 알면 그뿐이잖아. 애정의 부정. 그것이 에디에게 가장 큰 상처였다. -135쪽

평범하게 느끼면 평범하게 처신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창백한 항복이 에디의 나날을 칠하는 색깔이 되어버렸다. -22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아둥바둥 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이쁘게 보이려고 열심히 화장하고, 머리에 꽂는 핀의 위치, 얼굴에 난 조그만 여드름 하나에 죽도록 신경쓰면서, 내가 그 사람에게 한 말 한 마디 한 마디 곱씹으면서 왔던 문자도 하루에도 몇 번씩 다시 보고,  지금 이 순간 이걸 할까 저걸 할까 망설이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과연 내가 죽어서 천국에 간다면 그런 나의 삶에 대해서 어떤 느낌이 들까...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마치, 어린 시절 별 것도 아닌 유치한 장난감 하나에 목숨 걸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내가 왜 그랬지?'하고 웃는 것처럼. 천국에 가면, ' 그게 뭐 그리 중요한 일이라고 그렇게 아둥바둥 살았지?' 할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그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둥바둥 어제와 비슷한 하루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보내고 있는 나를 역시 발견했다. 이 세상에 살아가는 동안, 좀처럼 벗어나기는 힘들 것 같다.

에디는 천국에 간다. 그 곳에는 뚜렷한 장소도, 일정한 시간도 없다. 그저 그 곳에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과 삶이 공존하며 어제와 오늘이 함께 있는 곳이다. (그러나 그 곳에는 미래는 없는 것 같더라.)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천국이 성경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현재에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그 곳에 가면, 환히 밝혀 보이리라는 주님의 말씀처럼, 에디는 그 곳에서 자신의 삶에 '전환점'을 가져다 준 다섯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천국에 가서야 그는 삶을 이해하게 된다고 할까? 천국에 가서야 삶의 비밀들을 환히 알게 될꺼라는 주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서정적이고 담담하게 저자는 우리를 에디의 천국으로 인도한다. 그러나 왠지 서둘러 책을 낸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 솔직할 것 같다. 상상력 자체야 신선했지만, 좀 더 깊이있게, 좀 더 절묘하게, 좀 더 생동감있게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다분히 몽환적이고, 푹~ 퍼져있는 느낌이다. 은근한 파스텔화처럼.

번역은 그야말로 번역체 소설답다. 어색한 영어 표현을 직역한 듯한 부분이 많이 보인다. 뭐랄까. 번역도 서두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 아마도 작가나 번역자, 모두 나와 같은 딜레마에 빠져있는 지도 모르겠다. 아둥바둥하지 않으려는 의도와는 달리 늘 서두르게 되는 것 말이다. 우리 모두 천국에 간다면, '훗, 그 때 내가 왜 그랬을까?' 하며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작가도, 번역가도, 당신도. Mayb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기 통제력; 즐거움을 유보하는 것

즐거움을 유보하는 것은 삶의 고통과 기쁨을 적절히 배열하는 과정이다.

곧, 삶의 고통을 먼저 접하고 극복함으로써 나중에 기쁨이 배가되도록 말이다.

<아무도 보는이 없을 때 당신은 누구인가?> 빌 하이벨스

- 즐거움을 유보하고 성공을 달성하는 것.에 열중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anna 2005-07-12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멋져요 Kelly님... 아아~~
오늘도 자기통제력의 밖에 있었던 것 같아요..
어쩜 좋아...ㅡㅡ;

Hanna 2005-07-13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래도요~ ㅋㅋㅋ 그거랑 이거랑은 상관없는 거잖아요..켈리님, 비가 오다가 너무 더워요..헥헥 오늘 하루종일 헤롱댑니다..
 

오전에 피부관리를 받았다. ㅋㅋㅋ (아. 넘 솔직한가.ㅡㅡ^) 아침 댓바람부터 관리사 언니랑 너무 수다 한바탕을 벌인 탓일까... 오늘 하루 종일 이상했다.

학원에 상담하러 오신 어머님들과 계속해서 핀트가 어긋나는 거였다. 원래는 싹싹하게 이야기를 잘하고, 잘 받아주는 편인데 오늘은 이상하게 내가 한 마디 한 마디를 할 때마다 어머님들 얼굴이 달라지면서 자꾸만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말에다가 주관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정리가 안 되는 말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거였다.

내가 왜 이상한 건지.. 오늘 오신 어머님들이 까다로우신 건지... 아아... 자꾸만 이야기할 때마다 뭔가가 안 맞는 느낌이 들어서 진땀이 났다. ㅡㅡ^ 날씨가 덥고 끈끈해서 그런가... 아침부터 정신없이 얘기하고 놀아서 그런가... 아님...내가 딴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피곤한가?

어쩌면 이건 내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 피부관리 받고, 메이크업도 못하고 거북스런 안경을 낌으로써, ㅡㅡ;화장 안 한 모습이 암암리에 어머님들에게 거부반응을 준 건 아닐까? 내용 자체가 잘못된 것 보다는.. 그냥 '느낌'이 좋지 않은 거 말이다.

첫 인상, 느낌 이런 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어떻게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하면서 점점 더 헛다리를 짚어간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바보짓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서.. 그러면서도 또 같은 실수를 계속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달까...

올여름은 말을 너무 많이 하지 말자. ㅡㅡ

글구.. 맨얼굴로 다니지 말자. ㅡㅡ;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지난 주말, (우리 교회) 사모님이 갑자기 장례식에 가게 되셨다며 전화가 와서 들은 소식이다.

한 여자. 결혼 한지 3년. 귀여운 쌍둥이의 엄마다. 남편은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아마도, 가정에 충실한 좋은 남편이지 않았을까? 암튼, 그렇게까지 자세한 것은 모르겠으나 이 남편분, 회사에서 친목 차 가게 된 여행에서 바다에서 놀게 된 거다. 산소통을 안 메고 바닷속에 들어가는 무슨 뭔가가 있나부지? 스쿠버다이빙인가? 암튼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회사 사람들과 다 같이 이걸 하다가 실종이 되셨단다. 그러고 이틀 후인가... 바닷가에서 시체로 발견된 거다.

잘 모르는 분이었지만, 그 분의 소식을 듣고 왠지 가슴이 아팠다.

두 아이와 혼자 남은 여자의 남은 일생에 대한 아련함. 후에 느낀 감정은, 왜?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고난은 늘 '왜'라는 질문을 하게 하는 것 같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왜 하필이면 지금 이런 일이, 왜 , 왜, 왜...

왜 고난이 주어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늘에 계신 분 말고는... 심지어 하나님의 사랑하는 자녀에게까지 왜 고난이 주어지는 걸까. 사실,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닙니까 하고 따지고 싶은 마음이 들때도 있다.

혼자 남은 여자는, 삶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고, 아마 쌍둥이 때문에 새로운 남자를 만나기도 힘들 거다. 게다가 일을 할 수도 없을 테고, 아마 빚은 계속 늘어갈 수도 있을 것이며, 일찍 죽어버린 남편의 그늘에 가려 모든 사람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왠지 죄지은 것 같은 생각으로 살아 갈 수도 있다.

...

이렇게 생각하니까 너무 가슴이 무거우졌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 봤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어떤 고난을 주실 지 알지 못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에게 감당치 못할 시험당함을 허락지 않으신다고 분명히 말씀하셨고, 시험당할 즈음에는 피할길을 내사 능히 감당하게 하셨다.

그 말씀이 떠오르자, 상황은 좀 밝아졌다.

혼자 남은 여자는 좀 더 성숙한 크리스챤이 되어 눈물로 간증할 지도 모른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주어졌는지, 이런 일을 이 시점에서 허락하신 그분의 뜻을 알 수 없지만, 나는 주님의 말씀과 공급하심을 믿으며 당당하고 용감하게 살아가겠노라고. 그리고 그녀의 삶은 많이 변할 것이다. 아이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을 찾을 것이고, 잘 키우기 위해서 말씀도 많이 읽을 것이다. 기도도 많이하고.. 그러면서 그녀는 주님 안에서 성장해 나갈 것이고, 아마도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어 줄 수도 있을 거다. 그리고 언젠가, 그녀가 준비 되었을 때, 그녀와 그녀의 쌍둥이들을 똑같이 사랑해 줄 마음 따듯한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물론, 못 만날 수도 있지만, 그것은 그녀에게 큰 상관이 없을 거다. 왜냐하면 그녀에게는 이미 하나님이 계시고, 그 분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테니까...

고난이 우리에게 왜 주어지는지 우리는 알지 못하지만, 고난은 우리가 인내함으로써 인격적인 성숙을 이루게 하며 그것과 함께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으로 인한 소망을 낳는다. 그렇다면, 왜 주어지는지 알지 못하지만 고난은 소중한 삶의 전환점이지 저주의 순간이 아닐 거다.

그녀를 위해 기도해야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플레져 2005-06-28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난은, 이겨내라고 주시는 것임에는 틀림없겠지요.
이겨내야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저두 그녀를 위해 기도합니다.

Hanna 2005-06-28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맞아요. 플레져님. 가끔은 너무 지치지만, 그래도 항상 새로운 힘을 주시는 것 같아요. 어제 기도하면서 가슴이 많이 아프더라구요...